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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MLB‧GS25도 욕 먹었다… ‘젠더갈등’ 커지는 이유

이벤트 포스터에 메갈 상징 손모양·소시지 이미지 논란
분노하는 MZ세대… 내려간 기업 광고만 40여건 넘어

'남혐' 논란에 휩싸인 편의점 GS25, 패션 플랫폼 무신사 광고 이미지. [사진 각 사]
 
패션‧유통기업들의 광고 게시물이 ‘남성 혐오(남혐)’, ‘여성 혐오(여혐)’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들 기업들이 남혐을 내포하는 광고를 게시했다는 데 분노했고,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 또는 ‘불편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논란이 된 광고에 대해 의도가 없었고, 우연의 일치 일 뿐이라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해명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건 편의점 GS25의 ‘감성 캠핑 이벤트’다. GS25가 한 달간 ‘캠핑가자’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공개한 포스터에 있는 손 모양과 소시지 일러스트가 남혐 표현이라는 게 논란의 시작.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손모양이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혐오할 때 표현하는 손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감성 캠핑 필수 아이템 영문의 마지막 글자를 거꾸로 읽으면 ‘메갈(megal)’이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메갈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자’를 뜻한다. 끝에는 소시지 일러스트가 있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손 모양과 소시지는 왜 남성을 저격하나   

 
GS25는 부랴부랴 수정된 포스터를 내놨지만 이마저도 비난을 샀다. 포스터 하단에 그려진 달과 별 3개 모양이 서울대학교 내 여성주의 학회인 ‘관악 여성주의 학회’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수정 포스터에 대해서도 항의가 빗발치자 GS25는 관련 모양과 표현을 모두 삭제했다.  
 
GS25는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캠핑 경품 이벤트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에게 불편을 줄 여지가 있는 이미지라고 판단해 즉시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표기했으며, 이미지 또한 검증된 유료 사이트에서 ‘힐링 캠핑’ ‘캠핑’이 키워드인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해명글이 올라갔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없다”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식의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건 GS25만이 아니다. 패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가 현대카드와 최근 진행한 이벤트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에도 일부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역시 카드를 잡은 손 모양이 GS25의 포스터와 같이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무신사는 올 초 여성고객 유치를 위해 여성에게만 쿠폰을 지급하면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신사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한 남성 고객 계정을 60일 이용 정지하면서 문제가 더 확산됐다. 비난 여론이 일자 무신사 측은 한 차례 입장문을 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혐 논란을 일으킨 MLB SNS 광고. [사진 MLB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앞서 F&F의 MLB는 여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모자로 쌩얼(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사수하자(가리자)”는 취지의 광고 화보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성차별 논란을 빚은 것. 이미지는 단순 MLB 의류와 모자를 착용한 여성 모델 모습이었지만 문제는 MLB가 올린 광고 문구였다.  
 
MLB 측은 화보를 올리면서 “런드리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해지는 저녁이라고 방심하지 마! 쌩얼 사수!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광고 의도는 MLB 대표 제품인 볼캡으로 맨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콘셉트였지만 여성은 집 근처를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 화장을 해야한다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잘 가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항의가 빗발쳤다.  
 

여자만 쿠폰 지급? 쌩얼 사수?…끝없는 논란 

 
업계에선 잇따른 성차별 논란에 대해 ‘MZ세대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꼽았다. 과거 세대들은 이런 광고에 노출된 것을 크게 불쾌해하지도, 불편하더라도 문제 삼아오지 않았지만 큰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젠더 감수성 ▲역사 왜곡 ▲약자 비하 등의 이슈에 크게 분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업이 이런 내용을 광고 문구 등에 게재했을 경우 불매운동을 넘어선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20대 남성은 “이번 포스터는 그간 쌓였던게 점점 폭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불평등하게 차별받아온 건 4050 부모님 세대다. 정작 차별받았다고 외치는 건 딱히 어느 한쪽이 차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젊은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이 남성은 20대에게 이런 상황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취업과 결혼·육아 등 모든 삶에서 작용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런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젠더 감수성에 분노하는 MZ세대…취업 등 현실 탓 

 
전문가들도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의 소비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고객 항의로 기업이 중단시킨 광고도 대략 40건이 넘는다. 유니클로의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광고와 무신사의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는 역사왜곡 광고가 대표적이다.  

오세조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경영학과)는 “MZ세대는 성별이나 나이 등 전통적인 가치관에 젖어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수평적이고 다양성 있게 바꿔나가려는 가치관이 강하다”며 “젠더 문제에 대한 이슈를 끄집어내서 알리고 새로운 판을 짜는 데 더 큰 문제의식과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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