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왜 공모펀드에서 등 돌렸나] “100% 오른 기업 즐비한데 펀드는 40% 남짓” 개인투자자 실망감
[개미는 왜 공모펀드에서 등 돌렸나] “100% 오른 기업 즐비한데 펀드는 40% 남짓” 개인투자자 실망감
시총 대비 펀드 비중 3.19% 역대 최저, 정부 운용보수제 등 대책에도 미봉책 비판 #1.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사업개발을 맡은 조근식(30) 씨는 2018년 취업 직후 저축의 절반을 국내 기술주와 해외 유틸리티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두 개에 적립식으로 넣기 시작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취업 후에는 일이 바빠 간접투자만 했다. 신경을 덜 쓰면서 종잣돈을 모을 계산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1월 펀드 수익률이 출렁이는 것을 보고 찜찜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여름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걸 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상찮다고 느꼈다.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10%대였지만 눈 딱 감고 펀드를 전액 환매했다. 그 직후 3월 하순에 증시가 급락했고 펀드 수익률도 반 토막이 났다. 현금을 들고 기회를 엿보던 조 씨는 펀드에 다시 가입하는 대신 대학생 때처럼 직접 주식을 사고팔기로 했다. 펀드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늦어 시장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조 씨는 1400대까지 밀린 코스피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 네이버·카카오 등의 성장주와 셀트리온·유한양행 등 제약·바이오 주식을 사들였다.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던 지인들이 서로 종목을 추천하는 모습을 보고 상승 여력이 좀 더 있다고 생각해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4분기까지 주식을 보유하던 조 씨는 올 초 코스피가 3000을 넘은 후 보유 주식을 분할 매도했다. 그는 1년 사이 종잣돈을 3배 가까이 불렸다. 펀드에 계속 넣어뒀으면 본전 수준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2. 반도체 장비 회사에 다니는 최영준(38) 씨는 지난해 초 2년 넘게 보유했던 브라질 펀드를 정리하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 후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연일 추락했지만, 최 씨가 직접 투자한 종목 수익률은 100%가 넘었다. 그는 2018년 모 경제방송 출연자가 브라질 경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을 보고 브라질에 관심을 가졌다. 때마침 한 증권사가 브라질 펀드를 내놓자 이때다 싶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2010년 700원이었던 헤알화 가치가 300원으로 떨어져 바닥이라고 판단했다. 환차익까지 챙길 기대에 부풀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브라질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줄 몰랐고 원자재 수출도 부진했다. 헤알화는 200원대로 더 떨어졌다. 불과 2년 만에 원금이 반 토막 났다. 2018년 반도체 빅 사이클 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자해 목돈을 만진 회사 동료들에 자극받은 최 씨는 지난해 초 펀드를 환매했다. 속이 쓰렸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네덜란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 ASML에 펀드 환매 자금을 전부 투자했다. 삼성전자·TSMC의 미세공정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ASML 주가가 크게 올라 최 씨는 1년 만에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비아트론·SFA·동진쎄미켐 등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에도 두루 투자했다. 현재 투자 종목 모두 2배 안팎의 성과를 기록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 전문가 말만 믿고 마음 졸였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직접 투자 전성시대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잡은 동학 개미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감각으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개인의 대표적 재테크 수단이던 공모펀드는 뒷전으로 밀렸다. 수익률이 신통치 않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서다. 손실을 보아도 수수료·운용보수를 지급해야 하니 펀드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정부는 개인의 펀드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지난 1년의 성과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모펀드와 개인투자자 간 괴리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중 펀드 자금의 비중은 1월 말 기준 3.1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19년 말 4.83%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난해 6월 말에는 사상 첫 3%대를 기록한 뒤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흐름은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개인의 공모펀드 투자 원금은 2019년 말 18조7762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3546억원으로 1년 새 4조4216억 원어치 펀드를 팔아치웠다. 주식 투자를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같은 기간 27조3933억원에서 65조5227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불었다. 올 1월 말에는 68조172억원으로 불어났다.
