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3)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형 뉴딜의 향방은] 디지털 기반으로 경제 회복탄력성 발휘 기대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3)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형 뉴딜의 향방은] 디지털 기반으로 경제 회복탄력성 발휘 기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강조... 비대면화,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도 화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한 지도 석 달이 지났다.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통제에 모범적이나 브라질·러시아·멕시코·인도 등지에서는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각국은 전례 없는 위기 극복 정책을 추진 중이나 세계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득 2년 전 10년 위기설을 무색하게 하는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원지였던 미국은 위기 직후 1년 만에 곧바로 활력을 되찾아 올 2월까지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렸다. 2월에 사상 최저의 실업률(3.5%)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발발로 4월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4.7%를 기록했다. 구직자가 거의 모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완전고용에 이르러 경제학자들이 꿈꾸는 ‘자연 실업률’에 도달했다고 노래한 것이 엊그제 같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13배 수준인 거대한 경제가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성장·고용뿐 아니라 미국 경제의 엄청난 ‘회복탄력성’에 세계가 놀라워했다. 미국 경제는 10여 년의 호황기 속에서 엄청난 구조조정과 함께 신사업이 급속히 확대되며 가파른 V자형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회복탄력성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2월의 실업률 수준으로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뒤로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가파른 회복을 보여줬다. 특히 나스닥은 엄혹한 경제 현실에도 5월 15일(현지시간) 9000을 상회하며 등락하고 있다.
다우지수가 연초 이후 여전히 10% 중반 넘게 빠진 상태인 반면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종가 수준을 넘어서며 연초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왜일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감이 여전히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지만, IT주가 선방하면서 나스닥 지수의 상승 전환을 주도한 것이다.
나스닥 지수가 유독 회복이 빨랐던 이유는 상장 종목들이 IT기반 기술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애플과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알파벳, 넷플릭스 같은 대형 IT주들이 코로나19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나스닥을 이끌고 있다. 넷플릭스·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대비 두 자리 수의 급등을 보였으며 애플과 페이스북도 연초 기준으로 소폭의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우려로 디지털 기반의 언택트(비대면) 산업, 의약·바이오산업이 포스트 코로나를 선도할 유망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봉쇄령으로 많은 국가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나스닥의 상대적인 주가 호조를 보였을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나스닥의 급격한 반등은 이런 산업 트렌드를 선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차 대유행을 걱정하는 전문가도 있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을 넘겼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경제 재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먼저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분기 경제 상황이 좋든 나쁘든, 시장은 3분기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올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정부 역시 2차례 추경과 시장 안정책에 이어 디지털 뉴딜을 중심으로 하는 3차 추경 의지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린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도 강조했다. IT 전문가들은 디지털 뉴딜이 경제 회생은 물론 4차 산업혁명시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목적이라 과감한 발상 전환과 함께 대기업의 공공 IT사업 참여 제한과 같은 규제 완화도 적극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뉴딜은 장기적 국가혁신과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꾸려져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나 전자투표시스템, 전자주민증, 에듀테크 등 재원 문제나 각종 이해관계로 추진이 어려웠던 디지털 기반 대형 IT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증가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구축사례로 과거 전자정부를 한국이 주도한 것처럼 IT 기업과 인력이 경험과 자산을 쌓고 해외에도 진출하는 교두보를 만들면 얼마나 좋겠나.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대기업의 인프라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이러한 사업에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제대로 참여해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충격이 전 영역에 걸쳐 현실화하는 경제 전시 상황이다.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위기 이전을 넘어서는 선순환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과 기업의 체질을 점검하고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는 미래 산업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에 맞서 경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미 우리 정부는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즉, DNA를 강조해왔다.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은 고용 감소를 유발할 수 있지만, 전환 과정에서 데이터 입력 등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단순노동 수요도 있어 고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그 근저에 해당하는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 해보자.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의 통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이는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관련이 크다. 데이터의 수집과 거래를 활성화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금융·의료·교통·공공·산업·소상공인을 데이터 활용 활성화 6대 분야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부문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예로 들어 보자. 다양한 금융회사에 분산된 특정 고객의 금융정보를 고객의 요구만 있으면 관련 사업자가 일괄 수집·관리할 수 있다. 특정 고객의 종합적인 금융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 맞는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성향, 연령, 투자목적 등에 맞게 펀드의 가입, 보험 설계, 대출 등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금융·신용정보는 금융회사가 독점해, 개인의 금융 정보가 각 상품 가입 금융회사별로 분산돼 종합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그러나 데이터 3법 중 신용정보법 통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종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카카오·NHN과 같은 기업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와 손잡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성공시켰다. KT가 시작한 케이뱅크가 지지부진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각종 금융상품을 내놓고 핀테크 산업을 제대로 순항시키고 있다. 미래에셋은 네이버와 손을 잡고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국내 IT 산업의 양대 산맥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 금융그룹과 연합을 맺고 한판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에도 연초 대비 크게 늘었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플랫폼은 후술하기로 한다.
