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민주화’ 3대 뉴노멀, 빅마우스·개미군단·SNS] “유튜브서 종목 말하자 투자자를 압도하고 있다. 순식간에 10% 껑충”
[‘증시 민주화’ 3대 뉴노멀, 빅마우스·개미군단·SNS] “유튜브서 종목 말하자 투자자를 압도하고 있다. 순식간에 10% 껑충”
정부 불신 커지자 온라인 현인에 똘똥 뭉친 개미들…구심점 없고 결속력 부족, 하락장 주의해야 2월 3일 한 유튜브 증권방송에 출연한 증권사 연구원이 증시 마감 시황을 갈무리하며 ‘국보디자인’이란 회사를 언급했다. 종목을 살펴볼 때 타법인 출자현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애플·테슬라·엔비디아 등 유명 해외 기업 지분을 많이 가진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튿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국보디자인에 거래 주문이 급증했다. 2만1250원에 시작한 주가는 20분 만에 2만3200원으로 뛰었다. 유튜브에서 언급한 것만으로 개미군단의 관심을 끈 것이다.
요즘 증시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온라인 공간의 빅마우스들이 종목이나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좌표를 찍고 화력을 집중한다. 위험 관리 등 온갖 규정에 얽매인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구속당하지 않아 움직임도 신속하다. ‘개인은 기관·외국인의 밥’‘한국 증시는 천수답’이란 푸념도 옛날얘기다. 개미군단은 온라인 공간의 자유로운 정보 교환과 전문성 있는 빅마우스를 만나 조직력을 갖췄고, 주식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개미군단의 화력은 놀랍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60~80%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0~60%에 머물렀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증했다. 매수 규모도 지난해 2분기 이후론 하루 10조원 이상이다. 1월 11일에는 코스피에서만 30조9084억원을 사들였다. 장기 저금리와 부진한 임금상승률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개인들이 많이 투자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 등 기업 주가는 2020년에만 50% 이상 상승했다. 계속된 투자금 유입으로 주가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도 무용지물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참고서는 증권·경제 관련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터넷 게시판 등이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배우고, SNS에서 종목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 게시판은 토론의 장이자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신사임당·슈카월드·삼프로TV와 같은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만명이 훌쩍 넘었다. SNS는 걸러진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 보고서·언론 보도와 달리 날 것 그대로를 전해준다.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는 하루 7000~8000개가량의 새 글이 게시된다. 1분에 5개꼴이다. 풍부한 투자 정보와 온라인의 현인, 개인투자자들의 신속성은 국경을 넘어 거침없이 행동한다. 최근 미국 게임스탑을 둘러싼 서학개미와 헤지펀드 간 세 싸움에서도 각종 게시판과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며 서학개미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미국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어로 ‘영차영차’를 외치며 주가 상승을 기원하는 이색적 모습도 나타났다. 그간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세력을 비판해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에 ‘맹폭격(stronk)’이라며 서학개미들을 북돋웠다.
스탠다드차타드증권·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지낸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유튜브·SNS로 정보 유통은 간소화됐고, 모바일을 통해 누구든 실시간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기관·외국인에 좌우되던 주식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연대의식을 가진 이유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꼽기도 한다. 당시 주가 폭락·대량 실직으로 많은 시민이 고통 받았지만, 금융당국은 시스템 안정을 위해 사태의 원흉인 월가에 공적자금을 동원해 대마불사 논란을 낳았다. 정부·기관에 불신이 싹 트며 이른바 ‘증시 민주화’ 여론이 저변에 깔렸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NS로 개인 간 연결이 강화돼 조직화한 힘을 갖게 됐다. 정치·주식 등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존 전문가집단에 불신이 짙어 펀드 등 간접 투자를 포기하고 직접 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다. 수익률을 좇기보단 기 싸움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투자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4년 전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일던 때다. 시장 과열을 우려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18년 1월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하며 시장이 붕괴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도 금융당국은 불신의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겠단 입장을 내비쳤고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신경 쓰듯,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시장안정을 걱정한다. 조직 설립 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관을 통해 시장을 간접 관리, 통제해야 한다.
