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개 팔렸다는 '손연재 의자' 커블, 효과는 있을까
700만개 팔렸다는 '손연재 의자' 커블, 효과는 있을까
한 자세만 유지하면 척추 및 허리 근육에 무리 생겨... 업체 "지금은 베타 테스트…의료기기 등록 준비 중" 만성 허리통증을 겪는 직장인 김선영(가명·30)씨는 지난달 좌식의자를 샀다. 기존 사무용 의자 위에 덧대 앉으면 척추를 바로 세워준다는 홍보 문구에 끌렸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김씨의 좌식의자엔 먼지가 내려앉았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다. 김씨는 “척추 측만(비틀림)이 고쳐지느라 아픈 건지, 제품이 효과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가 산 제품은 ‘손연재 의자’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커블체어'다. 제조사 에이블루가 2019년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손연재를 광고 모델로 쓰면서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지상파 TV 광고부터 온라인 배너광고까지 전 방위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속된 말로 ‘대박’을 쳤다. 지난 한 해만 350만개 이상을 팔아치웠다. 업체가 발표한 누적 판매량은 700만개에 달한다. 매출도 열 배 이상 뛰었다. 이 업체 이명욱 대표는 “2018년 71억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1100억원 수준까지 뛴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커블체어’는 굴곡을 뜻하는 ‘커브(curve)’와 ‘할 수 있다(able)’를 조합한 단어다. 이름처럼 이 제품 바닥 면은 둥그렇게 굴곡져 있다. 덕분에 제품에 앉으면 등받이가 앞으로 기울면서 허리를 밀어준다. 의자가 엉덩이 하중을 허리로 전달하고, 그 힘으로 허리가 바로 서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지렛대 원리를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으로 2015년 12월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자세 교정 효과가 있을까. 신경외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일시적으로 도움 될 수는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자세를 교정하진 못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고대안암병원 신경외과 허준석 교수는 “해당 제품은 ‘요추(허리뼈)를 일정 각도(전만각)로 유지하면 좋다’라고 전제하지만, 여러 반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만각’이란 우리의 허리뼈가 가진 기본적인 각도를 말한다.
허 교수는 먼저 각자에게 맞는 허리 각도가 다른 점을 지적했다. 특히 “허리뼈가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을 겪는 사람은 억지로 허리를 펼 경우 오히려 척추를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의자 디자인에 따라) 한 자세만 유지하면 하중이 걸리는 특정 척추 부위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조금씩 자세에 변화를 줄 때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고동현 의무원장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단기적으로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교정기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허리) 근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반론들에 답하려면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 허 교수는 “임상시험이 없다면, 해당 업체의 주장은 근거 미약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품 제조사엔 임상 데이터가 없다. 커블체어가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가 아니라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척추 교정’이 아니라 ‘자세 교정’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척추를 교정할 수 있다’는 말은 치료 목적으로 분류될 수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커블체어는) 착석시 일시적으로 자세 바로잡아줄 뿐”이라며 “특정 부위를 치료하는 성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디자인 전문 업체로 출발해서 의료업계에 자문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지난 1월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의료기기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베타 테스트(시험) 단계인 것인가"라는 물음에 관계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씨가 산 제품은 ‘손연재 의자’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커블체어'다. 제조사 에이블루가 2019년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손연재를 광고 모델로 쓰면서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지상파 TV 광고부터 온라인 배너광고까지 전 방위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속된 말로 ‘대박’을 쳤다. 지난 한 해만 350만개 이상을 팔아치웠다. 업체가 발표한 누적 판매량은 700만개에 달한다. 매출도 열 배 이상 뛰었다. 이 업체 이명욱 대표는 “2018년 71억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1100억원 수준까지 뛴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커블체어’는 굴곡을 뜻하는 ‘커브(curve)’와 ‘할 수 있다(able)’를 조합한 단어다. 이름처럼 이 제품 바닥 면은 둥그렇게 굴곡져 있다. 덕분에 제품에 앉으면 등받이가 앞으로 기울면서 허리를 밀어준다. 의자가 엉덩이 하중을 허리로 전달하고, 그 힘으로 허리가 바로 서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지렛대 원리를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으로 2015년 12월 특허를 받기도 했다.
전문의 "일시적 도움, 근본 교정은 못해"
고대안암병원 신경외과 허준석 교수는 “해당 제품은 ‘요추(허리뼈)를 일정 각도(전만각)로 유지하면 좋다’라고 전제하지만, 여러 반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만각’이란 우리의 허리뼈가 가진 기본적인 각도를 말한다.
허 교수는 먼저 각자에게 맞는 허리 각도가 다른 점을 지적했다. 특히 “허리뼈가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을 겪는 사람은 억지로 허리를 펼 경우 오히려 척추를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의자 디자인에 따라) 한 자세만 유지하면 하중이 걸리는 특정 척추 부위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조금씩 자세에 변화를 줄 때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고동현 의무원장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단기적으로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교정기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허리) 근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반론들에 답하려면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 허 교수는 “임상시험이 없다면, 해당 업체의 주장은 근거 미약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품 제조사엔 임상 데이터가 없다. 커블체어가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가 아니라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척추 교정’이 아니라 ‘자세 교정’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척추를 교정할 수 있다’는 말은 치료 목적으로 분류될 수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커블체어는) 착석시 일시적으로 자세 바로잡아줄 뿐”이라며 “특정 부위를 치료하는 성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디자인 전문 업체로 출발해서 의료업계에 자문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지난 1월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의료기기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베타 테스트(시험) 단계인 것인가"라는 물음에 관계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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