정부는 DNA와 함께 US, 즉 비대면화(Untact),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SOC Digitalization)를 한국판 뉴딜로 추진하고자 한다. 뉴딜의 기원은 미국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대공황 이후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슬로건으로 뉴딜을 약속하면서 대명사처럼 굳어졌다. 당시 뉴딜 정책 목적은 ‘3R’로, 빈곤층 구제(Relief), 경기 회복(Recovery), 시장 개혁(Reform)이었다. 뉴딜이라는 일자리 프로젝트, 과감한 재정 투입이라는 방법은 같을지 몰라도 디지털 시대에 방향은 다를 수 있다. 뉴딜의 목적은 경기 부양이고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하나, 그런 과정에서 기업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과 운동장을 조성해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사람 간의 접촉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착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먼저 US에서 U를 보자. 부정의 의미인 Un과 접촉(Contact)이 합쳐져 언택트, 즉 접촉하지 않는다는 ‘비대면’이란 말이 생겼다. 인구와 세대 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인관계를 꺼리는 현상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문자와 데이터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직접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런 현상은 젊은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로나19는 문명의 전환으로 언택트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산업에서도 언택트 비즈니스가 뜨고 주식시장에서 언택트 관련 주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됐지만 언택트의 조짐은 이미 있었다.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쉽게 연락하고 소통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가 펼쳐진 지 오래다. 이제 초연결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져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고, 이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과의 대면에 피로를 느껴 혼자만의 언택트 세계에 빠지는 경향이 늘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동네 곳곳에 있다. 바코드로 물건을 사고 카드나 QR코드로 지불한다. 물론 기계가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객은 알고 있다. 대학가 주변에는 무인 편의점, 무인 카페, 무인 쇼핑몰 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 영화관, 버스·열차 매표소에서는 이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키오스크 설치로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이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기계를 통해서만 생활하게 되면 부작용은 없을까? 소통의 단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 있겠다. 젊은층은 자신이 원하는 접촉만을 추구하면서 사회적인 갈등을 인내하기가 힘들 수 있다. 디지털 커뮤티케이션이 발달하면서 SNS·메신저를 활용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 ‘콜포비아(전화통화 기피증)’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어버이날에 젊은층에서 부모님 댁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은 채 문자나 카톡을 날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해 본다.