암호화폐 폭락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조대식(44)씨는 “당국의 불필요한 간섭이 오히려 시장에 충격을 주고 흐름을 깨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불만에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빅마우스들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이유다. 당국의 이해관계는 개인보다 기관·외국인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주식투자 열풍을 이용한 시세조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금융당국은 개인이 객장에서 증권거래를 하던 때 생각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세력 균형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며 “아직 개미군단을 리드할 진짜 구심점이 없다. 당국은 시장을 통제한다는 관점을 버리고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정보를 솎아내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자본시장의 시스템 제어가 잘 작동하지 않거나 하락장이 도래하면 개인투자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개미투자자들은 아직 하락 사이클은 겪어보지 못해 대응에 미숙할 수 있다. 상승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 개인 간 소통의 힘이 반대로 작용하면 더 큰 하락을 연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하락장에서 개미군단의 결속력은 쉽게 와해한다. 지난달 초 주당 16달러에서 월말 500달러까지 치솟은 게임스탑의 경우 차익실현 구간에서 매도 주문이 속출하며 4일 82달러(현지시간)로 주저앉았다. 김 센터장은 “하락장이 찾아온다고 해도 손실을 확정하지 않도록, 돈의 성격이 중요하다. 포지션이 청산될 수 있는 신용을 자제하고,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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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온라인 공간의 빅마우스들이 종목이나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좌표를 찍고 화력을 집중한다. 위험 관리 등 온갖 규정에 얽매인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구속당하지 않아 움직임도 신속하다. ‘개인은 기관·외국인의 밥’‘한국 증시는 천수답’이란 푸념도 옛날얘기다. 개미군단은 온라인 공간의 자유로운 정보 교환과 전문성 있는 빅마우스를 만나 조직력을 갖췄고, 주식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개미군단의 화력은 놀랍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60~80%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0~60%에 머물렀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증했다. 매수 규모도 지난해 2분기 이후론 하루 10조원 이상이다. 1월 11일에는 코스피에서만 30조9084억원을 사들였다. 장기 저금리와 부진한 임금상승률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개인들이 많이 투자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 등 기업 주가는 2020년에만 50% 이상 상승했다. 계속된 투자금 유입으로 주가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도 무용지물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참고서는 증권·경제 관련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터넷 게시판 등이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배우고, SNS에서 종목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 게시판은 토론의 장이자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 공간이다. 신사임당·슈카월드·삼프로TV와 같은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만명이 훌쩍 넘었다. SNS는 걸러진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 보고서·언론 보도와 달리 날 것 그대로를 전해준다.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는 하루 7000~8000개가량의 새 글이 게시된다. 1분에 5개꼴이다.
개인 거래 비중 60~80%, 시장 장악
스탠다드차타드증권·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지낸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유튜브·SNS로 정보 유통은 간소화됐고, 모바일을 통해 누구든 실시간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기관·외국인에 좌우되던 주식시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연대의식을 가진 이유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꼽기도 한다. 당시 주가 폭락·대량 실직으로 많은 시민이 고통 받았지만, 금융당국은 시스템 안정을 위해 사태의 원흉인 월가에 공적자금을 동원해 대마불사 논란을 낳았다. 정부·기관에 불신이 싹 트며 이른바 ‘증시 민주화’ 여론이 저변에 깔렸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NS로 개인 간 연결이 강화돼 조직화한 힘을 갖게 됐다. 정치·주식 등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존 전문가집단에 불신이 짙어 펀드 등 간접 투자를 포기하고 직접 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다. 수익률을 좇기보단 기 싸움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투자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4년 전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일던 때다. 시장 과열을 우려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18년 1월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하며 시장이 붕괴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도 금융당국은 불신의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겠단 입장을 내비쳤고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신경 쓰듯,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시장안정을 걱정한다. 조직 설립 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관을 통해 시장을 간접 관리, 통제해야 한다.
암호화폐 폭락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조대식(44)씨는 “당국의 불필요한 간섭이 오히려 시장에 충격을 주고 흐름을 깨 혼란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불만에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빅마우스들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이유다. 당국의 이해관계는 개인보다 기관·외국인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주식투자 열풍을 이용한 시세조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튜버·인플루언서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만 사태·암호화폐 규제, 당국 불신
다만 자본시장의 시스템 제어가 잘 작동하지 않거나 하락장이 도래하면 개인투자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개미투자자들은 아직 하락 사이클은 겪어보지 못해 대응에 미숙할 수 있다. 상승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 개인 간 소통의 힘이 반대로 작용하면 더 큰 하락을 연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하락장에서 개미군단의 결속력은 쉽게 와해한다. 지난달 초 주당 16달러에서 월말 500달러까지 치솟은 게임스탑의 경우 차익실현 구간에서 매도 주문이 속출하며 4일 82달러(현지시간)로 주저앉았다. 김 센터장은 “하락장이 찾아온다고 해도 손실을 확정하지 않도록, 돈의 성격이 중요하다. 포지션이 청산될 수 있는 신용을 자제하고,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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