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INNOMATE(6) 하나벤처스 탄탄한 기본기로 ‘벤처 투자 클래식’] “미래 크게 바꿀 회사에 금융그룹 자원 집중”
[STARTUP INNOMATE(6) 하나벤처스 탄탄한 기본기로 ‘벤처 투자 클래식’] “미래 크게 바꿀 회사에 금융그룹 자원 집중”
김동환 대표 창업·뱅커·증권맨·심사역 두루 거쳐... 경험·균형 감각 탁월 ‘각자의 사정’은 모든 일의 발목을 잡는 마법의 언어다. 선례가 없다며 능력 있는 여직원의 승진을 막는 인사부장, 혹여 문제가 생길까 봐 신규 사업의 결제를 미루는 임원, 회사 상황을 핑계 삼아 임금 지급을 미루는 경영자. 업무 결정에 있어 자신의 상황 논리만 앞세우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을 내세운다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는 불합격이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사정은 대개 전제된 약속을 깨는 사후 논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능력 부족을 인정하는 일이다.
스타트업들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 ture Capital·CVC)을 불신하는 이유도 이런 사정 타령 때문이다. 그룹 내 막내이기 때문에 투자 결정 및 관리·운영에 있어 모기업의 판단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주요 계열사 임원의 전관예우 자리 취급을 받기도 한다. CVC가 막대한 자본과 방대한 네트워크, 뛰어난 인재풀을 갖추고도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다.
2018년 10월, 하나금융그룹이 12번째 자회사로 하나벤처스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의구심이 등장했다. 보수적인 금융회사의 자회사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 이미 벤처투자를 벌이고 있는 계열사 간에 역할분담은 끝난 것인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벤처스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의 임원진, 7명의 심사역 모두 외부 전문가로 수혈했다. 모 기업이 독립성을 보장하고 투자 철학과 방향·딜 소싱을 모두 이들에게 일임했다. 하나벤처스는 설립한 지 1년여의 신생 VC지만,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전체 VC 중 세 번째로 많다. 중소형 VC처럼 자본금 및 수익 확보를 위해 근시안적으로 트레이딩하지 않아도 된다. 약자의 사정에서도 자유로운 셈이다. 금융그룹사의 배경은 걸림돌이 아닌,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벤처스는 사정을 탓하지 않는다. 기술·가치 변화를 감지하고, 끈기 있게 나아가는 스타트업들을 끝까지 믿고 키워낸다. 국내 금융그룹사 중 첫 신기술사업금융사로, 자본금을 신기술기업 자기 계정 투자와 대출에 쓸 수 있는 등 운신의 폭도 넓다. 지난해 6월 1호 펀드를 처음 출범해 시리즈 A~B 기업을 중심으로 786억원(2019년 말 기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10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를 차례로 만들어 2025년까지 펀드 운용 규모를 1조원으로 불릴 계획이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를 만나 경제·사회적 변화와 투자철학, 방향 등을 물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전기공학과 재학 시절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고, 졸업 후 미국 시카고대 MBA와 골드만삭스·신한금융투자·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을 거쳤다. 창업과 글로벌 투자은행(IB)·증권사·VC 등 남다른 경력을 쌓으며 깊은 인사이트와 균형 감각,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졌다. 김 대표는 “포지션별로 업계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투자라는 VC 본연의 일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업무 관련 지주사의 입김은 없나.
“VC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받는다. 모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는 CVC는 아마 하나벤처스가 유일하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스테이지·분야별 전문성 있는 인재들을 배치해 대형 VC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중심을 잡고 투자 영역과 해외 시장 공략을 차근차근히 해 나갈 계획이다.”
관심 있는 투자 분야는.
“구독과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전통산업과의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극복하면 성장이 느리지 않을 것이다. 고품질을 지향하는 회사에도 관심이 많다. 소득 증가와 소비자 눈높이 상승으로 고품질 소비재·공산품·서비스 수요도 커질 것이다. 문화 등 미디어 콘텐트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기업 등 가치 소비에도 관심이 있나.
“사회적 가치 소비 트렌드는 조금 더 뒤에 올 것이다. 현재는 가성비 문화가 속도를 올리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동물권 보장 육류 등은 수요가 있지만, 시간이 필요해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후발 주자인데, 투자할 만한 회사가 있나.
