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도 뛰어든 e커머스 배송] 타사 제품도 탑재… ‘배송 수수료’ 고민 커진다
[‘야쿠르트 아줌마’도 뛰어든 e커머스 배송] 타사 제품도 탑재… ‘배송 수수료’ 고민 커진다
한국야쿠르트 “‘구독경제 모델 원조’의 힘은 속도보다 품질” 한국야쿠르트가 ‘배송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 매니저)’를 통한 구독경제 모델에 ‘배송’을 더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 프레시 매니저들은 최근 한국야쿠르트 제품뿐 아니라 타 회사에서 만든 제품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12월 15일 오픈한 통합 온라인몰 ‘프레딧’은 이런 변화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딧은 자사 먹거리 제품뿐 아니라 여성·유아·생활용품 등을 파는 쇼핑몰이다. 유제품 회사였던 한국야쿠르트는 커피·가정간편식 등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엔 종합 전자상거래(e커머스)로까지 확장에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구독경제의 성공을 e커머스 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커머스 기업으로서 한국야쿠르트의 강점은 단연 ‘프레시 매니저’ 영업망이다. 전국 600여 곳의 지점이 물류창고 역할을 하고, 1만1000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전송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맡는다는 구상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개인사업자다. 정규직 직원은 아니지만 고용시장에선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이 할 수 있는 상대적 양질의 일자리로 주목받아왔다. 현재 프레시 매니저 중 절반가량이 10년 이상 종사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가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었던 건 한국야쿠르트가 철저한 경영철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한국야쿠르트 각 대리점과 계약을 맺어 제품을 위탁 판매하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우유제품의 경우 22%, 그 외 한국야쿠르트가 제조하는 모든 상품은 24%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프레시 매니저의 월 평균 수익은 지난해 기준 212만원이란 게 한국야쿠르트의 설명이다.
창업비용이 들지 않고, 영업구역을 철저히 나눠 관리하기 때문에 영업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좋은 조건이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프레시 매니저는 한때 전국에 1만3000명까지 늘었는데, 이를 점진적으로 줄여 현재 1만1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프레시 매니저 수익 증대를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엔 전동카트 ‘코코’를 개발해 보급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그러나 프레시 매니저 체계는 약점이기도 하다. 한국야쿠르트의 판매채널별 매출을 보면 절대적으로 프레시 매니저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측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90% 가량이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이뤄지며, 10%가 마트·편의점 등에서 발생한다. 이런 유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할인 등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할인을 비롯해 소위 끼워팔기와 같은 판매형태를 절대적으로 지양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 활동에 가격 혼란 등의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칙은 그간 ‘제품 경쟁력’과 맞물려 한국야쿠르트의 사업을 공고하게 만들어왔다.
그러나 e커머스 시장에선 이런 시스템이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현재 한국야쿠르트가 판매하고 있는 외부 상품의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온라인 몰 ‘하이프레시’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쿠팡 등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비비고 동태탕(460g)·알탕(440g)을 보면 한국야쿠르트의 ‘하이프레시’에선 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쿠팡에선 로켓배송으로 4090원에 판매한다. 생선구이 제품에서도 묶음 상품에서 가격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현재의 유통방식을 유지했을 때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가 론칭한 프레딧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사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는 방식이 유력하다”며 “이 경우 플랫폼으로서 확장 가능성에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만약 이를 우려해 배송 단가(프레시 매니저 지급 수수료)를 낮춘다면 프레시 매니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일선의 프레시 매니저들은 현재의 타사 제품 배송 단가도 낮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비비고와 같은 타사 상품의 배송에는 22~24% 수수료를 적용하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프레시 매니저인 A씨는 “타사 제품을 배송했을 때 받는 수수료는 한국야쿠르트 제품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타사 제품을 배송하는 물량이 극히 일부이고 고객과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은 없지만, 만약 프레딧 출범 후 타사 제품 배송이 늘어나면 일에 비해 수입이 따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 제조사 계약사항으로 세부조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구독경제’의 원조 격인 프레시 매니저만의 강점을 통해 e커머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구독경제의 영역 확장을 통해 회사도 성장하고 프레시 매니저의 수익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의 속도보다 배송 품질에 주안점을 두는 서비스가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레시 매니저의 경쟁력은 ‘건강상태에 맞춘 제품 추천’,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소로 제품 전달’, ‘실시간 쌍방향 소통’ 등이다. 분명 타사의 배송과 차별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프레시 매니저의 고용상 지위도 장기적으로 한국야쿠르트의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일본 야쿠르트는 최근 3000여명의 ‘야쿠르트 레이디’를 정규직 혹은 계약직으로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전역 야쿠르트 레이디 중 10% 수준이다. 