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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대중을 사로잡은 글로벌기업의 스토리 전략
‘이 차는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나 있어서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일하는 크루트 크로너라는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

1961년 폭스바겐은 불량 판정을 받은 차량을 언급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결점이 있는 상품을 광고에 언급하는 것은 지금도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요란한 겉치레를 빼버린 대신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는 효과를 불러왔다. 40여년이 지난 뒤 여론조사에서 ‘세계 최고의 광고’로 인정받았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 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저자는 이 책이 전통적인 마케팅 입문서 대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기업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힘이 있다. 기업의 이야기는 광고보다 강력한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앞다퉈 브랜드에 얽힌 사연이나 기업의 전설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한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써 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회사 철자를 잘못 썼어요, 구글’, ‘‘저스트 두잇’의 탄생’, ‘포크레인을 구입하면 롤스로이스가 에스코트합니다’, ‘5126번의 실패가 만든 다이슨 청소기’, ‘턱시도를 입은 토끼, 플레이보이’, ‘디즈니랜드의 주차요원 교육하기’ 등 60개 기업의 다양한 기업의 이야기를 담았다. 패디파워 회장인 폴 스위니는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라고 추천했다.

직원들은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딱딱한 워크숍보다 효과적이다. ‘포로는 왜 감옥에서 펭귄을 그렸을까’의 챕터에는 펭귄 출판사가 자랑하는 가장 귀중한 자산으로 손꼽는 스토리가 들어있다.

1987년 영국 성공회 대주교인 테리 웨이트가 무슬림 단체에 납치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납치범들은 그에게 호의를 베푼다며 읽고 싶은 책을 말하게 했는데, 테리 웨이트는 “책 귀퉁이에 새가 그려진 책이면 아무거나 좋다”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그 새가 무엇인지 검은색과 흰색으로 된 새, 펭귄을 그려줬다. 펭귄출판사의 심볼이었다. 5년 뒤 납치에서 풀려났을 때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거라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읽을 만하리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된 브랜드야말로 기업의 강력한 부이자 자산이라고 말한다.

나이키의 인사 교육을 책임지는 넬슨 패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이키가 얼마나 흑자를 보았다거나 전략이 어떻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자일스 루리는 세계적인 다국적 광고회사 DDB와 JWT, 리서치회사 HPI리서치그룹, CI컨설팅사 스프링포인트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하며 광고, 리서치, 브랜드 등 마케팅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활약했다. 유니레버, 켈로그, 소니에릭슨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고 그가 진행한 광고와 프로모션은 IPA 광고 효과상을 두 번 수상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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