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커머스 기업이 종이잡지 만든 까닭은] 블랭크코퍼레이션, 매거진 ‘툴즈(Tools)’ 창간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 종이잡지 만든 까닭은] 블랭크코퍼레이션, 매거진 ‘툴즈(Tools)’ 창간
심재현 블랭크 프로 “느리지만 브랜드 진정성 알릴 수 있을 것”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디어는 더 빠른 속도로 온라인에 집중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대기업 최고 경영자가 유튜브에 출연할 정도로 기업의 관심 역시 온라인 미디어에 집중된다. 오프라인 미디어 대부분의 최대 목표 역시 수 년 전부터 ‘온라인 전환’이었다.
하지만 역주행하는 기업도 있다. 20~30대 소비층에 인기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가 ‘오프라인 매거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 블랭크는 1월 11일 매거진 ‘툴즈(Tools)’를 창간했다. 유튜브 영상 콘텐트와 온라인 기반 라이프스타일 제품 판매를 통해 급격히 성장해 온 블랭크가 오프라인 매거진 제작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툴즈 기획을 담당한 심재현 블랭크 BDX(Brand Design Experience)유닛 프로를 만난 이유다. 새하얀 박스에 담긴 툴즈의 1호 한정판 매거진. ‘bad news(나쁜 소식)’라고 쓰인 겉껍질을 뜯으면 ‘here comes good news(좋은 소식이 왔다)’라는 문구와 함께 감각적인 표지의 매거진이 나온다. 표지 사진에 담긴 정체불명의 정육면체는 ‘비누’다.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매거진은 온통 비누에 대한 이야기다. 비누의 역사부터 수제 비누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감각적인 사진과 흥미로운 글귀들은 모두 비누 그 자체, 혹은 비누를 쓰고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창간호답게 ‘핫’한 셀러브리티의 인터뷰도 담겼는데, 인터뷰 내용 또한 비누 이야기로 향한다. ‘집착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 매거진은 반기에 한 번씩 하나의 ‘도구’를 주제로 발간할 예정이다. 내용만 봐도 알겠지만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 배포하는 ‘홍보지’라고 보긴 어렵다. 툴즈는 서점을 통해 판매되는 유가 매거진이다.
심재현 프로는 ‘툴즈’의 정체성에 대해 “블랭크의 독자적인 미디어 사업”이라고 말했다. 툴즈 발행을 통해 블랭크가 ‘출판인쇄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이라기엔 수익성이 없어 보인다. 수익을 내려면 많이 팔아야 하는데 6개월에 한 번 발행, 1쇄 2000부 수준을 보면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블랭크가 욕심낼 만한 사업처럼 보이진 않는다. 실제 기획 단계에서도 수익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심 프로는 “손익과 관련해서는 ‘적자만 내지 말자’는 정도가 목표”라고 말했다.
매거진 판매 수익 외에 돈이 될 구석도 특별히 보이진 않는다. 툴즈에는 광고를 실을 계획이 없다. 심 프로는 “광고 제안이 온다면 논의해보겠지만 현재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만약 광고가 들어가더라도 기존의 상업매거진의 광고와는 다른 방식일 것이며, 매거진이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애드버토리얼 콘텐트 개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랭크의 오리지널 콘텐트 사업과 마찬가지로 툴즈도 장기적으로 온라인 커머스와 연계된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긴 어려웠다. 툴즈 발행호 어디서도 블랭크가 판매하는 제품이 단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심 프로는 “이 매거진에서 블랭크의 제품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돈 버는 일과 관계가 깊어보이진 않지만 누가 봐도 매거진의 품질은 높다. 블랭크는 툴즈를 매거진 업계에서 가장 고품질의 잡지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 회사에 의뢰해 제작했다. 비용보단 콘텐트의 질에 집중한 것이다.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잡지’ 아이디어는 이 회사의 남대광 대표에서 시작됐다. 툴즈의 발행은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퀀텀점프 하기 위한 사업이란 게 블랭크의 설명이다. 블랭크는 세탁조를 가르는 실험 등 ‘직접적인’ 소통 방식으로 마약베게 등 ‘트렌디’한 제품을 판매해 한국 미디어 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일궜는데, 이번엔 도구에 대한 고찰이란 ‘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제품에 대한 철학’까지 전달하려는 것이다.