산업계에서 비대면은 무인을 넘어서 손대지 않는다는 언택트의 개념 자체로 진화하고 있다. 언택트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고객이 변하면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고, 기존 사업체들은 몰락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유통점인 대형마트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하기에 아마존 주가는 코로나19에도 상승했다. 집 앞에 이마트가 있어도 사람들의 태도와 습관이 변했기 때문에 쿠팡으로 주문하는 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람 만나는 것을 불편해하고 빨리 원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한 음식을 문 앞에 두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언택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모르겠으나 중년층이나 20~30대에게 언택트는 편리함 그 자체다. 스타벅스에는 사이렌 오더가 있다. 점원에게 주문하지 않고, 자리부터 잡고 앉아서 앱으로 주문한다. 줄 서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내 음료가 나오면 점원이 별명을 불러준다. 자리로 곧바로 음료를 가져오면 그만이다. 맥도날드에는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이 급증하고 있다. 모두 언택트 서비스이다. 계산대에서 점원을 만나지 않아도 되기에 훨씬 편리하고 빠르다. 언택트는 앱과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활용한 가상 서비스 체험, 로봇을 활용한 쇼핑, 가사, 노동 등 더욱 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화상통신과 앱을 활용한 보건소 등의 원격진료, 의료기관의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 인공지능 원격교육 플랫폼 등을 비대면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US에서 S를 보자. 예를 들어 노후 도로와 철도를 전산으로 관리하고 첨단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SOC 디지털화는 성장과 일자리 모두에 득이 될 수 있다. 기존 공공사업이 정부 주도형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나라 돈을 쓰는 뉴딜사업도 대기업만 과실을 따먹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 만약 그런 우려가 있다면 일반 SOC 사업처럼 민간 투자형 공공사업을 도입해 대기업이 자본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중소기업과 협력해야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상황인 만큼 IT 대기업이 축적한 자산과 경험을 널리 활용하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한국판 뉴딜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을 알파벳으로 풀어보자. 우선 DNA에서 강조하는 A의 인공지능이다. 데이터 기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에 필수가 되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미래 전략에 몰두하면서 인공지능에 집중했다.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친 알파고의 산실인 딥마인드와 인공지능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DNN리서치를 인수하고 ‘구글=인공지능 기술 선두’라는 등식을 업계에 전파했다. 이제 제조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확산(AI for Manufacturing)이 대세다. 조선, 자동차, 뿌리 산업 등 전통 제조업에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산업 환경 전반으로 변화될 것이다. 제조 관점에서 살펴보면, 인공지능은 축적된 데이터 분석으로 제조 공정의 최적 운영 방안을 제시하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제조설비 이상 감지, 불량제품 자동검사, 안전관리, 시장 수요 예측 등 생산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불량 사례를 학습함에 따라 공정 불량률이 급감하게 된다. 아울러 더 정확한 분석과 시장 예측이 가능해진다. 조달물류 측면에서는 AI가 물류창고 내 특정 시점, 특정 구역의 혼잡도를 미리 예측해 작업을 할당하고, 최적 경로를 제시해 운송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다음으로, B인 바이오산업을 보자. 유전정보 바탕 생물정보산업(Bioinformatics based on Genome)의 번성이다. 게놈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유전자 분석, 치료 물질 개발, 맞춤형 치료 산업 확대가 새로운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열 것이다. 게놈을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바이오메디컬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헬스케어 등의 융합을 통해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정밀의료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시장성과 성장성을 갖춘 게놈 산업을 신수종산업으로 발전시켜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바이오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핵심 기술인 게놈과 생명, 의료, 농업, 식품 등 다양한 연관 산업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진 게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으로 지역 상업 체질을 강화하고, 다가오는 글로벌 바이오 경제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C, 즉 화학산업을 보자. 미래 첨단 소재 생산을 위한 석유·정밀화학산업(Chem for High Advanced Materials) 육성이다.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부품산업 창출과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큰 핵심 소재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늘려야 한다. 반도체와 함께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도 중점 추진하고 불소 산업단지 조성, 그래핀 산업활성화 등도 그 예가 되겠다. 큰 발전이 예상되는 2차전지와 관련 소재 산업을 들여다보자. 2차전지란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다. 친환경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니켈-카드뮴, 리튬이온, 니켈-수소, 리튬폴리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1차전지가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전지의 수거나 재활용 등에 드는 비용이 많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2차전지는 여러 번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차전지는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캠코더 등 들고 다니는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핵심 소재이며, 부가가치가 높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함께 21 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힌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관련 소재 공급망은 취약하다. 장기적으로 국내 2차전지 소재 생태계 육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의 국산 점유율이 모두 10% 미만이다. 이들 소재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가 존재하지만 이를 만드는 원료 단계로 내려가면 국내 독자 생태계가 전무하다는 점을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략적으로 자국 소재 업체를 키우기보다는 품질이나 원가 경쟁력이 우수한 일본이나 중국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재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음으로 D, 즉 디지털산업화를 보자. 