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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후불결제서비스 시장 각축전] 후불결제 탑재한 네이버에 긴장하는 카드업계

[막 오른 후불결제서비스 시장 각축전] 후불결제 탑재한 네이버에 긴장하는 카드업계

“사실상 테크핀에 여신 사업권 부여한 것”… 규제 공백 우려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정의연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은 2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 네이버 등에 소액후불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 사진:금융정의연대
네이버의 금융서비스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오는 4월부터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에 들어가게 되면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은 소액이지만, 향후 거래 데이터가 쌓이면 후불 결제 한도를 늘리면서 결제 시장 내 지위를 높여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카카오와 토스 등의 진입도 예상되어 향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하는 신용카드업계 등 기존 금융권에서는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18일 제1차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열고 네이버페이의 ‘소액 후불 결제’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부여해 네이버페이에 후불 결제를 허용해주는 결정이다. 덕분에 네이버페이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 선불전자 지급수단으로 물품을 구매할 때 부족한 결제 금액만큼은 후불 형식으로 상환하도록 할 수 있게 됐다. 한도는 30만원으로 이름 그대로 ‘소액’이긴 하지만, 비금융 사업자인 ‘테크핀’ 업체가 라이선스 없이 여신(후불) 기능을 확보한 최초의 사례다.
 라이센스 없는 ‘테크핀’의 후불 결제 진출
후불 결제 시장에서는 국내 최대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자회사를 통해 후불 결제 서비스를 갖추면 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쇼핑과 콘텐트 등 생태계를 갖춰 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80% 이상으로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네이버페이를 통한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 신용카드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네이버페이는 신용카드사와 달리 여신(후불) 혜택이 없다는 점은 큰 약점이었다”며 “네이버페이 월평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19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30만원 한도는 작지 않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카드 결제 수수료를 아낀 비용은 적립 혜택 등으로 제공되고 다시 고객과 거래액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020년 6월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을 출시한 뒤 이 통장으로 충전한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할 때마다 결제액의 0.5%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주고 있다. 이렇게 적립된 포인트는 네이버 생태계 내에서 커머스 재구매 결제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성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지난 2019년 4분기 4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 1분기 5조원을 넘었고, 2020년 2분기엔 6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4분기에는 7조8000억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테크핀’ 업체들의 후불 결제 시장 진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네이버 이후에도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이 상반기 중으로 특례 신청을 통한 후불 결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에 두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0년 3분기까지 누적 결제액만 47조원에 이른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결제액만 합쳐도 연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들이 자체 후불 결제 서비스를 갖추면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을 네이버와 카카오 자체 생태계에서 소화하게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금융 업계는 거대 플랫폼 업체들의 후불 결제 시장 진출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카드 업계는 전통적 신용카드 발급자의 월 평균 결제 금액이 60만원 가량이기 때문에 30만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신용 카드나 후불 결재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발급 시 고객 신용등급 등 절차가 필요한 카드업계와 달리 핀테크 업체들의 후불 결제 서비스는 아직 특별한 제한이 없는 상태다.

네이버를 필두로 거대 핀테크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기존 카드 업계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드업체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규제를 받지만, ‘테크핀’ 업체들에게는 규제 없이 사업을 허용해줬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은 30만원이라고 하지만 향후 한도가 증가하게 되면 소액 후불 결제와 신용카드 결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며 “반면 카드사들은 여전법에 따라 카드 혜택이나 가맹점 수수료율, 자산 대비 대출 규모 등에서 규제를 받아야 하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를 향한 특혜” 지적 확산
‘테크핀’ 업체들의 특혜 시비는 이미 지난 2020년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이 준비되면서부터 부각되던 문제다. 국회에서는 지난 2020년 11월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은행처럼 자금이체업을 하도록 하고, 별도 등록 없이 대금결제업과 결제대행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네이버페이에 후불 소액 결제 서비스를 허용해준 이상 통과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전금법 개정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과 금융전업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지난 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네이버 특혜법 제2의 사모펀드 사태 유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금융 전자금융업자는 올 3월에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적용받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등 사업자들에게 소액 후불 결제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빅테크·핀테크를 향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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