심 프로는 “툴즈는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것 보다는 블랭크가 이만큼 다양하고 깊은 사고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며 “느리지만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영상’에 가장 익숙한 블랭크가 시대를 거슬러 ‘오프라인 매거진’을 선택한 이유는 오프라인 매거진 특유의 특성 때문이다. 심 프로는 “영상이 각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적이고 파급력 있게 전달하기에 좋은 도구인 것은 맞지만 오프라인 매거진은 브랜드의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라며 “툴즈는 대중적이진 않지만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해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를 간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툴즈를 통해 유의미한 타깃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블랭크의 브랜드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툴즈 기획의 부담은 컸다. 단순히 콘텐트를 소비하는 매거진을 넘어 ‘소장가치’를 넣고 싶었던 것. 1쇄 발행 외에 500부 한정판 패키지를 만든 것도 이를 위해서다.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심 프로가 포함된 BDX유닛은 별도의 브랜드를 맡지 않고 브랜드 담당자들과 협업해 브랜딩과 디자인을 돕는 부서다. 툴즈는 BDX유닛이 전담한 프로젝트인 만큼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 프로는 다음호에서 어떤 도구를 다룰 지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어떻게 주제를 선정해 나갈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 두 가지 원칙만 남겼다. 첫째는 익숙한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해당 도구의 서사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그는 툴즈의 핵심 목표를 “‘구독자를 표현할 수 있는 매거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을 창간한 타일러 브륄레 편집장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심 프로는 “툴즈의 독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만들어감에 있어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사물이 가진 본연의 가치와 서사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이런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툴즈는 물론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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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주행하는 기업도 있다. 20~30대 소비층에 인기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가 ‘오프라인 매거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 블랭크는 1월 11일 매거진 ‘툴즈(Tools)’를 창간했다. 유튜브 영상 콘텐트와 온라인 기반 라이프스타일 제품 판매를 통해 급격히 성장해 온 블랭크가 오프라인 매거진 제작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툴즈 기획을 담당한 심재현 블랭크 BDX(Brand Design Experience)유닛 프로를 만난 이유다.
‘도구에 대한 고찰’ 담은 잡지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매거진은 온통 비누에 대한 이야기다. 비누의 역사부터 수제 비누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감각적인 사진과 흥미로운 글귀들은 모두 비누 그 자체, 혹은 비누를 쓰고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창간호답게 ‘핫’한 셀러브리티의 인터뷰도 담겼는데, 인터뷰 내용 또한 비누 이야기로 향한다. ‘집착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 매거진은 반기에 한 번씩 하나의 ‘도구’를 주제로 발간할 예정이다. 내용만 봐도 알겠지만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 배포하는 ‘홍보지’라고 보긴 어렵다. 툴즈는 서점을 통해 판매되는 유가 매거진이다.
심재현 프로는 ‘툴즈’의 정체성에 대해 “블랭크의 독자적인 미디어 사업”이라고 말했다. 툴즈 발행을 통해 블랭크가 ‘출판인쇄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이라기엔 수익성이 없어 보인다. 수익을 내려면 많이 팔아야 하는데 6개월에 한 번 발행, 1쇄 2000부 수준을 보면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블랭크가 욕심낼 만한 사업처럼 보이진 않는다. 실제 기획 단계에서도 수익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심 프로는 “손익과 관련해서는 ‘적자만 내지 말자’는 정도가 목표”라고 말했다.
매거진 판매 수익 외에 돈이 될 구석도 특별히 보이진 않는다. 툴즈에는 광고를 실을 계획이 없다. 심 프로는 “광고 제안이 온다면 논의해보겠지만 현재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만약 광고가 들어가더라도 기존의 상업매거진의 광고와는 다른 방식일 것이며, 매거진이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애드버토리얼 콘텐트 개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랭크의 오리지널 콘텐트 사업과 마찬가지로 툴즈도 장기적으로 온라인 커머스와 연계된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긴 어려웠다. 툴즈 발행호 어디서도 블랭크가 판매하는 제품이 단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심 프로는 “이 매거진에서 블랭크의 제품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돈 버는 일과 관계가 깊어보이진 않지만 누가 봐도 매거진의 품질은 높다. 블랭크는 툴즈를 매거진 업계에서 가장 고품질의 잡지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 회사에 의뢰해 제작했다. 비용보단 콘텐트의 질에 집중한 것이다.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잡지’ 아이디어는 이 회사의 남대광 대표에서 시작됐다. 툴즈의 발행은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퀀텀점프 하기 위한 사업이란 게 블랭크의 설명이다. 블랭크는 세탁조를 가르는 실험 등 ‘직접적인’ 소통 방식으로 마약베게 등 ‘트렌디’한 제품을 판매해 한국 미디어 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일궜는데, 이번엔 도구에 대한 고찰이란 ‘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제품에 대한 철학’까지 전달하려는 것이다.
심 프로는 “툴즈는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것 보다는 블랭크가 이만큼 다양하고 깊은 사고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며 “느리지만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영상’에 가장 익숙한 블랭크가 시대를 거슬러 ‘오프라인 매거진’을 선택한 이유는 오프라인 매거진 특유의 특성 때문이다. 심 프로는 “영상이 각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적이고 파급력 있게 전달하기에 좋은 도구인 것은 맞지만 오프라인 매거진은 브랜드의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라며 “툴즈는 대중적이진 않지만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해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를 간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툴즈를 통해 유의미한 타깃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블랭크의 브랜드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툴즈 기획의 부담은 컸다. 단순히 콘텐트를 소비하는 매거진을 넘어 ‘소장가치’를 넣고 싶었던 것. 1쇄 발행 외에 500부 한정판 패키지를 만든 것도 이를 위해서다.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심 프로가 포함된 BDX유닛은 별도의 브랜드를 맡지 않고 브랜드 담당자들과 협업해 브랜딩과 디자인을 돕는 부서다. 툴즈는 BDX유닛이 전담한 프로젝트인 만큼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독자 표현하는 매거진 만들 것”
그는 툴즈의 핵심 목표를 “‘구독자를 표현할 수 있는 매거진’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을 창간한 타일러 브륄레 편집장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심 프로는 “툴즈의 독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만들어감에 있어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사물이 가진 본연의 가치와 서사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이런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툴즈는 물론 블랭크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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