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 ‘감자빵’ 어디까지가 레시피 표절?] 요리 레시피, 저작권법 보호 X 특허권 보호 O
[‘덮죽’ ‘감자빵’ 어디까지가 레시피 표절?] 요리 레시피, 저작권법 보호 X 특허권 보호 O
특허권 심사 까다롭고, 20년 후엔 효력 없어져 최근 요식업계가 레시피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공개된 죽 형태 요리 ‘덮죽’을 어느 기업이 그대로 베껴 프랜차이즈 사업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방송에서 소개한 원조 덮죽은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한 상인이 직접 개발한 음식이다. 문제는 방송 후 이 레시피를 똑같이 따라 한 음식을 대표메뉴로 내세운 ‘덮죽덮죽’이라는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것.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은 ‘백종원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메뉴 덮죽을 외식업 전문 연구진이 수개월간 더 자체개발해 ‘덮죽덮죽’으로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포항의 원조 덮죽 사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덮죽 사장은 “저는 다른 지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레시피를) 뺏어가지 말아주세요, 제발”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레시피 표절 논란 문제가 불거지자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는 지난 10월 12일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 대표는 “마땅히 지켜야 할 상도의를 지키지 않고, 대표님께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제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덮죽덮죽’ 브랜드는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덮죽덮죽 사업을 모두 접었다. 비슷한 시기 레시피 표절 논란으로 판매 중이던 상품을 모두 수거하고, 전체적으로 레시피와 디자인을 바꾸는 사례도 나왔다. SPC의 파리바게뜨가 내놓은 ‘강원 감자빵’ 이야기다. 파리바게뜨는 10월 초 강원도 평창군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강원지역 농가에서 감자 50t을 사들여, 이를 활용한 감자빵을 선보였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의 감자빵은 강원도 춘천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빵을 판매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으로부터 레시피를 표절 당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파리바게뜨는 출시한지 사흘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SPC는 “비슷한 제품을 이미 중국에서 선보인 바 있어 표절은 아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빵 모양과 레시피를 새롭게 바꿔, 표절 논란에서 벗어난 새로운 2종의 감자빵을 다시 만들어 출시했다.
레시피 표절 문제는 왜 자꾸 불거지는 것일까.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인간의 사상 및 감정 등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인정한다. 문제는 레시피는 창작물이 아닌 ‘사람의 아이디어’라고 보기 때문에 저작권법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레시피는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레시피로 만든 요리도 저작물이 아닌 셈이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서 음식을 만든 후 이를 재판매해도 저작권법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청에 특허권을 신청해 레시피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는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특허권이란 ‘이미 알려진 기술이 아닌’ ‘선행기술과 다른 것이라도 그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낼 수 없는’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해 부여하는 법적 권한을 말한다. 특허청정보검색 서비스를 통해 특허권을 받은 레시피와 제조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예로 자장면을 검색하니, 새우 자장면 레시피가 특허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허권을 받은 레시피는 출원일로부터 20년 동안 국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레시피 특허를 받기 위해서 요리과정을 모두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해야 하는 등 심사 과정이 까다롭고, 특허출원을 받은 20년 후에는 특허권이 소멸돼 요리법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요리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계량화해서 페이퍼로 모두 세세하게 공개해야 특허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누가 자신만의 레시피를 자세하게 공개하고 싶어하겠나”며 “코카콜라가 특허를 받지 않고 지금까지도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레시피 특허권 신청이 꺼려지더라도 상표권은 최대한 빠르게 신청하라”고 조언한다. 개발한 음식을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로고와 이름 등이 더해진 상표권이라도 빨리 등록해두면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음식 상표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때 상표권은 같은 이름이라면, 첫 번째로 등록한 사람을 보호하는 선출원주의가 작용하기 때문에 개발한 요리 상표가 정해지면 빨리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 도용 사건을 소송할 수도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법은 지난 9월 더욱 강화되어 내년 4월부터 ‘고의적인 아이디어 탈취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 배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업자는 부정경쟁행위 시정권고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박범일 글로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레시피 도용 문제로 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피해자 레시피를 100% 베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레시피를 최대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레시피를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나 따라 해도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이를 활용해 큰 수익을 노린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레시피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세한 조건을 달아서 공개할 것을 추천했다. 박 변호사는 “공개하는 레시피에 ‘자체 개발했고 이를 도용할시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적어두면, 나중에 표절 문제가 생겼을 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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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표절 논란 문제가 불거지자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는 지난 10월 12일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 대표는 “마땅히 지켜야 할 상도의를 지키지 않고, 대표님께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제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덮죽덮죽’ 브랜드는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덮죽덮죽 사업을 모두 접었다.
유튜브 따라 만들어 판매해도 저작권법상 문제없어
레시피 표절 문제는 왜 자꾸 불거지는 것일까.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인간의 사상 및 감정 등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인정한다. 문제는 레시피는 창작물이 아닌 ‘사람의 아이디어’라고 보기 때문에 저작권법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레시피는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레시피로 만든 요리도 저작물이 아닌 셈이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서 음식을 만든 후 이를 재판매해도 저작권법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청에 특허권을 신청해 레시피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는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특허권이란 ‘이미 알려진 기술이 아닌’ ‘선행기술과 다른 것이라도 그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낼 수 없는’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해 부여하는 법적 권한을 말한다. 특허청정보검색 서비스를 통해 특허권을 받은 레시피와 제조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예로 자장면을 검색하니, 새우 자장면 레시피가 특허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허권을 받은 레시피는 출원일로부터 20년 동안 국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레시피 특허를 받기 위해서 요리과정을 모두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해야 하는 등 심사 과정이 까다롭고, 특허출원을 받은 20년 후에는 특허권이 소멸돼 요리법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요리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계량화해서 페이퍼로 모두 세세하게 공개해야 특허권을 획득하게 되는데 누가 자신만의 레시피를 자세하게 공개하고 싶어하겠나”며 “코카콜라가 특허를 받지 않고 지금까지도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며 말했다.
상표권은 최대한 빠르게 신청하는 게 유리
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 도용 사건을 소송할 수도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법은 지난 9월 더욱 강화되어 내년 4월부터 ‘고의적인 아이디어 탈취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 배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또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업자는 부정경쟁행위 시정권고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박범일 글로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레시피 도용 문제로 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피해자 레시피를 100% 베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레시피를 최대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레시피를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어느 누구나 따라 해도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이를 활용해 큰 수익을 노린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레시피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세한 조건을 달아서 공개할 것을 추천했다. 박 변호사는 “공개하는 레시피에 ‘자체 개발했고 이를 도용할시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적어두면, 나중에 표절 문제가 생겼을 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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