공모펀드뿐만 아니라 요구불예금·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상품의 인기도 시들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요구불예금(MMDA 포함)도 637조8555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9840억원 감소했고, ELS 잔고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5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9000억원 감소했다. 개인들이 빚까지 내서 투자할 정도로 열성적이니 당연한 결과다. 코스피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익률이 공모펀드의 불신을 낳았다. 2월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1년 수익률은 45.21%로 삼성전자(45.1%)와는 비슷했지만, SK이노베이션(155.87%)·네이버(96.05%)·현대자동차(93.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증시 흐름이 4~8월 IT·바이오, 9~10월 화학·배터리, 11~12월 반도체·자동차로 빠르게 바뀌는데도 공모펀드는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수익 기회를 놓쳤다.
공모펀드는 투자 종목과 비중의 법적 규제를 받으며 위험 관리와 같은 족쇄를 달고 있어 구조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설정한 지 1년이 넘은 국내 3014개 주식형 펀드 가운데 코스피 수익률(44.25%)에도 못 미친 펀드는 절반에 가까운 1456개나 됐다. 지난해 같은 상승장에서 손실을 기록한 펀드도 6개나 됐다.
김정수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상무는 “공모펀드는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안정적인 종목들을 압축해 담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거나 시장 상황에 시시각각 대응하기 어렵다”며 “일부 소형 종목의 가격이 급등해도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대형 종목으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전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20년 10월 16~30일 전국 25~64세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펀드 투자 인식 조사에서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질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거나 주식 등 다른 투자처가 더 매력적’ 응답이 26.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투자자는 2019년 35.4%에서 21.6%로 큰 폭 감소했다.
높은 수수료·운용보수도 투자자들에겐 부담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총보수비용비율(Total Expense Ratio, TER) 클래스에 따라 1.26~1.68%(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준이다. 0.6% 안팎인 미국보다 2~3배가량 높다. TER은 펀드를 운용하며 발생한 비용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많다는 의미다. 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은행 적금금리만큼의 돈을 까먹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독일 헤리티지 파생 결합증권(DLS)·디스커버리·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기관의 불완전판매 및 대규모 손실이 잇따르자 간접 상품에 불신도 깊어졌다. 사건·사고를 일으킨 상품은 대부분 파생상품이거나 사모펀드이지만, 판매회사·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공모펀드 황금시대를 열었던 10~15년 전과 비교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 원본이 가장 많았을 때는 2008년으로 140조2143억원에 달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시중 자금이 풍부한 2020년 말(77조6980억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많다. 2004년 말 8조5796억원에서 4년 새 16.3배 불어났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를 리스크 방어와 더불어 3~5년 중장기 시계로 운용하기 때문에 1년 성과만을 놓고 평가하는 것은 단견이라는 입장이다.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컨설팅팀 이사는 “펀드가 노선을 많은 승객을 태워 운행하는 버스·기차라면 직접 투자는 소수 인원이 필요한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승용차”라며 “태생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회피를 배제한 수익률 비교로 단순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만을 지향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간 전체 펀드 자금의 80% 이상 차지하는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을 끌어올 수 없다”며 “상승장만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의 무능을 탓하지만, 하락장에서의 대응 능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개인투자자로 돌아서거나 사모펀드로 옮기는 등 인력 유출도 공모펀드의 성과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영 이사는 “지난 3~4년 전부터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보수가 줄어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상품들이 등장하며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는 게 운용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운용성과에 따라 운용보수를 분기마다 바꾸는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도입, 수탁고 50억원 미만 소규모 펀드 투자전략 변경 가능 등 공모펀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개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세제 혜택과 장기운용 지원책 등은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지고, 지난 1년간 주가가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공모펀드가 부진해 보인다”라며 “정부도 동의하고 판매·운용 등 측면에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혜택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4년 주식형펀드에 대해 8000만원 한도에서 이자·배당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개인의 펀드 투자 열풍을 뒷받침한 바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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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도체 장비 회사에 다니는 최영준(38) 씨는 지난해 초 2년 넘게 보유했던 브라질 펀드를 정리하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 후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연일 추락했지만, 최 씨가 직접 투자한 종목 수익률은 100%가 넘었다. 그는 2018년 모 경제방송 출연자가 브라질 경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을 보고 브라질에 관심을 가졌다. 때마침 한 증권사가 브라질 펀드를 내놓자 이때다 싶어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2010년 700원이었던 헤알화 가치가 300원으로 떨어져 바닥이라고 판단했다. 