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금융교육은 생존기술을 가르치는 것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금융교육은 생존기술을 가르치는 것
금융지식 습득은 후천적 능력... 청년층은 부채관리 능력 키워야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자주 인용되는 첫 문장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저서 [총, 균, 쇠]를 통해 인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물의 가축화’를 설명하기 위해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제시하면서 또 다시 유명세를 떨쳤다.
톨스토이는 이 문장을 통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돈, 성격, 종교 등 여러 성공 요인들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반대로 불행한 결혼생활에는 이런 성공 요소들이 결핍돼 있다. 성공 요소 중 중요한 몇 가지가 빠지면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 현대인들의 결혼생활 성공요인 중 ‘돈’이 차지하는 순위는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이혼통계를 보면, 경제적 문제는 매년 주요 원인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자살률 통계에서도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노년층 자살률은 압도적이고 중장년층의 자살률도 높다. 중장년층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족해체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고, 노년층은 빈곤문제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한 어느 누구도 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사회가 발전할수록 근로소득뿐 아니라 자본소득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축적된 자본을 활용해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금융투자 활동이 더욱 촉진되기 때문이다. 부의 세대 간 이전(상속과 증여)도 개인의 부(富)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부의 이전은 산업화 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넓고 질적으로 더 깊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선 그동안 쌓아놓은 자산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운용 능력이 중요하다. 금리가 높으면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넣어두고 이자로 생활비를 조달하면 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옛 기억이 됐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이들에게 자본운용 능력은 필수 생존능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 투자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 투자교육은 금융지식만 키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육의 3대 요소인 지식, 기술, 태도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태도는 정부나 학교에서 가르치기 쉽지 않다. 정부나 학교는 표준화된 형태의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지 개별화된 맞춤 교육은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짠돌이 성향을, 반대로 다른 아이들은 좋게 말해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쇼핑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돈이 한 번 호주머니에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않는 아이들(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워런 버핏)도 있다. 아이들의 성향을 보면서 핵심 내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정에서 해야 한다.
먼저 돈에 대한 통제권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통제권이란 돈을 더 많이 버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수입 범위에서 스스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 기부 문화의 모델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자서전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백만장자의 표식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들은 돈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자기가 번 것 보다 덜 쓴다.”
재산은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이다.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면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통제권 훈련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용돈 교육이나 가계부를 쓰게 하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인 존 D. 록펠러 집안의 용돈교육이 유명하다. 록펠러 집안의 아이들은 용돈 사용처에 대한 가이드라인 즉 개인적인 용도, 저축, 기부로 삼등분 한 후 매주 피드백을 받았다. 제대로 지켰으면 상금을, 반대의 경우엔 삭감됐다.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은 자녀가 청년층이라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능력 범위를 넘어선 신용카드 사용은 건전한 가계 재정의 걸림돌이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같은 현금대출은 부채의 복리효과로 인해 젊음을 부채에 저당 잡히게 만들어 버린다. 빚을 진 젊은층은 그 빚을 한 번에 해소하고자 더욱 투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운 좋게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대개는 더 큰 부채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부채관리는 예방의학에 가깝다. 부채에 대한 완벽한 처방전은 없다. 처음부터 부채를 멀리하는 습관을 들여 재정 건강을 높이는 게 상책이다.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자녀와 함께 공유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아껴서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자산의 크기를 불려나갈 수 없다. 물론 여전히 절약의 미덕은 시대를 초월해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절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대가가 변한다는 점이다. 금리는 낮고 통화량은 계속 늘어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의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가격 변동 위험이다. 가격의 오르내림으로 인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리스크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스크에 대한 이해는 금융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패 역할도 한다. 한 번 생각해 보라. 누가 당신에게 매월 1%씩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면, 그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역사상 대부분의 투자사기는 초반에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리 1%인 세상에서 월 1%를 약속하는 것은 리스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 경제학의 오래된 금언 ‘공짜 점심은 없다’는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투자는 반드시 시간 개념과 같이 학습되어야 한다. 투자는 가격 변동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행동이면서 시간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소액으로 투자를 통해 시간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위력한 방법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주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된다. 반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성공하면 성공요인을, 실패하면 실패요인을 얘기하면 된다. 펀드 등을 활용해 소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경우라면, 자녀와 목표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대학입학금, 여행자금 등이다.
금융지식 습득은 인간의 언어 능력과 달리 선천적 능력이 아닌 후천적 능력이다. 세심한 배려와 접근을 통해 훈련을 하면 그 능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한 번 습득된 능력이 사라지는 일도 없다. 어린 시절 수영을 제대로 배우면 그 동작을 커서도 몸에서 기억하듯이 말이다.
