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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패션기업, 무신사·29CM 따라하기 급급] ‘프리미엄’ ‘고급’ 전략이 MZ세대에게 통할까?

[전통 패션기업, 무신사·29CM 따라하기 급급] ‘프리미엄’ ‘고급’ 전략이 MZ세대에게 통할까?

한섬·삼성물산·신세계인터내셔날 잇달아 온라인 편집숍 런칭
(왼쪽부터) 한섬이 전개하는 온라인 편집숍 ‘EQL’, LF의 ‘아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셀렉트 449’.
29초 짧은 영상이 펼쳐진다. 영상 속 여성은 잔디밭에서 강아지와 함께 웃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개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SNS 게시물처럼 보이지만, 이 영상은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상품 홍보용이다. 대중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며, 영상 속 주인공이 입고 있는 셔츠와 모자, 바지 등을 바로 구입한다. 영상 하단에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로 바로 연결되는 아이콘이 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요즘 MZ세대(1980~2000년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 Z세대를 아우르는 신조어)의 쇼핑법이다.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일명 ‘태생이 온라인인 쇼핑몰(온라인을 기반으로 개발된 홈페이지)’이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인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 매출액은 2018년 1072억5600만원에서 2019년 2197억3800만원으로 증가했고, 29CM는 2018년 94억7800만원에서 2019년 150억1100만원으로, 스타일쉐어는 2018년 122억5500만원에서 2019년 305억1900만원으로 올랐다. 각각 1년 사이에 약 104%, 58%, 149% 성장했다.

이에 자사 브랜드 제품 판매만 고집하던 전통 패션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온라인 태생 쇼핑몰처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눈에 확인하고, 손쉽게 살 수 있는 ‘온라인 편집숍’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전통 패션기업의 움직임에 업계 시선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현재 무주공산인 ‘프리미엄 온라인 편집숍’ 자리를 잘 꿰차고 있다”고 평가하고, 한편에선 “온라인 태생 홈페이지 따라하기에 급급하고 그들만의 새로운 마케팅은 없다”고 지적한다.
 전통 패션기업 “우리도 타사 제품 팔아요”
한섬은 5월 온라인 편집숍 ‘EQL’을 론칭했다. EQL에만 판매하는 캐주얼 브랜드 ‘레어뷰’를 출시하고, ‘타임’과 ‘시스템’ 등 한섬에서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판매한다. 또 한섬이 선별한 200여개의 타사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의 제품도 판매한다. LF는 주요 타깃층을 나눠 두 개의 온라인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16~32세의 젊은 층을 주요 고객으로 ‘어라운드더코너닷컴’을, 30~40세의 젊은 남성을 주요 고객으로 한 ‘아우’를 열었다.

기존에 있었던 자사 패션 쇼핑몰 홈페이지 안에 한 카테고리로 온라인 편집숍을 연 전통 패션기업도 있다. 삼성물산은 자사 통합 쇼핑몰인 SSF샵에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 ‘어나더샵’을 마련했다. 신세계인터 내셔날은 공식 온라인몰 S.I.VILLAGE에 온라인 편집숍인 ‘셀렉트 449’를 꾸렸다.

전통 패션기업들이 내거는 슬로건은 대부분 비슷하다. 바로 ‘고급 패션’ ‘프리미엄 제품’이다. 수천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기존의 온라인 태생 편집숍과 달리, 전통 패션기업의 종사자들이 직접 발굴하고 선별한 브랜드 제품만 판매한다는 콘셉트다. 온라인 태생의 편집숍이 4만~5만원대의 저가의 패션 제품을 판매했다면, 전통 패션기업이 전개하는 온라인 편집숍은 수십만원을 넘는 중고가의 패션 제품이 판매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다양한 제품을 가져와 판매만 하는 온라인 편집숍과 달리, 전통 패션기업은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운영하는 브랜드가 있어 할인율이 파격적인 것도 특징이다. 온라인 편집숍을 운영하는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기업들이 단순 의류 제조사에서 이제는 온라인 편집숍을 운영하며 유통사까지 된 격”이라며 “온라인 편집숍에서는 백화점 등 유통사에 드는 비용이 빠지기 때문에 패션기업은 온라인에서 기존 판매 금액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내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트 커머스’로 진화하는 온라인 태생 편집숍
그러나 전통 패션기업이 선보이고 있는 온라인 편집숍이 아직은 기존의 온라인 태생 편집숍 ‘따라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온라인 태생 편집숍은 발 빠른 마케팅 전략으로 동영상 중심의 ‘콘텐트 커머스’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패션기업의 온라인 편집숍은 그 속도가 늦은 실정이다.

한섬의 EQL,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셀렉트 449, 삼성물산의 어나더샵은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고, LF가 전개하는 아우와 어라운드더코너닷컴은 기존 온라인 태생 편집숍에서 인기를 끈 카테고리를 따와 운영하고 있다. 아우는 스타일쉐어에서 진행하는 스타일 공유 방법과 비슷한 ‘스타일 찾기(Style Finder)’를 마련했고, 어라운드더코너닷컴은 무신사에서 진행해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끈 ‘상품별 실시간 랭킹 공개’를 따라 일간베스트 랭킹을 선보인다.

이에 반해 무신사, 29CM, 스타일쉐어는 영상과 사진 등 콘텐트를 활용한 커머스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콘텐트 시청과 쇼핑의 경계를 무너뜨린 새로운 형태다. 무신사는 유튜브 무신사TV를 열고 ‘1분 코디법’ 등과 같은 영상을 올리고 있고, 29CM은 29TV를 출시해 29초 영상을 보며 영상 속 제품을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 편집숍을 구성했다. 스타일쉐어 역시 소비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패션을 올리고 이를 공유해 쇼핑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운영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본력 싸움이기 때문에 대자본을 지닌 패션기업들이 나중에는 온라인 편집숍 시장도 장악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현재로썬 뒤처지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고급화 전략보다는 공감과 특유의 감성을 살려야 하는데 전통 패션기업은 이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MZ세대에게 온라인 쇼핑몰은 단순 쇼핑 창구가 아닌 디지털 놀이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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