환차익까지 챙길 기대에 부풀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브라질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줄 몰랐고 원자재 수출도 부진했다. 헤알화는 200원대로 더 떨어졌다. 불과 2년 만에 원금이 반 토막 났다. 2018년 반도체 빅 사이클 때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자해 목돈을 만진 회사 동료들에 자극받은 최 씨는 지난해 초 펀드를 환매했다. 속이 쓰렸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네덜란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 ASML에 펀드 환매 자금을 전부 투자했다. 삼성전자·TSMC의 미세공정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ASML 주가가 크게 올라 최 씨는 1년 만에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비아트론·SFA·동진쎄미켐 등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에도 두루 투자했다. 현재 투자 종목 모두 2배 안팎의 성과를 기록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 전문가 말만 믿고 마음 졸였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직접 투자 전성시대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잡은 동학 개미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감각으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개인의 대표적 재테크 수단이던 공모펀드는 뒷전으로 밀렸다. 수익률이 신통치 않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서다. 손실을 보아도 수수료·운용보수를 지급해야 하니 펀드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정부는 개인의 펀드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지난 1년의 성과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모펀드와 개인투자자 간 괴리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중 펀드 자금의 비중은 1월 말 기준 3.19%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2019년 말 4.83%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난해 6월 말에는 사상 첫 3%대를 기록한 뒤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흐름은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개인의 공모펀드 투자 원금은 2019년 말 18조7762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3546억원으로 1년 새 4조4216억 원어치 펀드를 팔아치웠다. 주식 투자를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같은 기간 27조3933억원에서 65조5227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불었다. 올 1월 말에는 68조172억원으로 불어났다.
공모펀드뿐만 아니라 요구불예금·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상품의 인기도 시들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말 요구불예금(MMDA 포함)도 637조8555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9840억원 감소했고, ELS 잔고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5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9000억원 감소했다. 개인들이 빚까지 내서 투자할 정도로 열성적이니 당연한 결과다.
비용은 미국 3배, 사모펀드 사태로 불신
공모펀드는 투자 종목과 비중의 법적 규제를 받으며 위험 관리와 같은 족쇄를 달고 있어 구조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설정한 지 1년이 넘은 국내 3014개 주식형 펀드 가운데 코스피 수익률(44.25%)에도 못 미친 펀드는 절반에 가까운 1456개나 됐다. 지난해 같은 상승장에서 손실을 기록한 펀드도 6개나 됐다.
김정수 아크임팩트자산운용 상무는 “공모펀드는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안정적인 종목들을 압축해 담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거나 시장 상황에 시시각각 대응하기 어렵다”며 “일부 소형 종목의 가격이 급등해도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대형 종목으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전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020년 10월 16~30일 전국 25~64세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펀드 투자 인식 조사에서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질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거나 주식 등 다른 투자처가 더 매력적’ 응답이 26.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투자자는 2019년 35.4%에서 21.6%로 큰 폭 감소했다.
높은 수수료·운용보수도 투자자들에겐 부담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총보수비용비율(Total Expense Ratio, TER) 클래스에 따라 1.26~1.68%(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준이다. 0.6% 안팎인 미국보다 2~3배가량 높다. TER은 펀드를 운용하며 발생한 비용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많다는 의미다. 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은행 적금금리만큼의 돈을 까먹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독일 헤리티지 파생 결합증권(DLS)·디스커버리·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기관의 불완전판매 및 대규모 손실이 잇따르자 간접 상품에 불신도 깊어졌다. 사건·사고를 일으킨 상품은 대부분 파생상품이거나 사모펀드이지만, 판매회사·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펀드는 버스, 안정적 운용 불가피” 항변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컨설팅팀 이사는 “펀드가 노선을 많은 승객을 태워 운행하는 버스·기차라면 직접 투자는 소수 인원이 필요한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승용차”라며 “태생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회피를 배제한 수익률 비교로 단순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만을 지향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간 전체 펀드 자금의 80% 이상 차지하는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을 끌어올 수 없다”며 “상승장만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의 무능을 탓하지만, 하락장에서의 대응 능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개인투자자로 돌아서거나 사모펀드로 옮기는 등 인력 유출도 공모펀드의 성과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영 이사는 “지난 3~4년 전부터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보수가 줄어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과세 등 실질 혜택 필요” 주장도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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