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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0만명’ 진입, 심화된 ‘양극화’- (1)산업계] 반도체·가전 수요 폭발… ESG는 위기이자 기회

[‘코로나19 10만명’ 진입, 심화된 ‘양극화’- (1)산업계] 반도체·가전 수요 폭발… ESG는 위기이자 기회

비대면·대면 운명 갈려… 자동차·조선은 수성 속 변화 추진 과제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선이 수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산업계 전반을 흔들었다. 가장 큰 영향은 ‘양극화’다. 대면업종과 비대면 업종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물론, 동일 업종 내의 기업간 양극화도 나타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했던 산업군에서 ‘구조조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산업 구조조정은 코로나19가 입힌 수요의 타격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도태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자본시장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방향성은 새로운 성장산업에 집중됐다. 전통적인 제조·서비스 업종 기업들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도체·가전·배터리, 코로나19가 만든 ‘퀀텀 점프’
코로나19로 인해 급증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는 반도체와 가전에 집중됐다. 특히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반도체업계에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질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력 생산품목인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올 한 해 두 자릿수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는 생산설비를 모두 가동하고 있음에도 밀려드는 주문을 다 받지 못할 정도로 호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반도체 시장의 지난해 대비 성장률을 기존 12%에서 19%로 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예상 매출액도 기존 4524억 달러(약 516조6408억원)에서 4799억 달러(약 548조458억원)로 275억 달러(약 31조4050억원) 높였다. IC인사이츠는 “코로나19 이후로 반도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견조했다”며 “올해 1분기에도 강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D램 가격 상승세가 2분기부터 본격화되고, 낸드플래시는 하반기부터 가격상승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가격상승이 나타나고 있지만,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나기는 어려워 구매자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강하다”며 “D램뿐만 아니라 낸드 가격 반등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개선 폭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대면의 확대는 가전제품 수요를 폭발시켰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비대면 근무를 위한 노트북 수요 증가 등이 이뤄졌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의류 관리기 등 신가전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CE부문 경영실적은 매출 48조2000억원, 영업이익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전자 매출을 보면 H&A부문 22조2691억원(10.6% 증가), HE부문 13조1798억원(7.4% 증가)으로 총 35조4489억원으로 집계됐다. H&A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인테리어에 중점을 둔 비스포크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았고, LG전자는 ‘트루 스팀’을 앞세운 새 가전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집콕’ 장기화 상황에서 여행 등에 대한 제약이 지속되며 보복 소비, 이른바 ‘펜트업’ 현상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특히 두 회사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과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이나 유럽 시장 등에서 TV나 스마트폰, 건조기, 세탁기 등 대부분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제품군도 최근 하이얼 등 중국 로컬기업들의 잇따른 진출로 경쟁 심화가 예상되며, 핵심인력과 기술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꾸준한 격차 유지가 국내 기업의 과제로 떠오른다.

전기자동차 밸류체인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산업도 코로나19 사태를 타고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ESG 경영 확대에 따라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받게 됐다.

이에 그간 ‘투자’의 기간을 거쳐 온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첫 흑자 전환에 이어 분사까지 성공하며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자동차·조선·철강 ‘친환경’에 사활 걸어
반도체와 가전 등이 코로나19 국면 속 호황을 맞는 가운데, 국내 주요 제조업의 또 다른 한 축인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은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16년 만에 최소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 년보다 11.2% 감소한 350만6848대다. 이는 2004년(346만9464대) 이후 가장 적다. 적극적인 신차 출시와 정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선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해외 자동차 시장이 거의 마비되면서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188만6831대로 전년 대비 21.4% 감소하며 2003년(181만4938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생산 감소보다 주목할 것은 산업군 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해외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내수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선전했지만 외국계 완성차업체 3사인 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의 생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GM생산은 35만4800대로 2004년(30만346대) 이후 16년 만에 최소치, 르노삼성차는 11만4630대로 2003년(8만906대) 이후 17년 만에 최소치를 각각 기록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10만6836대를 생산하며 전년(13만2994대) 대비 19.7% 감소했다. 2010년(8만67대) 이후 10년 만에 최소치다. 쌍용차는 특히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도 줄어들어 위기감이 커졌다. 적자가 누적된 쌍용차는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가 매각을 추진 중인데, 이 마저도 진행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좌초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텅 비어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수년간의 어려움을 겪다가 경기 회복 진입을 기대하던 조선업종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은 선주들로 하여금 선박 투자에 대한 동력을 상실케 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수주들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심화했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주랠리가 이어지며 재기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매출처인 자동차와 조선의 부진은 철강업계의 어려움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포스코가 지난해 상반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포스코는 하반기 이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다시 1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회복세로 돌아섰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 업종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기존 사업모델로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시대가 앞당긴 ESG 경영, 이 중에서도 친환경 부문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테슬라가 시장의 판을 흔들었고, 코로나19가 자본시장의 변화를 앞당겼다. 감소하는 내연기관 시장에서 최대한 ‘수성’하고 전기차 시대로의 도약에 앞장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 중 현대차·기아는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용플랫폼 전기차를 내놓는 등 친환경차 시대로의 변화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환경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외국계 3사다. 이 회사들은 글로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성공적으로 수행되더라도 협력업체와 고용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과 철강도 ESG 경영이 가장 주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조선업에선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친환경 선박 개발’과 수소관련 사업으로 신성장 역량을 모두 집중하고 있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업종인 철강업도 탄소 배출 억제가 가장 큰 과제다. 여기에 수소 생산 및 유통 등의 분야에 속속 나서며 ESG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는 제품 경쟁력에선 글로벌 수준이지만 유럽·일본 기업 등에 비해 환경영향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선진국 수준의 친환경 생산구조를 구축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손님 없는 여객운송, 손 없는 화물 운송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양극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건 운송시장이다.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으로 ‘화물 운송’ 중심인 해운, 물류업종은 역대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여객을 중심으로 하는 항공은 수요가 전멸한 상태가 지속되며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단 한 곳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성장세 속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항공사들이 정리되는 수순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항공업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입은 산업군이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에 소속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도 논의 중이다.

문제는 통합 논의에 포함되지 못한 LCC들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매수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항공사는 향후 여객 운송이 회복세를 맞으면 급격한 성장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교수(항공경영과)는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이후 항공여객의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코로나 사태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규모의 경제에 몰두하기보단 사업다각화 등 항공업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객과 달리 화물 운송 시장은 일대 호황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후 전 세계적 화물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년간 이어졌던 글로벌 해운기업들 간 치킨게임도 정체되며 운임도 올랐다. 이에 힘입어 원양 컨테이너 국적선사인 HMM도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발주했던 대규모 선박들이 속속 도입되며 올해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 진입에 따라 해상운임 강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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