[‘사상 첫 마이너스’ 충격 원유 ETF] 산유국도 투자자도 결국 ‘치킨게임’
[‘사상 첫 마이너스’ 충격 원유 ETF] 산유국도 투자자도 결국 ‘치킨게임’
서부텍사스산원유 쇼크에 눈물짓는 개미들… ETF·ETN 손실 누적 가능성 높아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4월 20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WTI 1배럴(158.9리터)을 가져가면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37.63달러를 받아가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배럴당 20달러대가 무너질 때만 해도 더 이상 바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는 푸념이 흘러 나온다.
손실은 충격보다 컸다. 특히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적이 없었기에 국내 증권사 거래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손실을 키웠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마이너스 가격을 입력할 수 없어 먹통이 됐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캐시콜이 발생했다. 증권사에서는 선물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증거금을 넘어서면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하는 마진콜을 요청한다. 요청 기한 내 추가 증거금 납입이 없으면 약정물량을 임의로 처분하는 캐시콜로 이어진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례 없던 일이 발생하면서 HTS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오류는 해결됐고 21일부터는 문제없이 거래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유가 약세를 노린 투자가 과열된 것이 이번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식이었다면 투자자가 늘수록 가격이 올랐어야 하지만, 국제유가는 선물을 기반으로 거래되고 있기에 달랐다. 전세계 3대 유종인 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는 각국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유 선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원유 선물은 미래 일정 시점(만기)에 원유를 인도·인수하겠다는 계약이다. 아무리 손해가 발생해도 ‘제로(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상장 주식과 달리 선물은 이론상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또 계약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파는 쪽에서 추가금을 주고서라도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현물 가격이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던 시기도 있었다. 1983년 이전까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곧 거래 기준가격이었다. 그러나 1983년 3월 미국에서 원유 선물을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는 가격 결정의 역할을 금융시장으로 넘겼다. 국제유가를 가늠하는 기준가를 원유 선물이 담당하게 되면서 유가는 매월 만기를 맞는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선물 계약의 만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WTI 5월물은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이 만기였다.
WTI 선물 계약을 만기시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현물을 인도받거나 시장가로 정산 한 뒤 차액만 지급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정리할 수 있다. 다만 금처럼 현물을 받아와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다른 원자재와 달리 석유 원유는 운송비용과 보관비용, 정재시설 처리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현물을 받아올 수는 없다. 땅에 묻어 버리고 싶어도 환경이 오염되는 원유 특성상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보관이나 정제, 폐기 모두 비용이 수반되기에 마이너스 가격이 붙을 수 있는 원자재다.
최근 ETF와 ETN 투자가 과열되고 현물을 인도받을 수 없는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몰리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당국이 나서 투자 위험을 경고 할 정도로 유가 약세에 근거한 투자가 각광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에만 원유 ETF와 ETN 10개(인버스 제외) 상품에 총 1조42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KODEX WTI원유선물’에만 4214억원, ‘타이거 원유 선물’과 ‘삼성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는 각각 2168억원, 1850억원, 1818억원 어치 순매수다. WTI 기준으로 지난 1월만 해도 60달러 대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3월에는 2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니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20달러대마저 무너진 4월 중순에도 원유 ETF와 ETN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유가가 더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국내 투자자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이 원유 ETF에 몰렸다. 뉴욕 증시 대표 원유 ETF로 꼽히는 ‘United States Oil Fund’는 4월 20일과 21일 양일간 거래량이 18억7000주를 넘었다. 한주 전 평균 거래량의 10배에 이르는 물량이 이틀간 거래된 셈이다. ETF나 ETN 투자자들은 선물 계약 만기 전에 매도해야만 하는 투자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이 물량을 받아줄 실수요가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 내 원유 재고는 포화상태를 보이면서 현물 인도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미국 내 원유재고량은 1322만 배럴이나 증가했다. 실물 경제에서 수요 회복이 없다면 투자자가 늘면 늘수록 선물 만기 때마다 급락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유가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늘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양상이다. 