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요구 커지는 농협중앙회장] 250만 조합원 중 293명 대의원이 간접 선출... 선거 때마다 잡음
[‘직선제’ 요구 커지는 농협중앙회장] 250만 조합원 중 293명 대의원이 간접 선출... 선거 때마다 잡음
힘 못쓰는 NH농협금융지주, ‘모피아’ 문제도 고질병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지주회사에서 수장들의 연임과 책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실적개선, 조직통합이라는 장점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1인 지배체제 공고화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사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채용비리와 인사문제는 피할 수 없는 덫이다. 심지어 일부 은행권에선 금융지주사 회장을 선출하는 추천위원회 인사로 회장 측 사람을 심어 놓으면서 연임의 길을 미리 닦아 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금융지주사가 주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이 주인인 농협의 경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의 회장을 뽑을 때 각 지역 조합장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NH농협금융지주가 따로 있지만 농협중앙회를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하는 것은 농협중앙회가 실질적 금융지주사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도 다른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인 방식을 따른다. 약 250만명의 조합원이 각 지역의 조합장 1118명을 선출하고, 이들 가운데 293명이 대의원 자격을 얻어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한다. 간선제 방식이다. 원래부터 이런 선거 방식을 따랐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1100여 명의 전국 조합장 전원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운동 문제가 반복되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현행 간선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조합원 전원의 뜻을 회장 선거에 반영하기 어려운 점이 간선제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93명 중 과반만 확보하면 이른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행 회장 선출 방식이 민주적 운영을 강조하는 협동조합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6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이원택·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1월에 개정안을 냈다.
이원택 의원과 농협조합장 모임 정명회,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11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조합원 직선제로 이뤄지고 있는 농협 조합장 선거와 달리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대의원 조합장들의 투표로 선출되다보니 체육관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장 선출 과정도 문제지만, 회장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인사를 통해 조직이 흔들리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장차관을 임명하듯,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면 은행장도 대폭 물갈이된다. 이는 다른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벌어지는 인사 과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농협금융지주 계열 CEO를 결정하는 일이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마다 새로 뽑는데, 이에 맞춰 계열사 CEO도 사표를 제출하고 농협중앙회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 이미 절차를 거쳐 선임된 CEO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사표를 반려하거나 수리하는 결정이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농협 계열사 CEO의 임기도 짧은 편이다. 계열사 대표의 임기는 1년이고 1년 연임하는 정도다. 하지만 연임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될 만큼 쉽지 않다. 거의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된 이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두 달 만에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들이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이대훈 농협은행장 사표는 수리됐다. 그 자리엔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임명됐다. 농협중앙회가 실질적 금융지주 역할을 하면서 NH농협금융지주가 지주회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3년 신동규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지금 상황에서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를 시작한 지 11개월 만이었다.
당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힘겨루기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협중앙회는 대주주로서 인사권 등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지주 측에서는 중앙회가 아니라 금융업계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신 전 회장의 사임으로 결론이 났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4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제 14대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면서 다음 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선출된 이후 거취 문제가 불거진 바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편한 동거를 서둘러 끝낸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이 임명되고 있는 상황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외부 인사가 도맡아왔다. 주로 관료 출신이 많았다.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전 회장을 비롯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광수 회장도 관료 출신이었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모피아(재무부 출신+마피아)라는 평가도 받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 중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농협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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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금융지주사가 주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이 주인인 농협의 경우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의 회장을 뽑을 때 각 지역 조합장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NH농협금융지주가 따로 있지만 농협중앙회를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하는 것은 농협중앙회가 실질적 금융지주사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도 다른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인 방식을 따른다. 약 250만명의 조합원이 각 지역의 조합장 1118명을 선출하고, 이들 가운데 293명이 대의원 자격을 얻어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한다. 간선제 방식이다. 원래부터 이런 선거 방식을 따랐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1100여 명의 전국 조합장 전원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운동 문제가 반복되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현행 간선제로 바뀌었다.
대의원이 중앙회장 선출, 선거 때마다 잡음
이원택 의원과 농협조합장 모임 정명회,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11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조합원 직선제로 이뤄지고 있는 농협 조합장 선거와 달리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대의원 조합장들의 투표로 선출되다보니 체육관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장 선출 과정도 문제지만, 회장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인사를 통해 조직이 흔들리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장차관을 임명하듯,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면 은행장도 대폭 물갈이된다. 이는 다른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벌어지는 인사 과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농협금융지주 계열 CEO를 결정하는 일이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마다 새로 뽑는데, 이에 맞춰 계열사 CEO도 사표를 제출하고 농협중앙회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 이미 절차를 거쳐 선임된 CEO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사표를 반려하거나 수리하는 결정이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농협 계열사 CEO의 임기도 짧은 편이다. 계열사 대표의 임기는 1년이고 1년 연임하는 정도다. 하지만 연임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될 만큼 쉽지 않다. 거의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된 이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두 달 만에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들이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이대훈 농협은행장 사표는 수리됐다. 그 자리엔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임명됐다.
NH농협금융지주엔 ‘모피아 낙하산’ 지적도
당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힘겨루기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협중앙회는 대주주로서 인사권 등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지주 측에서는 중앙회가 아니라 금융업계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신 전 회장의 사임으로 결론이 났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4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제 14대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면서 다음 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선출된 이후 거취 문제가 불거진 바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편한 동거를 서둘러 끝낸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이 임명되고 있는 상황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외부 인사가 도맡아왔다. 주로 관료 출신이 많았다.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전 회장을 비롯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광수 회장도 관료 출신이었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모피아(재무부 출신+마피아)라는 평가도 받는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 중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농협은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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