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환 KB금융 디지털플랫폼총괄 부사장 “금융그룹은 종합격투기 선수”
[금융그룹 디지털패권 전쟁] ①KB금융
“오프라인 점포, 폐쇄가 아니라 효율성 높여야"
“마이데이터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은 금융사에 기회”
※ ‘디지털 혁신’이 금융그룹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특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5대 금융지주사의 디지털 부문 리더를 만나 ‘디지털금융’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본다. 첫번째는 '리딩금융그룹'인 KB금융이다.〈편집자〉
“금융그룹이 종합격투기 선수라면 인터넷은행은 권투 선수다. 그런 금융그룹 스스로가 디지털금융을 한다며 권투 선수 흉내를 내고 있다. 발은 안 쓰고 주먹만 쓰려고 하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금융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모두가 디지털을 외친다. 금융사들도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대면 거래는 일단 구식으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영업점 감축은 당연시된다. 리딩금융인 KB금융그룹은 이런 급변하는 시대와 업계의 인식에 의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해온 영업 방식을 다 바꾸는 것만이 디지털금융의 목적일까.
한동환 KB금융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부사장은 23일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지털금융 시대에도 영업점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디지털금융의 완성은 오프라인 점포와 협업에서 완성된다고 봤다. 인터넷은행이 갖출 수 없는 금융지주의 경쟁력도 이에서 찾았다. 종합격투기 선수의 손발이 온·오프라인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사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2기(2017년 말~2020 말) 체제가 시작했을 때 지주 미래채널그룹(은행 겸직) 상무로 승진, 디지털 부문을 담당했다. 이후 지주 디지털혁신총괄(CDIO)과 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윤 회장 3기에서도 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부사장으로 디지털금융을 책임지고 있다.
성과는 뚜렷했다. KB금융에 따르면 2017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KB금융 전체 비대면 대출 규모는 9700억원에서 4조5300억원으로 367% 증가했다. 비대면 채널의 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32% 수준이다. 이 규모가 더 커질 여지가 많다. 하지만 한 부사장은 이 숫자를 무조건 신뢰하지 않았다. 그는 “디지털 성과 지표는 해석하기 어렵다”며 “숫자 해석이 잘못되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의 균형 있는 성장이 금융사의 경쟁력”
KB금융의 지난해 비대면 대출 이익 증가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다만 이를 해석하는 데 신중하려고 한다. KB금융은 최근 6개월간 거래 중 50% 이상을 비대면 채널에서 거래한 고객을 디지털 고객으로 본다. 오프라인 고객의 변화도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점포 고객 일부가 카카오뱅크로 이동하고 나머지 고객만이 KB스타뱅킹을 쓰게 됐다면, 숫자에선 디지털금융 이용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오겠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KB금융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금융 성과 분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디지털금융 성과와 관련한) 정확한 수치는 2분기 이후에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싱가포르개발은행(DBS : Development Bank of Singapore)을 참고하고 있다. DBS는 6개월 간 오프라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만을 디지털 고객으로 인식한다. 하루만 점포를 이용해도 디지털 고객으로 보지 않는다. KB금융도 이런 방식으로 디지털 유입 고객을 보고 있다.
그렇게 볼 때 KB금융의 디지털화는 잘 되고 있나.
현재까지는 그렇다고 본다. 다만 오프라인도 성장하고 온라인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오프라인 채널은 본질적으로 주요 고객에게 수익을 많이 올려주는 모델로 가야 하고, 온라인은 새로운 고객을 보다 많이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면 고객을 빼앗기고 있으면서도 디지털금융은 잘하고 있다며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포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을 보자. 집을 옮기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다. 이런 고객은 모바일보다는 직접 은행 점포를 찾아 은행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영업점이 고객에게 편의성과 전문성을 제공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국민은행에 큰 수익을 주는 고객은 50·60세대다. 그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거래를 편하게 느낀다. 점포 폐쇄가 능사가 아니다. 점포의 편리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KB금융은 현재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를 생각하고 있다. 정맥 인증을 영업점에 최초로 도입한 것도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다. 온·오프라인을 균형 있게 가져간다면 인터넷은행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삼성전자·네이버에서 인재 영입 중”
그런데 최근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 설립을 원한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인터넷은행 설립 라이선스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는 의미일 뿐이다. 마치 금융그룹들이 디지털화에 자신이 없어서 라이선스를 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이는 현실과 다른 말이다. 금융 전술에서 유연성을 넓히자는 의미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이 긍정적이라고 본 것이다. 2017년 디지털 부문 임원이 됐을 때 디지털금융 구축을 좀 더 빨리 하고 싶었다. 완전한 형태의 디지털금융 모델을 만들어볼 계획으로 ‘디지털금융 그룹을 분리해서 인터넷은행을 만들어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KB금융의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온·오프라인이 연동되는 방법으로 국민은행 전체를 디지털화해야 고객의 편리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안 것이다.
마이데이터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은행은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 정보 주체의 의사 결정으로 고객이 자신의 금융정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은 그 보답으로 완전한 판매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연말정산과 관련해 단순히 ‘이 상품은 연말정산에 도움이 됩니다’라는 점에 그쳤다. 앞으론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상품에 얼마의 자산이 들어가면 차후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또 발견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직원들에게도 시각을 바꿔보자고 조언한다. 지금까지는 대출 전문, 펀드 전문 등 직원마다 전문적인 부분을 구분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점에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에게, 가족에게 자산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은행 차원에서도 클라우드를 통해 자료와 영상을 올려놓고 언제든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디지털화에서 IT기업과 차별성은.
은행은 지금까지 편하고 안전한 것 위주로 성장해왔다. 앞으로는 외부와의 관계를 넓혀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외부 인재를 영입하려고 노력한다. IT기업에서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기보다 안정된 은행에서 실력을 내고 싶은 분들이 많다. 최근엔 네이버와 삼성전자, 다른 금융지주에서 IT 전문가들이 KB금융으로 이동했다. IT기업과의 협업도 중시한다. 다만 협업만 아니라 경쟁 상대로도 생각한다. 검색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금융 업무까지 하는 시대가 됐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되면서 금융지주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디지털금융의 궁극적 목적은 금융사가 고객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드느냐에 있다. IT기업은 이런 부분에 약점이 많다. KB금융은 다르다. 고객의 보호와 행복이 KB가 바라보는 디지털금융의 최종 목적지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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