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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車’ 코나, 리콜에도 불씨 여전] 4개뿐인 배터리 온도센서로 배터리 문제 잡겠다?

[‘火車’ 코나, 리콜에도 불씨 여전] 4개뿐인 배터리 온도센서로 배터리 문제 잡겠다?

학계 “불가능” “임시방편 그칠 것” 지적… 셀 납품 LG화학은 ‘반발’, 차주는 ‘소송’
지난해 7월 28일 강원도 강릉시 한 사무실 옆 노상에서 주차 중이던 코나 일렉트릭 차량이 불타고 있다. / 사진:강릉소방서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 붙은 ‘불나(불+코나)’ 꼬리표를 떼기 위한 현대자동차의 ‘자발적 시정 조치(리콜)’가 되레 불씨로 변했다.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셀 불량을 꼽고도 정작 리콜 방안에는 배터리 일부 교체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침만을 담아서다. 당장 코나 일렉트릭 리콜은 안전성 논란으로 옮겨 붙었고, 현대차에 코나 배터리셀을 납품한 LG화학은 “배터리셀 불량을 단정할 수 없다”며 불씨를 키우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배터리셀이 문제라면 일부 교체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10월 16일부터 코나 일렉트릭 2만5564대에 대한 배터리 점검 후 일부 교체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 리콜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만든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지만, 2018년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총 13건의 화재가 발생한 데 따른 선제 조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충전 완료 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배터리셀을 점검해 과도한 셀간 전압 편차,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이 감지될 경우에 한해 배터리를 교체하고 BMS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리콜 방침이 화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현대차가 정한 ‘배터리 점검 후 교체’라는 리콜 방침이 화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셀 전압 편차가 크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발생한 배터리를 교체 하겠다 했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배터리셀 불량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자동차학)는 “코나 일렉트릭에는 3개 셀을 병렬로 연결해 구성한 배터리셀 98개가 장착돼 있다”며 “전압과 온도만으로 전체 294개 배터리셀 이상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가절감’에 배터리 모듈당 온도센서는 0.8개
특히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차가 배터리 점검 과정에서 배터리셀 이상을 감지할 센서 자체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코나일렉트릭 화재사고(2019년 7월 28일) 법안전감정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에 98개 배터리셀을 각 5개의 모듈로 구성해 장착하고도 배터리 온도 센서는 4개를 부착해둔 데 그쳤다. 배터리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온도센서가 배터리 모듈 각각에 1개씩도 부착돼 있지 않은 셈이다. 98개 배터리셀의 전압 등을 제어·감시하는 장치(CMU) 역시 5개로 모듈당 1개 수준에 불과했다.

박철완 교수는 “배터리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틀렸고, 그나마 데이터를 확보할 수단도 부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6년 삼성전자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배터리 전압과 온도 변화 등으로 배터리 교체를 판단할 수 있다 했지만, 결국 전량 교체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제조물책임법 전문 하종선 변호사는 “배터리 화재의 경우는 그 원인을 찾고 또 해결하기가 어렵다”면서 “코나 일렉트릭 차량 화재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선 센서가 핵심인데 원가절감 등으로 센서마저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배터리 일부 교체와 함께 코나 일렉트릭 리콜 방안에 담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안전성 도마에 올랐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어 관리하는 BMS를 업데이트해 화재 가능성이 불거질 경우 차량에 경고등이 켜지게 하고, 소유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조치는 현대차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터리셀 불량과 동떨어져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BMS 업데이트를 통한 화재 사전 감지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기술로서는 BMS가 전기차 배터리 전압을 100% 통제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푼다?
현대차가 하드웨어 제작 결함 해결 조치로 매번 꺼내 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또 꺼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이른바 결함 시정 만능키로 써왔다. 현대차는 2015년 아반떼 전동식 조향장치(MDPS) 센서 작동 불능과 2016년 제네시스 G80 시동 꺼짐 결함에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결함 개선 방법으로 사용했다. 2017년에는 8단 자동변속기 기어 5단 고정 결함에도 미션 제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무상수리)를 적용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하드웨어 결함을 소프트웨어로 덮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실제 BMS 업데이트는 코나 일렉트릭 화재 예방에 실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실이 국교통안전공단(TS)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 이미 BMS 무상 업데이트를 진행했으나, 이후 화재 사고는 3건이나 더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영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3월의 BMS 업데이트는 ‘배터리셀 전압 편차 및 절연저항 상태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경고등이 들어오고 소유자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도록 하는 것’으로 현대차가 지난 16일부터 진행한 BMS 업데이트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코나 리콜, 화재 예방 ‘불완전’ 인정한 현대차
더 큰 문제는 현대차도 코나 일렉트릭 리콜 방안의 불안정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사장은 지난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술상, 제작상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결책은 일부 찾았으며 리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리콜 적정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토로한 셈이다. 실제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는 국토교통부 지시에 따라 지난해 9월 26일부터 현재까지 1년 넘게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따른 제작결함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나 일렉트릭 화재의 불씨는 국토교통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차량 화재에 대한 리콜 적정성 검토가 2018년 BMW 화재 사태와 달라서다. 2018년 8월 국토교통부는 연이은 화재가 발생한 BMW에 대해 리콜 적정성이 판단될 때까지 ‘운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BMW가 화재 유발 제작 결함에 따라 리콜을 결정한 국내 판매 차량 10만6317대 중 36대(2018년)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는 등 화재 비율이 높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국내 리콜 대상 차량 중 2만5564대 중 6대(2020년)에서 화재가 발생해 BMW 대비 화재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리콜 적정성 검토에 돌입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현대차의 리콜 안전성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진환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관은 “제작사(현대차)에서 ‘이런(배터리셀 제조 불량) 원인으로 추정되고 리콜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해 리콜이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7월 18일 BMW의 리콜 계획서를 “내용이 빈약하다”며 반려했던 것과 대조된다. ‘리콜 방안에 지난 3월 무상수리에 적용한 BMS 업데이트가 동일하게 들어갔다’는 지적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3월 무상수리에는 배터리 이상 감지 시 충전 중단 기능이 없었지만, 이번에 새로 포함됐다. 배터리 이상 감지 성능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리콜 책임 공방에 소비자 소송까지 일파만파
이런 가운데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불씨는 업체 간 책임공방 등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당장 코나 일렉트릭에 들어가는 배터리셀을 생산·납품한 LG화학은 “현대차와 함께 한 재연 실험에서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배터리셀 불량이 화재 원인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코나 일렉트릭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셀이 아닌 팩 형태로 장착된다. 이때 셀을 팩으로 팩을 다시 모듈로 구성하는 설계는 모두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맡았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셀이 전기차 화재의 장작이 될 수는 있겠지만, 화재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코나 일렉트릭 리콜 방안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나온다. 코나 일릭트릭 차주 김모씨는 “불나기 전에 알려주는 리콜이 무슨 리콜이냐”라고 말했다.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선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 움직임도 시작됐다. 10월 16일 현재 1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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