“좋은 회사가 예상보다 많이 나온다. 다만 좋은 기업보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더 크게 늘어 밸류에이션이 많이 올랐다. 한 분야에 쏠리는 한국적 특성도 반영된 것 같다.”
투자할 때 재무 심사가 까다로운가.
“초기 기업은 잘 안 보지만 매출이 큰 회사는 비용을 써서 올린 매출인지, 진성 매출인지 따진다. 다음 펀딩을 위해 특정 지표를 관리한 것 아닌지도 면밀히 본다. 회사의 마일스톤(미래 성장 가능성·사업 방향 척도)을 지켰는지와 건실하게 성장하는지 검토한다.”
어떤 창업자를 선호하나.
“정석적 CEO가 좋다. 의사 결정을 할 때 경험을 토대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충분히 고민하는 창업자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만, 사업이 번창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런 창업자는 분야를 바꿔도 잘 해 나간다.”
저금리는 누군가에게는 축복이다. 풍부한 자본은 새로운 산업 분야와 기반 시설 투자를 늘려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금리 속에 인터넷·게임 등 소프트웨어에만 몰리던 투자가 비용·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물류·유통·콘텐트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확대되고 있다. 낮은 금리와 정보기술(IT)에 대한 확신이 단기 투자자본수익률(ROI)보다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아마존·테슬라·우버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위워크 투자 부실이 불거졌듯, 혁신 기업들이 실체적 성과를 못 내며 스타트업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스타트업 거품이 꺼질 거란 우려도 나오지 않나.
“버블이 있다. 다만 닷컴 버블 때는 상장 후에도 적자를 보는 회사가 많았던 데 비해 요즘은 페이스북처럼 상장 후 빠르면 2~3년 이내에 흑자 전환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흑자 증가 폭도 빠르다. 고성장 기업이 재무적으로 양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과거보다 거품 붕괴 가능성은 작다. 한국은 해외 VC의 유동성이 지속해서 들어오면 거품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 원칙이나 지향하는 가치가 있나.
“금융그룹 자회사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성향을 반영하기보다 가장 좋은 형태의 VC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투자의 클래식을 만드는 VC가 되자고 한다. VC는 투자하는 곳이지 트레이딩을 하는 곳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업황이 좋아도 연구개발(R&D) 지출을 계속하며 적자를 낼 수도 있다. VC는 중장기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잘 될 분야에서 가장 좋은 멤버를 꾸려 잘하는 회사에 투자할 것이다.”
성장 지원 및 투자 전략이 있나.
“초기 단계라 아직 성장 프로그램은 가동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장기적 파트너를 처음부터 세팅하고, 스타트업의 후속 라운드에 계속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금을 미리 확보해 둔다. 하나벤처스가 직접 경영을 하지는 않지만, 유사 사례를 많이 보기 때문에 최적의 조언을 주는 사후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자에겐 시설투자(케펙스·CAPEX) 확대를 위한 투자금 유치가 항상 고민이다. 투자금을 유치할 때마다 자기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대출과 전환사채(CB)·팩토링·라이선스·수익공유 등 다양한 금융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VC는 스타트업에 제시할 수 있는 금융 옵션이 다양해야 하며, 그에 걸맞은 실력과 바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나벤처스는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캐피탈 등 하나금융그룹의 금융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통해 혁신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 다리를 놓고 있다.
계열사 간에 투자·융자 프로그램은 어떻게 가동하나.
“공장을 짓는다면 30%는 투자, 나머지 70%는 대출을 집행하는 식이다. 설비투자 대출, 설비 파이낸싱 등 계열사의 여러 금융 옵션을 검토해 각자 상황에 맞는 자금을 조달해 준다. 정량적 여신 평가 기준은 같지만, 정성적 평가는 하나벤처스가 컨설팅한다. 한 계열사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다.”
증권사와 VC 간에 차이가 있다면.
“증권은 남들이 뭐 하는지를 너무 의식하며 긴 호흡 투자가 어렵다.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야 하는 문화다. 이에 비해 VC는 혹시라는 기대가 역선택을 낳는 경우가 있다. 치열한 투자심사를 거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컨센서스가 형성돼 실패하는 경우가 나온다. ”
창업·뱅커·심사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생긴 장점은.
