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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제 구원 투수,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 “울산 스마트 산업도시로 재도약 이끌겠다”

[울산 경제 구원 투수,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 “울산 스마트 산업도시로 재도약 이끌겠다”

규제자유특구 유치 기반 역할… “AI·친환경 대응 지원 나설 것” 강조
사진:신인섭 기자
'우수한 역량을 가진 대학은 도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유니스트가 울산 변화의 맨 앞에 섰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 침체로 미래가 난망한 ‘한국의 산업 수도 울산’ 살리기에 유니스트도 팔을 걷고 나섰다. 2009년 울산시 최초 국립대로 문을 연 유니스트가 국가 과학기술원으로 전환, 국내 최고 연구중심 대학으로 올라선 덕이다. 12월 중순에 만난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은 “대학은 연구를 통해 도시 산업 지형을 바꾸고, 인재를 육성해 도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울산이 스마트 산업도시로 재도약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은 이미 유니스트에 기대섰다. 지난해 울산이 챙긴 ‘수소 그린 모빌리티’ ‘게놈 서비스산업’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규제자유특구 3관왕에 모두 유니스트 연구 역량이 작용했다. 유니스트는 2019년 8월 ‘차세대 수소융합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지난해 5월 한국인 게놈 특성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탄소 자원화 기술은 유니스트가 국내서 가장 앞서 있다. 이 총장은 “지난 11년간 유니스트는 울산시와 울주군 지원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이제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대학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산업 혁신에 힘 보태는 유니스트


최근 울산의 변화에서 유니스트의 역할이 눈에 띈다.


“한때 울산은 전국 최고 부자 도시였다. 1960년대 울산공업도시 개발안에 의거해 정부 주도 공업도시로 성장했고,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에쓰오일·SK이노베이션 공장을 끌어안았다. 1인당 개인소득은 9년 연속(2007~2015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자동차 산업이 변화에 부닥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선·자동차·정유 대기업과 그 협력사에 다니는 직원이 울산 시민이다 보니 구조조정은 인구 감소,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울산은 기술을 통한 산업 전환에 나섰고, 유니스트가 그 앞에 서게 됐다.”



울산의 변화에 어떻게 힘을 보태고 있나.


“우선 울산시가 추진하는 사업의 연구 및 기술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울산은 수소 그린 모빌리티, 게놈 서비스산업,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규제자유특구 외에도 지난해 ‘울산 경제자유구역’, ‘울산 울주 강소연구개발특구’,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등 특구 사업에 선정됐는데, 이들 특구 사업 대부분이 유니스트와 연결돼 있다. 지난해 7월 지정된 울산 울주 강소연구개발 특구는 유니스트가 핵심 기관으로 참여해 이차전지 기술 이전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에도 유니스트 원전해체연구센터가 힘을 보탠다.”



대학과 지역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유니스트는 출발부터 다르다. 카이스트와 같은 국가 과학기술원이지만, 카이스트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담당하고, 유니스트는 울산을 포함한 부산·경남 등 동남권 산업발전을 목표로 설립됐다. 덕분에 유니스트는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받는 다른 과학기술원과 달리 울산시에서 1500억원, 울주군에서 500억원의 지원금을 약속받았다. 특히 울산시의 지원이 유니스트가 미래를 선도할 분야를 선제적으로 육성하는 기반이 됐다. 유니스트는 이차전지, 태양전지, 게놈 관련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유니스트는 울산 변화의 동력으로써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친환경’을 연구 핵심에 올린 것. 2019년 11월 유니스트 4대 총장에 오른 이 총장이 직접 전환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대학은 5~10년 이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AI와 친환경 두 기술이 향후 산업을 좌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유니스트 총장 취임 전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 ICC 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AI로의 산업축 변화를 예견했고 카이스트를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고의 AI 연구기관으로 이끌었다.

유니스트는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대학원 사업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울산 남구 산학융합캠퍼스에 ‘AI혁신파크(AI Innovation Park)’를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명의 AI 교원(교수)을 새로 채용, 연구 기반을 강화했다. 탄소 자원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장은 “울산에 ‘그린 수소 실증화 연구센터’를 유치하고 실증화 사업이 정착되면 울산은 세계 최고 수소 도시로 공인받게 될 것”이라며 “오염원을 재생자원으로 바꾸는 과제도 준비 중이다. 기후위기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자원화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친환경은 대학 경쟁력 강화가 핵심인가.


“울산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인공지능은 학교 경쟁력 향상은 물론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연구 분야다. AI대학원과 AI혁신파크를 축으로 AI 융합 연구와 산학협력 확대를 통해 울산의 제조혁신을 이끌고자 한다. 또 친환경은 울산 내 기업들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됐다. 제조업으로 꾸려진 울산 내 기업들은 탄소세(탄소배출권 거래제)로만 연 7000억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앞으로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 수준으로 올릴 경우 연 7조원을 내야 한다. 친환경 대응은 생존과 직결된다.”



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유니스트가 주축이 돼 기업에 AI 기술을 전파하고, 친환경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문을 열 AI 혁신 파크에서 지역 기반의 제조혁신 산학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AI 도입을 통한 공정 효율화 등을 위해 이미 300여개 기업이 협력 의사를 밝혔다. 친환경에서는 그린 수소 등 미래 청정에너지 실현을 위한 연구와 산업폐기물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집중해나갈 방침이다.”
 인공지능 융합, 지역사회 혁신 발판
이용훈 총장은 유니스트가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멜론대, 피츠버그대와 같은 도시 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피츠버그는 과거 철강도시로 명성을 떨치다 미국 내 철강산업 사양화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카네기멜론대의 컴퓨터공학 성과와 피츠버그대의 생명과학 성과에 힘입어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우버·구글 등 1600여개 첨단기술 기업이 자리 잡았다. 이 총장은 “유니스트는 울산 내 정밀 화학 기업의 반도체 기업 전환을 지원하고 AI를 통한 스마트 헬스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기술 지원을 통해 울산을 첨단 스마트 산업 중심지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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