성숙한 기존 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Digital Transformation for Mature Industry)을 활성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통신, 소프트웨어, 로봇 등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성숙하고 발전이 더딘 기업 및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성장한계에 직면한 기존 산업을 디지털로 대전환한다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제조, 금융, 유통, 의료 등 전통 분야를 디지털 기반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청사진과 맞물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반 기술과 적응력이 뛰어난 산업생태계를 확인했다. 한국판 뉴딜은 산업 지형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E, 즉 에너지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산업화하는 에너지 허브(Energy Hub based on New Resources) 육성이다. 수소산업화 추진,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착공, 해상풍력단지 조성, 에너지기관 간 협력사업을 통해 에너지 허브 도시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와 석유공사, SK가스가 함께 울산 북항을 동북아 오일가스허브로 개발하는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울산 북항 내 대규모 상업용 석유제품·천연가스에 대한 탱크터미널 조성과 운영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다. ABCDE를 되내이며 스마트하게(스마트 뉴딜), 인간의 편의를 생각하며(휴먼 뉴딜), 환경을 생각하며(그린뉴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식탁 위의 경제학자들][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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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년 전 10년 위기설을 무색하게 하는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원지였던 미국은 위기 직후 1년 만에 곧바로 활력을 되찾아 올 2월까지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렸다. 2월에 사상 최저의 실업률(3.5%)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발발로 4월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4.7%를 기록했다. 구직자가 거의 모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완전고용에 이르러 경제학자들이 꿈꾸는 ‘자연 실업률’에 도달했다고 노래한 것이 엊그제 같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13배 수준인 거대한 경제가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성장·고용뿐 아니라 미국 경제의 엄청난 ‘회복탄력성’에 세계가 놀라워했다. 미국 경제는 10여 년의 호황기 속에서 엄청난 구조조정과 함께 신사업이 급속히 확대되며 가파른 V자형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회복탄력성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2월의 실업률 수준으로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뒤로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가파른 회복을 보여줬다. 특히 나스닥은 엄혹한 경제 현실에도 5월 15일(현지시간) 9000을 상회하며 등락하고 있다.
다우지수가 연초 이후 여전히 10% 중반 넘게 빠진 상태인 반면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종가 수준을 넘어서며 연초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왜일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감이 여전히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지만, IT주가 선방하면서 나스닥 지수의 상승 전환을 주도한 것이다.
나스닥 지수가 유독 회복이 빨랐던 이유는 상장 종목들이 IT기반 기술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애플과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알파벳, 넷플릭스 같은 대형 IT주들이 코로나19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나스닥을 이끌고 있다. 넷플릭스·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는 연초 대비 두 자리 수의 급등을 보였으며 애플과 페이스북도 연초 기준으로 소폭의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우려로 디지털 기반의 언택트(비대면) 산업, 의약·바이오산업이 포스트 코로나를 선도할 유망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봉쇄령으로 많은 국가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나스닥의 상대적인 주가 호조를 보였을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나스닥의 급격한 반등은 이런 산업 트렌드를 선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차 대유행을 걱정하는 전문가도 있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을 넘겼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경제 재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먼저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분기 경제 상황이 좋든 나쁘든, 시장은 3분기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올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3분기 경제지표에 초점
디지털 뉴딜은 장기적 국가혁신과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꾸려져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나 전자투표시스템, 전자주민증, 에듀테크 등 재원 문제나 각종 이해관계로 추진이 어려웠던 디지털 기반 대형 IT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증가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구축사례로 과거 전자정부를 한국이 주도한 것처럼 IT 기업과 인력이 경험과 자산을 쌓고 해외에도 진출하는 교두보를 만들면 얼마나 좋겠나.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대기업의 인프라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이러한 사업에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제대로 참여해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충격이 전 영역에 걸쳐 현실화하는 경제 전시 상황이다.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위기 이전을 넘어서는 선순환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과 기업의 체질을 점검하고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는 미래 산업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에 맞서 경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미 우리 정부는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즉, DNA를 강조해왔다.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은 고용 감소를 유발할 수 있지만, 전환 과정에서 데이터 입력 등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단순노동 수요도 있어 고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그 근저에 해당하는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 해보자.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의 통과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이는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관련이 크다. 데이터의 수집과 거래를 활성화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금융·의료·교통·공공·산업·소상공인을 데이터 활용 활성화 6대 분야로 선정했다.