“균형감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VC들은 스타트업 간에 협업의 그림을 안일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융합은 어려운 일이며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여의도 문법은 가정과 실현 가능성의 검토다. 재무적 방법론을 이용해 꼼꼼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창업하는 순간 인생이 곧 회사 경영이 된다. 인생 계획과 경영 계획은 분리될 수 없다. 인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된다. 쉬더라도 일을 위해 잘 쉬어야 한다. 팔로워들과 시간을 보내지 말고 트렌드세터들을 만나야 한다. 한정된 시간을 목적을 갖고 활용해야 한다. 일이 곧 휴식과 취미가 돼야 한다. 계속 일을 해야 감을 잃지 않는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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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 ture Capital·CVC)을 불신하는 이유도 이런 사정 타령 때문이다. 그룹 내 막내이기 때문에 투자 결정 및 관리·운영에 있어 모기업의 판단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주요 계열사 임원의 전관예우 자리 취급을 받기도 한다. CVC가 막대한 자본과 방대한 네트워크, 뛰어난 인재풀을 갖추고도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다.
2018년 10월, 하나금융그룹이 12번째 자회사로 하나벤처스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도 많은 의구심이 등장했다. 보수적인 금융회사의 자회사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 이미 벤처투자를 벌이고 있는 계열사 간에 역할분담은 끝난 것인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벤처스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의 임원진, 7명의 심사역 모두 외부 전문가로 수혈했다. 모 기업이 독립성을 보장하고 투자 철학과 방향·딜 소싱을 모두 이들에게 일임했다. 하나벤처스는 설립한 지 1년여의 신생 VC지만, 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전체 VC 중 세 번째로 많다. 중소형 VC처럼 자본금 및 수익 확보를 위해 근시안적으로 트레이딩하지 않아도 된다. 약자의 사정에서도 자유로운 셈이다. 금융그룹사의 배경은 걸림돌이 아닌,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벤처스는 사정을 탓하지 않는다. 기술·가치 변화를 감지하고, 끈기 있게 나아가는 스타트업들을 끝까지 믿고 키워낸다. 국내 금융그룹사 중 첫 신기술사업금융사로, 자본금을 신기술기업 자기 계정 투자와 대출에 쓸 수 있는 등 운신의 폭도 넓다. 지난해 6월 1호 펀드를 처음 출범해 시리즈 A~B 기업을 중심으로 786억원(2019년 말 기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10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를 차례로 만들어 2025년까지 펀드 운용 규모를 1조원으로 불릴 계획이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를 만나 경제·사회적 변화와 투자철학, 방향 등을 물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전기공학과 재학 시절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고, 졸업 후 미국 시카고대 MBA와 골드만삭스·신한금융투자·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을 거쳤다. 창업과 글로벌 투자은행(IB)·증권사·VC 등 남다른 경력을 쌓으며 깊은 인사이트와 균형 감각,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졌다. 김 대표는 “포지션별로 업계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투자라는 VC 본연의 일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고품질 서비스·제품·콘텐트 만드는 회사에 집중”
업무 관련 지주사의 입김은 없나.
“VC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받는다. 모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는 CVC는 아마 하나벤처스가 유일하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스테이지·분야별 전문성 있는 인재들을 배치해 대형 VC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중심을 잡고 투자 영역과 해외 시장 공략을 차근차근히 해 나갈 계획이다.”
관심 있는 투자 분야는.
“구독과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전통산업과의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극복하면 성장이 느리지 않을 것이다. 고품질을 지향하는 회사에도 관심이 많다. 소득 증가와 소비자 눈높이 상승으로 고품질 소비재·공산품·서비스 수요도 커질 것이다. 문화 등 미디어 콘텐트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기업 등 가치 소비에도 관심이 있나.
“사회적 가치 소비 트렌드는 조금 더 뒤에 올 것이다. 현재는 가성비 문화가 속도를 올리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동물권 보장 육류 등은 수요가 있지만, 시간이 필요해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후발 주자인데, 투자할 만한 회사가 있나.
“좋은 회사가 예상보다 많이 나온다. 다만 좋은 기업보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더 크게 늘어 밸류에이션이 많이 올랐다. 한 분야에 쏠리는 한국적 특성도 반영된 것 같다.”
투자할 때 재무 심사가 까다로운가.
“초기 기업은 잘 안 보지만 매출이 큰 회사는 비용을 써서 올린 매출인지, 진성 매출인지 따진다. 다음 펀딩을 위해 특정 지표를 관리한 것 아닌지도 면밀히 본다. 회사의 마일스톤(미래 성장 가능성·사업 방향 척도)을 지켰는지와 건실하게 성장하는지 검토한다.”
