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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쏘아올린 대기업 지정제 논란

전경련 “반독점 견제 기능 사라지고 국내기업 역차별… 전면 폐지해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말 발표할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잔 지정결과’를 앞두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상위 대기업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후 공정위는 매년 4월 말 전년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은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그룹을 공시대상 기업집단, 10조원 이상에 대해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제에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최근 미국 시장에 상장한 쿠팡의 영향이 크다. 애초에 공정위는 쿠팡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 점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경쟁업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네이버 사례를 거론하며 쿠팡에 '외국인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반발에 공정위는 김범석 쿠팡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동일인 지정 관련 논란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27일 이 제도가 더 이상 존립근거가 없다며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경련 측의 주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면서도 “현재는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우리나라 시장에 진입 가능해 일부 국내기업의 시장독점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로 인해 국내 대기업집단에 가해지는 규제가 외국기업과 역차별을 불러온다는 점을 철폐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대기업집단 중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최대 1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은 최대 188개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세계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차별 외에도 동일인 지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올해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또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동일인 변경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회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런데 공정위가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 회장으로 변경하면 삼표그룹이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6촌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이 각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0%이상을 소유하면 공정위는 이 회사에 동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계열사로 편입한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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