영국은 금융을 아예 학교 의무 교육 과정으로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의 수준을 떠나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정부가 절감하고 대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울 뿐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자녀의 미래와 금융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톨스토이는 이 문장을 통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돈, 성격, 종교 등 여러 성공 요인들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반대로 불행한 결혼생활에는 이런 성공 요소들이 결핍돼 있다. 성공 요소 중 중요한 몇 가지가 빠지면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 현대인들의 결혼생활 성공요인 중 ‘돈’이 차지하는 순위는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이혼통계를 보면, 경제적 문제는 매년 주요 원인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자살률 통계에서도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노년층 자살률은 압도적이고 중장년층의 자살률도 높다. 중장년층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족해체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고, 노년층은 빈곤문제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한 어느 누구도 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사회가 발전할수록 근로소득뿐 아니라 자본소득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축적된 자본을 활용해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금융투자 활동이 더욱 촉진되기 때문이다. 부의 세대 간 이전(상속과 증여)도 개인의 부(富)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의 부의 이전은 산업화 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넓고 질적으로 더 깊을 것이다.
금융투자 지식은 생존 지식
금융 투자교육은 금융지식만 키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육의 3대 요소인 지식, 기술, 태도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태도는 정부나 학교에서 가르치기 쉽지 않다. 정부나 학교는 표준화된 형태의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지 개별화된 맞춤 교육은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짠돌이 성향을, 반대로 다른 아이들은 좋게 말해 남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쇼핑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돈이 한 번 호주머니에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않는 아이들(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워런 버핏)도 있다. 아이들의 성향을 보면서 핵심 내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정에서 해야 한다.
먼저 돈에 대한 통제권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통제권이란 돈을 더 많이 버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수입 범위에서 스스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 기부 문화의 모델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자서전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백만장자의 표식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들은 돈이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자기가 번 것 보다 덜 쓴다.”
재산은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이다.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면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통제권 훈련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용돈 교육이나 가계부를 쓰게 하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인 존 D. 록펠러 집안의 용돈교육이 유명하다. 록펠러 집안의 아이들은 용돈 사용처에 대한 가이드라인 즉 개인적인 용도, 저축, 기부로 삼등분 한 후 매주 피드백을 받았다. 제대로 지켰으면 상금을, 반대의 경우엔 삭감됐다.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은 자녀가 청년층이라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능력 범위를 넘어선 신용카드 사용은 건전한 가계 재정의 걸림돌이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같은 현금대출은 부채의 복리효과로 인해 젊음을 부채에 저당 잡히게 만들어 버린다. 빚을 진 젊은층은 그 빚을 한 번에 해소하고자 더욱 투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운 좋게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대개는 더 큰 부채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부채관리는 예방의학에 가깝다. 부채에 대한 완벽한 처방전은 없다. 처음부터 부채를 멀리하는 습관을 들여 재정 건강을 높이는 게 상책이다.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자녀와 함께 공유해야 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아껴서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자산의 크기를 불려나갈 수 없다. 물론 여전히 절약의 미덕은 시대를 초월해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절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대가가 변한다는 점이다. 금리는 낮고 통화량은 계속 늘어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의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바로 가격 변동 위험이다. 가격의 오르내림으로 인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리스크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스크에 대한 이해는 금융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패 역할도 한다. 한 번 생각해 보라. 누가 당신에게 매월 1%씩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면, 그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역사상 대부분의 투자사기는 초반에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리 1%인 세상에서 월 1%를 약속하는 것은 리스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 경제학의 오래된 금언 ‘공짜 점심은 없다’는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리스크 관리 능력 키워야
금융지식 습득은 인간의 언어 능력과 달리 선천적 능력이 아닌 후천적 능력이다. 세심한 배려와 접근을 통해 훈련을 하면 그 능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한 번 습득된 능력이 사라지는 일도 없다. 어린 시절 수영을 제대로 배우면 그 동작을 커서도 몸에서 기억하듯이 말이다.
영국은 금융을 아예 학교 의무 교육 과정으로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의 수준을 떠나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정부가 절감하고 대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부러울 뿐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자녀의 미래와 금융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
2연간 1000억? 영풍 환경개선 투자비 논란 커져
3 야당, '예산 감액안' 예결위 예산소위서 강행 처리
4‘시총 2800억’ 현대차증권, 2000억원 유증…주가 폭락에 뿔난 주주들
5삼성카드, 대표이사에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 추천
6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서포터즈 '업투' 3기 수료식 개최
7빗썸, 원화계좌 개설 및 연동 서비스 전면 개선 기념 이벤트…최대 4만원 혜택
8페이히어, 브롱스와 ‘프랜차이즈 지점 관리’ 업무협약
9'97조원 잭팟' 터진 국민연금, 국내 아닌 '이곳'에서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