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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빅딜 전무한 GS그룹…보수적 M&A가 불러온 ‘아쉬움’

[10대 그룹 10년 M&A 분석⑨] GS그룹
경기변화에 민감한 에너지·유통업에 치중, 1년새 시총 1조 증발
허태수 회장 취임 후 글로벌 벤처 설립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 준비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나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 [편집자] 
 

GS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도 좀처럼 보이지 않고, 조 단위의 ‘빅딜’ 거래도 단 1건에 불과하다. 이 1건마저도 그룹 계열사 지분권을 금융권으로부터 인수한 것이다. 10대 그룹 대부분이 사업 체질 변화를 준비하며 미래 먹거리 사업에 수조원을 쓰는 것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다만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취임(2019년 12월)한 2020년부터 다양한 시도는 감지된다. ㈜GS,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10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1억5500만 달러(약 1700억원)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오는 7월 합병을 앞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6개의 물류센터 신축과 IT 인프라 구축에 57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본격적인 M&A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력 사업 위주로 추진된 인수 M&A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국내 10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 기업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GS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총 86건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지분 투자 거래 43건과 계열사 간 거래 9건을 제외한 순수 M&A 거래는 34건으로 인수 20건(인수기업 가치 금액 3조5964억원), 매각 14건(2조31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인수 M&A 대부분은 GS그룹의 주력사업인 에너지, 리테일·홈쇼핑, 건설 등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인수 건이 가장 많은 업종을 보면 정유사업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유통 3건, 전자상거래‧건설‧환경(각 2건) 순으로 조사됐다.
 
GS그룹은 지난 2012년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회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킨 이후 발전사업 역량과 해외 자원개발,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인수를 추진했다. 그룹 내 유관 계열사 GS EPS·GS파워(발전사업), GS글로벌(해외 자원개발), GS건설(발전소·플랜트 건설) 등이 함께 어우러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큰 금액의 인수 M&A 역시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농협은행(옛 KB국민은행 컨소시엄)이 보유한 GS파워 지분 50%를 전량 매입하는 M&A가 가장 큰 빅딜로 조사됐다. 지분 매입가격은 7100억원이었으며, 인수기업 가치 평가액은 1조8279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조사에서 환율, 지분 취득 등의 거래로 인한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제 M&A 거래 금액이 아닌 인수기업 가치 평가액을 산출한 만큼 유일하게 1조원을 넘어서는 거래로 잡혔다. 실제 거래액으로 평가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난 10년간 이뤄진 GS그룹의 최대 M&A였음은 변함이 없다.
2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 M&A역시 GS에너지를 통해 이뤄졌다. STX에너지를 5649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GS에너지는 2012년에는 미국 네마하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했고 2017년에는 보령 LNG터미널 상업 가동 및 인도네시아 석탄광 지분 투자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GS그룹은 유통사업에도 의미 있는 인수 M&A가 다수 추진됐다. 다만 계열사간 거래가 다수 있어 순수 M&A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 진행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 공시 발표다. 오는 7월 합병하게 되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6개의 물류 센터 신축과 IT 인프라 구축에 5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향후 5년간 1조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GS그룹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코넬캐피털, 중국 재무적 투자자 등과 손잡고 글로벌 키친웨어 제조사 ‘월드키친’의 지주사 지분 99.4%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만 투자 비율이 정확이 구분되지 않아 이 역시 순수 M&A거래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그나마 인수 M&A를 통해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곳이 바로 GS건설이다. GS건설은 2012년 스페인의 글로벌 수처리 업체 이니마(Inima OHL)를 3539억원에 인수해 수처리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폴란드 모듈형 주택 관련 계열사인 댄우드(Danwood)도 1799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 변하기 시작한 GS그룹

지난 10년간 GS그룹이 보여 온 투자는 대부분 기존사업 혹은 계열사업 강화에 편중돼왔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는 원래 잘하던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한 투자였다. 그 결과 4차산업 시대가 불러온 급변하는 산업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GS그룹은 2011년 12조853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시총)이 지난해 10조4252억원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1년 새 시총이 1조원가량 증발했다. GS그룹의 사업구조가 경기변화에 민감한 에너지·유통업에 치중하다보니 다른 대기업에 비해 코로나19로 사업 취약성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 GS그룹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벤처를 설립하며 먹거리 발굴을 준비하는 것이다. GS그룹은 202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투자회사 GS비욘드, GS퓨처스를 설립했다. GS퓨처스는 ㈜GS,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10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1억5500만달러(한화 약 1700억원)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GS는 이 두 벤처회사를 통해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나아가 M&A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GS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현금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4조2694억원으로 조사됐다.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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