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에 시름 깊어진 사모 투자 시장] 사모펀드 사고 불안감에 1년새 개인투자자 절반 ‘증발’
[보릿고개에 시름 깊어진 사모 투자 시장] 사모펀드 사고 불안감에 1년새 개인투자자 절반 ‘증발’
판매처 ‘개점휴업’, 수탁사 외면… 시장 위축 길어질 듯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에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이 이어지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주요 판매처인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사모펀드 관련 감독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상품 취급을 꺼리고 있다.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감은 수탁사들의 외면으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와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내걸며 각광받았던 사모펀드들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액은 19조3413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9년 6월말 39조412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지 1년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모펀드 판매처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단 지난해 파생결합증권(DLF) 원금 손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에서는 사모펀드 등 ‘고난도 금융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했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전문투자형 사모 운용사들의 펀드는 사실상 은행을 통한 판매가 어려워졌다.
증권사들은 사모펀드를 취급하고는 있지만 사모펀드라는 단어가 붙으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동으로 연상되는 분위기 탓에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라임자산운용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보릿고개 속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업계 선두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에서 헤지펀드 수익률 선두 운용사로 명성을 쌓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마저도 수탁액이 줄었다. 지난 2019년초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수탁액은 1조9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부각되면서 2020년 초 1조5500억원까지 줄더니 지난 7월 1조2100억원까지 위축된 상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측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해 7월 공모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뒤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두 달 뒤인 2019년 9월에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 증권자투자신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펀드는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1600억원 가량까지 성장했다. 차문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탁고가 줄어들었지만,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들어왔다”며 “라임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이 더욱 깐깐해진 측면이 있는데 그래도 사모로 자금을 굴려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에서도 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공모 펀드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에 다시 투자(재간접)하는 방식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공모펀드기 때문에 최소투자금 제한이 없다. 사모펀드가 위축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에서도 환매 연기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 문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9월 사모재간접 펀드인 ‘키움 글로벌 얼터너티브 증권투자신탁’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H2O가 운용하는 ‘H2O 멀티본드’와 ‘H2O 알레그로’ 펀드 등을 편입한 재간접형 공모펀드였다. 이에 앞서 브이아이자산운용도 H2O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의 환매 중단을 알렸다. 두 펀드의 규모는 각각 3600억원, 1000억원으로 H2O와 관련해서만 4600억원의 투자자 자금이 묶인 셈이다. 교보증권은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사모투자신탁’의 환매에 문제가 생겼다. 이 펀드는 홍콩 기반 운용사 탠덤이 운용하는 미국 역외펀드 ‘탠덤크레디트 퍼실리티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였다. 교보증권 측은 지난 3월에도 환매가 어렵다며 만기를 6개월 연장했으나 결국 환매 중단에 들어갔다. 회계법인 실사에서는 이 펀드 자산 중 98%가 부실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투자금 전액 손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보니 중소형사들과 신규 운용사들은 새로 펀드를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이은 사모펀드 관련 사고 속에 수탁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법규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재산을 수탁회사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 펀드 자산과 자금의 관리 역시 수탁사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수탁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펀드를 내놓지 못한다.