네이버·카카오·NHN 등 각광
네이버·카카오·NHN과 같은 기업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와 손잡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성공시켰다. KT가 시작한 케이뱅크가 지지부진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각종 금융상품을 내놓고 핀테크 산업을 제대로 순항시키고 있다. 미래에셋은 네이버와 손을 잡고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켰다. 국내 IT 산업의 양대 산맥이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 금융그룹과 연합을 맺고 한판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에도 연초 대비 크게 늘었다.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플랫폼은 후술하기로 한다.
정부는 DNA와 함께 US, 즉 비대면화(Untact),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SOC Digitalization)를 한국판 뉴딜로 추진하고자 한다. 뉴딜의 기원은 미국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대공황 이후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슬로건으로 뉴딜을 약속하면서 대명사처럼 굳어졌다. 당시 뉴딜 정책 목적은 ‘3R’로, 빈곤층 구제(Relief), 경기 회복(Recovery), 시장 개혁(Reform)이었다. 뉴딜이라는 일자리 프로젝트, 과감한 재정 투입이라는 방법은 같을지 몰라도 디지털 시대에 방향은 다를 수 있다. 뉴딜의 목적은 경기 부양이고 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하나, 그런 과정에서 기업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과 운동장을 조성해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사람 간의 접촉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착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먼저 US에서 U를 보자. 부정의 의미인 Un과 접촉(Contact)이 합쳐져 언택트, 즉 접촉하지 않는다는 ‘비대면’이란 말이 생겼다. 인구와 세대 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인관계를 꺼리는 현상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문자와 데이터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직접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런 현상은 젊은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로나19는 문명의 전환으로 언택트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산업에서도 언택트 비즈니스가 뜨고 주식시장에서 언택트 관련 주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됐지만 언택트의 조짐은 이미 있었다.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쉽게 연락하고 소통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가 펼쳐진 지 오래다. 이제 초연결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져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고, 이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과의 대면에 피로를 느껴 혼자만의 언택트 세계에 빠지는 경향이 늘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동네 곳곳에 있다. 바코드로 물건을 사고 카드나 QR코드로 지불한다. 물론 기계가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객은 알고 있다. 대학가 주변에는 무인 편의점, 무인 카페, 무인 쇼핑몰 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 영화관, 버스·열차 매표소에서는 이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키오스크 설치로 인건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이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기계를 통해서만 생활하게 되면 부작용은 없을까? 소통의 단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 있겠다. 젊은층은 자신이 원하는 접촉만을 추구하면서 사회적인 갈등을 인내하기가 힘들 수 있다. 디지털 커뮤티케이션이 발달하면서 SNS·메신저를 활용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 ‘콜포비아(전화통화 기피증)’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어버이날에 젊은층에서 부모님 댁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은 채 문자나 카톡을 날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해 본다.