원유 ETF와 ETN의 투자 구조는 원유 선물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청산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장돼 거래를 이어가야 하는 원유 ETF나 ETN의 특성상 매월 기초 자산인 유가 선물을 변경(롤오버)하고 있다. 4월초에는 5월물을 팔아 6월물을 사고 5월초에는 6월물을 팔고 7월물을 사는 식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번 유가의 폭락 원인은 4월 21일 선물 만기를 앞둔 롤오버와 반대매매 때문”이라며 “시장에서는 현 상황을 고려해 새판짜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KODEX WTI원유선물’를 살펴보면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에서 매월 5영업일부터 9영업일까지 5영업일간 매일 20%씩 구성자산을 교체하는 롤오버를 진행하고 있다. 4월을 예로 들면 지난 4월 7일부터 매일 WTI 5월물을 20%씩 팔고 6월물을 사들이는 식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역대급 투자가 몰린 상환에서 롤오버를 위한 매도 물량이 엄청나게 시장에 풀릴 수밖에 없었기에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유가 관련 ETF이나 ETN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원유 선물이 아닌 ETF나 ETN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하락 폭이 가르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코스피에 상장된 ‘KODEX WTI원유선물’은 4월 21일 하루에만 10.80% 하락했고, ‘신한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38.85% 하락했다. ETN이나 ETF는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는 점 때문에 그래도 종가가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비교적 진입 장벽이 높은 선물 시장과 달리 ETN과 ETF는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손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가 관련 ETF나 ETN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유가가 상승 해야하는데 관건은 시점이다. ETF나 ETN의 특성상 유가상승을 기다리는 동안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 초만 하더라도 5월이 만기인 WTI 선물 가격이 20달러대 중반에 거래된 반면 6월물은 30달러대였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롤오버를 진행하면 5월물을 20달러대에 판 돈으로 30달러대의 6월물을 사야 한다. 따라서 롤오버 완료 후 기초자산이 되는 선물 계약수가 줄어든다. 뉴스나 포털에서는 유가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ETN이나 ETF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수요가 약화된 시기에는 만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선물일 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4월 21일 기준으로 WTI 6월물 가격은 20.43달러, 7월물과 8월물은 각각 26.28달러, 28.51달러다. 유가가 극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ETF와 ETN의 손실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운용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는 투자 원본 이상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운용 방식을 변경해 현재 6월물인 기초지수 구성종목과 함께 6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원유 선물도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모든 시장에서는 제품 가격이 제조원가 보다 낮아지면 생산을 중단한다. 반면 국제유가는 이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석유 원유에는 품질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유업체들은 특정 유종의 가격이 낮다고 해서 발 빠르게 원유 구입선을 바꾸기 쉽지 않아서다. 산유국들은 한 번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구나 셰일 오일 증산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한 미국을 포함해 국제유가를 좌우할 수 있는 국가간 경쟁이 첨예해진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슈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공급은 여전히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대폭적인 추가 감산만이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미국 내 셰일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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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충격보다 컸다. 특히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적이 없었기에 국내 증권사 거래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손실을 키웠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마이너스 가격을 입력할 수 없어 먹통이 됐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캐시콜이 발생했다. 증권사에서는 선물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증거금을 넘어서면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하는 마진콜을 요청한다. 요청 기한 내 추가 증거금 납입이 없으면 약정물량을 임의로 처분하는 캐시콜로 이어진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례 없던 일이 발생하면서 HTS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오류는 해결됐고 21일부터는 문제없이 거래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 과열에 계약만기 앞두고 유가 급락
현물 가격이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던 시기도 있었다. 1983년 이전까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곧 거래 기준가격이었다. 그러나 1983년 3월 미국에서 원유 선물을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유가는 가격 결정의 역할을 금융시장으로 넘겼다. 국제유가를 가늠하는 기준가를 원유 선물이 담당하게 되면서 유가는 매월 만기를 맞는 형태로 거래되고 있다. 선물 계약의 만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WTI 5월물은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이 만기였다.