국내에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시중 은행 13곳과 대형 증권사 6곳, 한국증권금융 등 20곳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행정지도 형식으로 수탁서비스 회사들의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보고 의무를 요구하면서 수탁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이 법령이나 약관을 위반했다고 의심되면, 수탁사에서 확인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 사모펀드 수탁시에는 예외를 인정했으나 올해 초 수탁사 의무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고삐를 죄고 있다. 수탁사들은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해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실사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어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사를 진행한다 해도 운용 관련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마저도 어느 정도 운용 성과가 검증된 대형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금융업계에서는 중소형 운용사들에게는 수수료와 관계없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모펀드 신규 설정 건수는 곤두박질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회의원(국민의 힘)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일 평균 신규 설정 건수는 2018년 17건, 2019년 18.5건이었으나 올해는 4.1건으로 크게 줄었다. 2019년 4월 805건에 이르던 월간 신규 설정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건수도 계속해서 감소해 올해 7월 24건까지 줄어들었다. 유의동 의원은 “라임과 옵티머스 등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겼다”며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재정비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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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저금리 시대에도 고수익을 내걸며 각광받았던 사모펀드들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액은 19조3413억원에 그쳤다. 지난 2019년 6월말 39조412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지 1년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1년새 개인투자자 판매액 반토막
증권사들은 사모펀드를 취급하고는 있지만 사모펀드라는 단어가 붙으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동으로 연상되는 분위기 탓에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라임자산운용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보릿고개 속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업계 선두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업계에서 헤지펀드 수익률 선두 운용사로 명성을 쌓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마저도 수탁액이 줄었다. 지난 2019년초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수탁액은 1조9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부각되면서 2020년 초 1조5500억원까지 줄더니 지난 7월 1조2100억원까지 위축된 상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측은 그래도 사정이 낫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해 7월 공모운용사 인가를 획득한 뒤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두 달 뒤인 2019년 9월에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 증권자투자신탁’을 내놓기도 했다. 이 펀드는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1600억원 가량까지 성장했다. 차문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탁고가 줄어들었지만,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들어왔다”며 “라임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이 더욱 깐깐해진 측면이 있는데 그래도 사모로 자금을 굴려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에서도 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공모 펀드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에 다시 투자(재간접)하는 방식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공모펀드기 때문에 최소투자금 제한이 없다. 사모펀드가 위축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에서도 환매 연기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 문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9월 사모재간접 펀드인 ‘키움 글로벌 얼터너티브 증권투자신탁’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H2O가 운용하는 ‘H2O 멀티본드’와 ‘H2O 알레그로’ 펀드 등을 편입한 재간접형 공모펀드였다. 이에 앞서 브이아이자산운용도 H2O가 운용하는 펀드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의 환매 중단을 알렸다. 두 펀드의 규모는 각각 3600억원, 1000억원으로 H2O와 관련해서만 4600억원의 투자자 자금이 묶인 셈이다. 교보증권은 ‘교보증권 로열클래스 글로벌M 전문사모투자신탁’의 환매에 문제가 생겼다. 이 펀드는 홍콩 기반 운용사 탠덤이 운용하는 미국 역외펀드 ‘탠덤크레디트 퍼실리티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 펀드였다. 교보증권 측은 지난 3월에도 환매가 어렵다며 만기를 6개월 연장했으나 결국 환매 중단에 들어갔다. 회계법인 실사에서는 이 펀드 자산 중 98%가 부실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투자금 전액 손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보니 중소형사들과 신규 운용사들은 새로 펀드를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이은 사모펀드 관련 사고 속에 수탁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법규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재산을 수탁회사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 펀드 자산과 자금의 관리 역시 수탁사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수탁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펀드를 내놓지 못한다.
국내에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시중 은행 13곳과 대형 증권사 6곳, 한국증권금융 등 20곳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행정지도 형식으로 수탁서비스 회사들의 사모펀드 운용사 감독·보고 의무를 요구하면서 수탁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이 법령이나 약관을 위반했다고 의심되면, 수탁사에서 확인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 사모펀드 수탁시에는 예외를 인정했으나 올해 초 수탁사 의무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고삐를 죄고 있다.
월별 신규 설정 건수 두자릿수로 곤두박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모펀드 신규 설정 건수는 곤두박질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회의원(국민의 힘)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일 평균 신규 설정 건수는 2018년 17건, 2019년 18.5건이었으나 올해는 4.1건으로 크게 줄었다. 2019년 4월 805건에 이르던 월간 신규 설정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건수도 계속해서 감소해 올해 7월 24건까지 줄어들었다. 유의동 의원은 “라임과 옵티머스 등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생겼다”며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재정비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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