어떤 창업자를 선호하나.
“정석적 CEO가 좋다. 의사 결정을 할 때 경험을 토대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충분히 고민하는 창업자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만, 사업이 번창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런 창업자는 분야를 바꿔도 잘 해 나간다.”
저금리는 누군가에게는 축복이다. 풍부한 자본은 새로운 산업 분야와 기반 시설 투자를 늘려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금리 속에 인터넷·게임 등 소프트웨어에만 몰리던 투자가 비용·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물류·유통·콘텐트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확대되고 있다. 낮은 금리와 정보기술(IT)에 대한 확신이 단기 투자자본수익률(ROI)보다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아마존·테슬라·우버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위워크 투자 부실이 불거졌듯, 혁신 기업들이 실체적 성과를 못 내며 스타트업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스타트업 거품이 꺼질 거란 우려도 나오지 않나.
“버블이 있다. 다만 닷컴 버블 때는 상장 후에도 적자를 보는 회사가 많았던 데 비해 요즘은 페이스북처럼 상장 후 빠르면 2~3년 이내에 흑자 전환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흑자 증가 폭도 빠르다. 고성장 기업이 재무적으로 양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과거보다 거품 붕괴 가능성은 작다. 한국은 해외 VC의 유동성이 지속해서 들어오면 거품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장기 안목 갖고 잘하는 회사 찾아야”
투자 원칙이나 지향하는 가치가 있나.
“금융그룹 자회사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성향을 반영하기보다 가장 좋은 형태의 VC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투자의 클래식을 만드는 VC가 되자고 한다. VC는 투자하는 곳이지 트레이딩을 하는 곳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업황이 좋아도 연구개발(R&D) 지출을 계속하며 적자를 낼 수도 있다. VC는 중장기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잘 될 분야에서 가장 좋은 멤버를 꾸려 잘하는 회사에 투자할 것이다.”
성장 지원 및 투자 전략이 있나.
“초기 단계라 아직 성장 프로그램은 가동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장기적 파트너를 처음부터 세팅하고, 스타트업의 후속 라운드에 계속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금을 미리 확보해 둔다. 하나벤처스가 직접 경영을 하지는 않지만, 유사 사례를 많이 보기 때문에 최적의 조언을 주는 사후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자에겐 시설투자(케펙스·CAPEX) 확대를 위한 투자금 유치가 항상 고민이다. 투자금을 유치할 때마다 자기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대출과 전환사채(CB)·팩토링·라이선스·수익공유 등 다양한 금융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VC는 스타트업에 제시할 수 있는 금융 옵션이 다양해야 하며, 그에 걸맞은 실력과 바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나벤처스는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캐피탈 등 하나금융그룹의 금융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통해 혁신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 다리를 놓고 있다.
계열사 간에 투자·융자 프로그램은 어떻게 가동하나.
“공장을 짓는다면 30%는 투자, 나머지 70%는 대출을 집행하는 식이다. 설비투자 대출, 설비 파이낸싱 등 계열사의 여러 금융 옵션을 검토해 각자 상황에 맞는 자금을 조달해 준다. 정량적 여신 평가 기준은 같지만, 정성적 평가는 하나벤처스가 컨설팅한다. 한 계열사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다.”
“창업자는 경영에 인생 투영해야, 일이 곧 휴식”
증권사와 VC 간에 차이가 있다면.
“증권은 남들이 뭐 하는지를 너무 의식하며 긴 호흡 투자가 어렵다.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야 하는 문화다. 이에 비해 VC는 혹시라는 기대가 역선택을 낳는 경우가 있다. 치열한 투자심사를 거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컨센서스가 형성돼 실패하는 경우가 나온다. ”
창업·뱅커·심사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생긴 장점은.
“균형감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VC들은 스타트업 간에 협업의 그림을 안일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융합은 어려운 일이며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여의도 문법은 가정과 실현 가능성의 검토다. 재무적 방법론을 이용해 꼼꼼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창업하는 순간 인생이 곧 회사 경영이 된다. 인생 계획과 경영 계획은 분리될 수 없다. 인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된다. 쉬더라도 일을 위해 잘 쉬어야 한다. 팔로워들과 시간을 보내지 말고 트렌드세터들을 만나야 한다. 한정된 시간을 목적을 갖고 활용해야 한다. 일이 곧 휴식과 취미가 돼야 한다. 계속 일을 해야 감을 잃지 않는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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