산업계에서 비대면은 무인을 넘어서 손대지 않는다는 언택트의 개념 자체로 진화하고 있다. 언택트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고객이 변하면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고, 기존 사업체들은 몰락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유통점인 대형마트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하기에 아마존 주가는 코로나19에도 상승했다. 집 앞에 이마트가 있어도 사람들의 태도와 습관이 변했기 때문에 쿠팡으로 주문하는 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사람 만나는 것을 불편해하고 빨리 원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배달의민족으로 주문한 음식을 문 앞에 두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언택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모르겠으나 중년층이나 20~30대에게 언택트는 편리함 그 자체다. 스타벅스에는 사이렌 오더가 있다. 점원에게 주문하지 않고, 자리부터 잡고 앉아서 앱으로 주문한다. 줄 서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내 음료가 나오면 점원이 별명을 불러준다. 자리로 곧바로 음료를 가져오면 그만이다. 맥도날드에는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이 급증하고 있다. 모두 언택트 서비스이다. 계산대에서 점원을 만나지 않아도 되기에 훨씬 편리하고 빠르다. 언택트는 앱과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활용한 가상 서비스 체험, 로봇을 활용한 쇼핑, 가사, 노동 등 더욱 진화된 서비스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화상통신과 앱을 활용한 보건소 등의 원격진료, 의료기관의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 인공지능 원격교육 플랫폼 등을 비대면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US에서 S를 보자. 예를 들어 노후 도로와 철도를 전산으로 관리하고 첨단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SOC 디지털화는 성장과 일자리 모두에 득이 될 수 있다. 기존 공공사업이 정부 주도형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나라 돈을 쓰는 뉴딜사업도 대기업만 과실을 따먹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 만약 그런 우려가 있다면 일반 SOC 사업처럼 민간 투자형 공공사업을 도입해 대기업이 자본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중소기업과 협력해야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상황인 만큼 IT 대기업이 축적한 자산과 경험을 널리 활용하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판 뉴딜의 ABCDE
다음으로, B인 바이오산업을 보자. 유전정보 바탕 생물정보산업(Bioinformatics based on Genome)의 번성이다. 게놈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유전자 분석, 치료 물질 개발, 맞춤형 치료 산업 확대가 새로운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열 것이다. 게놈을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바이오메디컬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헬스케어 등의 융합을 통해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정밀의료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시장성과 성장성을 갖춘 게놈 산업을 신수종산업으로 발전시켜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바이오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핵심 기술인 게놈과 생명, 의료, 농업, 식품 등 다양한 연관 산업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진 게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으로 지역 상업 체질을 강화하고, 다가오는 글로벌 바이오 경제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C, 즉 화학산업을 보자. 미래 첨단 소재 생산을 위한 석유·정밀화학산업(Chem for High Advanced Materials) 육성이다.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부품산업 창출과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큰 핵심 소재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늘려야 한다. 반도체와 함께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도 중점 추진하고 불소 산업단지 조성, 그래핀 산업활성화 등도 그 예가 되겠다. 큰 발전이 예상되는 2차전지와 관련 소재 산업을 들여다보자. 2차전지란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다. 친환경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니켈-카드뮴, 리튬이온, 니켈-수소, 리튬폴리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1차전지가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전지의 수거나 재활용 등에 드는 비용이 많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2차전지는 여러 번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차전지는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캠코더 등 들고 다니는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핵심 소재이며, 부가가치가 높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함께 21 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힌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관련 소재 공급망은 취약하다. 장기적으로 국내 2차전지 소재 생태계 육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의 국산 점유율이 모두 10% 미만이다. 이들 소재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가 존재하지만 이를 만드는 원료 단계로 내려가면 국내 독자 생태계가 전무하다는 점을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략적으로 자국 소재 업체를 키우기보다는 품질이나 원가 경쟁력이 우수한 일본이나 중국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재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음으로 D, 즉 디지털산업화를 보자. 성숙한 기존 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Digital Transformation for Mature Industry)을 활성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통신, 소프트웨어, 로봇 등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성숙하고 발전이 더딘 기업 및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성장한계에 직면한 기존 산업을 디지털로 대전환한다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제조, 금융, 유통, 의료 등 전통 분야를 디지털 기반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청사진과 맞물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반 기술과 적응력이 뛰어난 산업생태계를 확인했다. 한국판 뉴딜은 산업 지형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환경친화적 그린뉴딜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식탁 위의 경제학자들][명작의 경제][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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