이 같은 고용 계획은 점차 줄어드는 판매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임시일자리 등이 다양해지면서 야쿠르트 레이디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를 고용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프레시 매니저는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로서 지원자가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야쿠르트와 당사는 무관하며 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사항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프레시 매니저의 처우개선과 노동력 감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국내 대표 여성 일자리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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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딧은 자사 먹거리 제품뿐 아니라 여성·유아·생활용품 등을 파는 쇼핑몰이다. 유제품 회사였던 한국야쿠르트는 커피·가정간편식 등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엔 종합 전자상거래(e커머스)로까지 확장에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구독경제의 성공을 e커머스 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vs ‘가격경쟁력’ 딜레마
프레시 매니저는 개인사업자다. 정규직 직원은 아니지만 고용시장에선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이 할 수 있는 상대적 양질의 일자리로 주목받아왔다. 현재 프레시 매니저 중 절반가량이 10년 이상 종사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가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었던 건 한국야쿠르트가 철저한 경영철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한국야쿠르트 각 대리점과 계약을 맺어 제품을 위탁 판매하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우유제품의 경우 22%, 그 외 한국야쿠르트가 제조하는 모든 상품은 24%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프레시 매니저의 월 평균 수익은 지난해 기준 212만원이란 게 한국야쿠르트의 설명이다.
창업비용이 들지 않고, 영업구역을 철저히 나눠 관리하기 때문에 영업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좋은 조건이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프레시 매니저는 한때 전국에 1만3000명까지 늘었는데, 이를 점진적으로 줄여 현재 1만1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프레시 매니저 수익 증대를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엔 전동카트 ‘코코’를 개발해 보급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그러나 프레시 매니저 체계는 약점이기도 하다. 한국야쿠르트의 판매채널별 매출을 보면 절대적으로 프레시 매니저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측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90% 가량이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이뤄지며, 10%가 마트·편의점 등에서 발생한다. 이런 유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규모 할인 등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할인을 비롯해 소위 끼워팔기와 같은 판매형태를 절대적으로 지양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 활동에 가격 혼란 등의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칙은 그간 ‘제품 경쟁력’과 맞물려 한국야쿠르트의 사업을 공고하게 만들어왔다.
그러나 e커머스 시장에선 이런 시스템이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현재 한국야쿠르트가 판매하고 있는 외부 상품의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온라인 몰 ‘하이프레시’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쿠팡 등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비비고 동태탕(460g)·알탕(440g)을 보면 한국야쿠르트의 ‘하이프레시’에선 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쿠팡에선 로켓배송으로 4090원에 판매한다. 생선구이 제품에서도 묶음 상품에서 가격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현재의 유통방식을 유지했을 때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가 론칭한 프레딧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사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는 방식이 유력하다”며 “이 경우 플랫폼으로서 확장 가능성에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만약 이를 우려해 배송 단가(프레시 매니저 지급 수수료)를 낮춘다면 프레시 매니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일선의 프레시 매니저들은 현재의 타사 제품 배송 단가도 낮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비비고와 같은 타사 상품의 배송에는 22~24% 수수료를 적용하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프레시 매니저인 A씨는 “타사 제품을 배송했을 때 받는 수수료는 한국야쿠르트 제품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타사 제품을 배송하는 물량이 극히 일부이고 고객과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은 없지만, 만약 프레딧 출범 후 타사 제품 배송이 늘어나면 일에 비해 수입이 따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 제조사 계약사항으로 세부조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구독경제’의 원조 격인 프레시 매니저만의 강점을 통해 e커머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구독경제의 영역 확장을 통해 회사도 성장하고 프레시 매니저의 수익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의 속도보다 배송 품질에 주안점을 두는 서비스가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레시 매니저의 경쟁력은 ‘건강상태에 맞춘 제품 추천’,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소로 제품 전달’, ‘실시간 쌍방향 소통’ 등이다. 분명 타사의 배송과 차별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쿠르트 레이디’ 고용 나서는 일본야쿠르트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를 고용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프레시 매니저는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로서 지원자가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야쿠르트와 당사는 무관하며 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사항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프레시 매니저의 처우개선과 노동력 감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국내 대표 여성 일자리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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