WTI 선물 계약을 만기시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현물을 인도받거나 시장가로 정산 한 뒤 차액만 지급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정리할 수 있다. 다만 금처럼 현물을 받아와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다른 원자재와 달리 석유 원유는 운송비용과 보관비용, 정재시설 처리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현물을 받아올 수는 없다. 땅에 묻어 버리고 싶어도 환경이 오염되는 원유 특성상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보관이나 정제, 폐기 모두 비용이 수반되기에 마이너스 가격이 붙을 수 있는 원자재다.
최근 ETF와 ETN 투자가 과열되고 현물을 인도받을 수 없는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몰리면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당국이 나서 투자 위험을 경고 할 정도로 유가 약세에 근거한 투자가 각광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3월에만 원유 ETF와 ETN 10개(인버스 제외) 상품에 총 1조42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KODEX WTI원유선물’에만 4214억원, ‘타이거 원유 선물’과 ‘삼성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는 각각 2168억원, 1850억원, 1818억원 어치 순매수다. WTI 기준으로 지난 1월만 해도 60달러 대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가 3월에는 2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니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20달러대마저 무너진 4월 중순에도 원유 ETF와 ETN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유가가 더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국내 투자자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이 원유 ETF에 몰렸다. 뉴욕 증시 대표 원유 ETF로 꼽히는 ‘United States Oil Fund’는 4월 20일과 21일 양일간 거래량이 18억7000주를 넘었다. 한주 전 평균 거래량의 10배에 이르는 물량이 이틀간 거래된 셈이다. ETF나 ETN 투자자들은 선물 계약 만기 전에 매도해야만 하는 투자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이 물량을 받아줄 실수요가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 내 원유 재고는 포화상태를 보이면서 현물 인도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미국 내 원유재고량은 1322만 배럴이나 증가했다.
수요 회복 없으면 투자자만 ‘치킨게임’
국내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KODEX WTI원유선물’를 살펴보면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에서 매월 5영업일부터 9영업일까지 5영업일간 매일 20%씩 구성자산을 교체하는 롤오버를 진행하고 있다. 4월을 예로 들면 지난 4월 7일부터 매일 WTI 5월물을 20%씩 팔고 6월물을 사들이는 식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역대급 투자가 몰린 상환에서 롤오버를 위한 매도 물량이 엄청나게 시장에 풀릴 수밖에 없었기에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수요공급 불균형, 산유국 감산 의지도 안보여
유가 관련 ETF나 ETN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유가가 상승 해야하는데 관건은 시점이다. ETF나 ETN의 특성상 유가상승을 기다리는 동안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 초만 하더라도 5월이 만기인 WTI 선물 가격이 20달러대 중반에 거래된 반면 6월물은 30달러대였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롤오버를 진행하면 5월물을 20달러대에 판 돈으로 30달러대의 6월물을 사야 한다. 따라서 롤오버 완료 후 기초자산이 되는 선물 계약수가 줄어든다. 뉴스나 포털에서는 유가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ETN이나 ETF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수요가 약화된 시기에는 만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선물일 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4월 21일 기준으로 WTI 6월물 가격은 20.43달러, 7월물과 8월물은 각각 26.28달러, 28.51달러다. 유가가 극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ETF와 ETN의 손실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운용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는 투자 원본 이상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운용 방식을 변경해 현재 6월물인 기초지수 구성종목과 함께 6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원유 선물도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모든 시장에서는 제품 가격이 제조원가 보다 낮아지면 생산을 중단한다. 반면 국제유가는 이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석유 원유에는 품질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유업체들은 특정 유종의 가격이 낮다고 해서 발 빠르게 원유 구입선을 바꾸기 쉽지 않아서다. 산유국들은 한 번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구나 셰일 오일 증산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한 미국을 포함해 국제유가를 좌우할 수 있는 국가간 경쟁이 첨예해진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슈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공급은 여전히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대폭적인 추가 감산만이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미국 내 셰일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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