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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일본 열도 갈라놓은 나이키 브랜드 광고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일본 열도 갈라놓은 나이키 브랜드 광고

나이키, 광고로 일본 사회 치부 지적… ‘브랜드 액티비즘’ 실천하는 ‘용기’ 높이 평가해야
지난해 11월 27일 선보인 일본 나이키 광고의 한 장면. 일본 사회의 민감한 이슈인 차별을 내세웠다. / 사진:유튜브 캡쳐
광고 한편이 일본 열도를 둘로 갈라놓았다. 나이키가 일본에서도 일을 냈다. 있지만, 쉬쉬하고 있던 일본 내의 ‘차별’을 나이키 재팬이 ‘Just do it’의 깃발을 들고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나이키 재팬은 SNS에 동영상 한편을 공개했다. ‘계속해서 움직여라. 자신을, 미래를’이라는 이 영상에는 일본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대 소녀 축구선수 세 명이 등장한다. 흑인 아버지를 둔 피부 빛깔이 다른 일본인 소녀, 학교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본인 소녀, 그리고 한복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이른바 ‘자이니치’(재일교포) 학교의 학생이 주인공이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광고다. 주인공들은 학교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축구를 통해 차별을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간다. 스포츠를 통해 내가 원하는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간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지막은 ‘You Can’t Stop Us’(우리를 멈출 수는 없다)라는 자막으로 마무리된다. 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평소 나이키가 추구해 왔던 것과 다름이 없다. 인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빈곤의 세계화라는 삶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이것을 일본에 존재하는 ‘차별’에 적용한 것이다.
 민감한 일본 사회 이슈 ‘인종차별’ 전면에 내세운 광고
동영상은 공개된 지 1주일도 안 돼 10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댓글은 6만 건을 넘겼다. 유튜브의 해당 영상에 대한 ‘좋아요’와 ’싫어요‘는 각각 9만4000과 7만(유튜브 1월 12일 기준)을 기록해 일본 사회를 양분시켰다.

‘싫어요’ 쪽의 반응은 나이키가 민족, 인종차별을 과장하고 있다며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또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인권 탄압이 심한 중국의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을 막기 위해 미국 의회가 심의 중인 법안을 나이키,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반대하는 로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이용해 나이키는 왜 중국에서 이런 광고를 만들지 못하느냐며 비난하는 등 노골적인 반 나이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일본인이 그들이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진정성 있게 이야기한 나이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일본 주요 언론은 물론, 영국의 BBC마저도 이 사건을 보도하며 ‘왜 일본인들이 이 광고에 불편해하는지’를 다뤘다.

이 광고가 일본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첫 번째는 외국 브랜드가 일본의 국내 사회문제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외국인 차별을 언론이나 방송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다룬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차별에 대한 반성도 있었지만 큰 논란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부자가 그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BBC도 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즉 “일본인들은 외부로부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한·일간 민감한 ‘재일교포’의 문제를 이슈화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늘 재일교포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그렇지만 제삼자인 미국 브랜드 나이키가 이 문제를 기정사실로 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남경 대학살과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근거인 ‘일본인은 숭고하여 약탈, 강간, 차별 등의 부도덕한 행위는 현재에도 과거에도 일절 없다’라는 ‘숭고한 일본인’ 사관에 커다란 흠집을 남긴 것이 불편한 것이다.
 나이키 ‘브랜드 액티비즘’을 실천하는 중
2016년 8월 NFL(내셔널풋볼리그) 경기 전 국민의례에서 무릎 꿇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한 콜린 캐퍼닉(사진 가운데)의 모습. 나이키는 30주년 기념 광고에 콜린 캐퍼닉을 등장시켰다. / 사진:NFL
나이키는 이번 광고가 일본 사회에 불러올 파장을 모르고 이 광고를 제작했을까?

나이키 재팬은 광고가 논란이 되자 공식적인 답변에서 “광고의 목적은 젊은이들이 변화와 미래를 만드는 데 스포츠를 활용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나이키는 모든 사람에 대한 존중과 평등을 호소하는 것이다. 광고는 불매 운동이 일어나도 계속될 것”이라고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실 나이키의 브랜드 전략을 보면 일본 내의 나이키 광고는 전혀 뜬금없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고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항의한 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나이키의 30주년 기념 광고에 등장시킨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에 항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나이키는 일본계 흑인 혼혈로 아시아인 최초로 그랜드슬램대회에서 3관왕을 한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를 광고에 등장시킨 바 있다. 이 광고를 통해 인종적, 민족적 차별을 보인 일본 사회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이티계 미국 흑인이고 어머니가 일본인인 그녀는 일본어를 못 하지만 국적은 일본인이다. 이런 그녀가 2018년 US오픈을 우승하자 일본 사회는 혼란스러워했다. ‘일본어를 못 하는 사람이 과연 일본인인가?’라는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피부색이 다른 그녀를 모델로 쓴 일본의 식품 기업 ‘닛신식품’의 애니메이션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녀를 백인으로 만든 소위 ‘화이트 워싱’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이다. 우승 인터뷰에서 일본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집요하게 일본어로 질문하고 일본어로 답할 것을 요구한 기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이키는 ‘일본인가, 미국인가?’를 묻는 세상의 질문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가는 그녀가 마지막에 던진 메시지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 한 ‘쉿~’이란 한마디. ‘세상을 바꾼다, 나를 바꾸지 않고’라는 자막으로 영상을 끝낸다. 세상의 모든 편견에도 스포츠는 계속되고 스포츠는 세상을 바꾼다는 나이키의 브랜드 이념을 표현하며 일본 사회에 조용한 경고를 던진 셈이다.

그렇다면 나이키의 브랜드 전략에 숨어 있는 의도는 무엇일까?

브랜드 이념에 기반한 브랜드 액티비즘(행동주의)을 실천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개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분명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줘 동조자들을 브랜드의 팬덤으로 만드는 것이 브랜드 액티비즘의 핵심이다. 브랜드는 마치 인격체처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소비자와 친구 같은 관계를 맺는 것이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브랜드 철학 고집하는 용기 높이 평가해야
BTS는 ‘성인이 되어 가며 사회의 억압, 편견과 싸워가는 10대를 보호해 주고 싶다는 ‘방탄’이라는 브랜드 이념을 위해 그들의 선한 영향력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들의 콘텐트를 통해 세계 청소년을 위로한다.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세계 청소년을 위해 기부한다. BTS의 이념과 부합하는 UNICEF와 공동으로 세계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통해 이념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지게 된 원동력이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이키의 일본 광고가 매출 측면과 인지도 측면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콜린 캐퍼닉의 광고를 통해 매출이 30% 이상 상승하고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향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 때문에 이번 광고가 나이키의 장삿속으로 비치는 것에 필자는 반대한다. 나이키는 이런 행동 때문에 미국에서 엄청난 ‘안티’가 만들어졌다. SNS에서 미국의 대통령을 포함한 ‘애국적 보수’에 의해 브랜드가 난도질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일본에서도 나이키는 ‘숭고한 일본인’ 사관을 믿는 많은 소비자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은 전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전략시장이다. 이런 중요한 시장에서 모두가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선 나이키의 행동은 자신들의 브랜드 이념을 실천하고자 하는 ‘용기’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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