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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로 PC·모바일 모두 섭렵...국내 대표 RPG 명가

[게임 빅3 대해부-엔씨소프트] ①
국내 RPG 상징이 된 리니지
모바일 대응 속도 늦어 고전…리니지M 등으로 화려한 부활

 
 
2018년 5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M 서비스 1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세번째 기업은 '택진이형' 김택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엔씨소프트다. [편집자]  
 
엔씨소프트는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역할수행게임(RPG) ‘리니지’를 개발한 곳이다. 리니지는 국내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단순 게임을 넘어 국내 RPG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최근 엔씨는 리니지 지적재산권(IP)을 통해 ‘리니지M’을 거쳐 ‘리니지2M’까지 출시하며 모바일시장마저 평정했다.  
 
지난 1998년 엔씨는 PC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엔씨 창립 1년 만에 나온 게임이었다. 출시 초창기만 해도 게임업계는 리니지가 국내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끈끈한 ‘혈맹’과 자유로운 유저간 대결(PvP)에 유저들은 열광했다
 
리니지가 게임 업계에 미친 영향은 상당히 크다. 게임 속 분쟁이 현실에 영향을 미쳐 ‘현피’(현실과 Player Kill의 합성)라고 불리는 폭력 사건까지 일어날 정도다. 리니지는 온라인게임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흥행 성공에 힘입어, 리니지는 지난 2007년 단일 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2013년에는 2조원, 2016년에는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3조9000억원으로 누적 매출 4조원을 앞두고 있다.
 
리니지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유로운 PvP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리니지를 개발하던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넥슨의 ‘바람의나라’ 개발에도 참여했다. 송 대표는 PvP에 제약이 많았던 바람의나라와 반대로 PvP에 제약이 없는 게임을 개발하기를 원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바로 리니지다.  
 

PvP에 제약이 없는 게임 리니지, 유저 열광하게 만들어

 
유저들은 자유로운 PvP에 열광했다. 리니지 PvP는 현실에서의 인간 욕망을 그대로 반영했다. PvP 대결에서 승리한 유저는 상대 캐릭터를 죽이고 상대가 갖고 있던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다. 반면 패배한 유저는 아이템은 물론 그동안 쌓은 경험치까지 잃게 되는 구조였다. 유저들은 더욱 강해지길 원했고 나중에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현금 거래까지 감행하게 된다.  
 
엔씨는 리니지 성공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3년에는 리니지 후속작인 ‘리니지2’를 선보였으며, 리니지2는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다. 출시 당시 리니지2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고퀄리티 RPG의 시초가 됐다. 아울러 ‘바츠해방전쟁’이라는 PC온라인 게임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PvP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츠해방전쟁은 거대한 독재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유저들이 맞서 싸운 리니지2 속 전쟁으로, 약 4년간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엔씨는 이후에도 2008년 ‘아이온’,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블소)’ 등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RPG 명가의 자존심을 계속해서 지켜왔다. 아이온은 엔씨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다. 엔씨는 ‘리니지’ IP의 엄청난 흥행으로 단숨에 국내 거대 게임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리니지는 과금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아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이란 인식이 강했다. 결국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게임이 필요했고, 그렇게 나온 것이 아이온이다.
 
아이온은 리니지 방식의 반복적인 사냥에서 벗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 퀘스트 동선을 통한 레벨업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엔씨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 외형과 천족과 마족, 양 진영간 대립을 콘셉트로 출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기존 리니지 시리즈 전투가 지상에 한정됐지만 아이온은 전투를 공중으로까지 확장했다. 아이온은 이후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란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블소는 국내 시장에선 보기 드문 무협 RPG다. 이전에도 무협을 표방한 RPG들은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서양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RPG에서 단순히 배경과 캐릭터만 무협 풍으로 바꾸는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블소는 세계관 및 직업, 스킬 시스템 등을 새롭게 창조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엔씨도 게임 시장이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2015년에는 전년도 매출 기준 3위였던 넷마블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게임 업계는 엔씨의 모바일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넷마블은 엔씨의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통해 흥행 대박을 기록하며,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 엔씨소프트]

모바일까지 이어진 리니지 IP 인기

 
이런 상황에서 엔씨를 다시 한번 구해준 것 역시 리니지 IP다. 엔씨는 2017년 6월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출시한다. 리니지M은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모바일 시장에서 엔씨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리니지M은 출시 이틀 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하며 최근까지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M은 출시 첫날부터 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출시 열흘 만에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리니지M은 이후 엔씨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게 된다. 엔씨는 리니지M 흥행에 힘입어 2017년 매출 1조7587억원을 기록 1997년 창립 후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엔씨는 2019년 11월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을 출시했다. 리니지2M 역시 리니지M과 마찬가지로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엔씨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통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 이를 1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한 게임사가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해 1년 넘게 유지한 것은 사실상 엔씨가 유일하다. 엔씨는 리니지M과 리니지2M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씨에 있어 리니지는 ‘양날의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리니지는 지금의 엔씨를 존재하게 만든 게임이지만 동시에 엔씨가 뛰어넘야 할 게임이기 때문이다. 높은 리니지 의존도는 향후 김택진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엔씨는 2012년 출시한 블소를 끝으로 신규 IP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향후 출시될 모바일게임 역시 대부분 기존 인기 IP를 모바일로 재구성한 것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는 국내 RPG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게임”이라며 “업계에서는 리니지를 분석할 때 RPG 장르로 묶어서 분석하지 않는다. 리니지라는 별도의 장르로 구분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리니지가 너무 유명하다 보니, 다른 게임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엔씨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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