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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업 연봉 명세서① 총수일가 급여분석] 총수 급여는 실적과 무관합니다~

공개 안되는 보수지급 기준에 '깜깜이'
총수 일가는 같은 직급 전문경영인보다 높은 연봉
별도 정해진 적립 배수가 적용된 퇴직금 수백억원

 
 
 
 
 
최근 산업계 최대 현안은 임직원의 성과 보상이다.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사무직마저 별도 노조를 설립하는 등 급여 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표출되고 있다. 
 
성과 보상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에는 특히 “오너 일가만 배불린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에 많은 지분을 가진 이들이 정당한 이익을 배당해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모든 의사 결정권이 집중된 구조 탓에 근무에 따른 ‘급여’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점에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집단의 ‘오너 일가’가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는지를 살펴봤다. 자산규모가 가장 큰 삼성그룹부터 14위 한진그룹까지 대기업집단 중 10곳의 총수 일가가 2020년 수령한 연봉을 금융감독원 공시를 토대로 분석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과 동일인의 배우자, 1촌(부모, 자식), 2촌(조부모, 형제)까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인 포스코와 KT, 농협을 제외했고, 동일인 직계 가족의 수령 연봉이 공시되지 않는 현대중공업그룹도 제외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동일인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그룹의 직위를 맡고 있지 않으며,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도 그룹 계열 상장사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연봉 순위는 1위 신동빈, 2위 이재현

 
총수 중 가장 높은 연봉을 수령한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 8개 계열사로부터 15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의 연봉은 전년에 비해 줄었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이 연봉을 축소해 지급했다. 2019년 말 대표이사 및 임원직에서 물러난 롯데건설에서는 연봉을 받지 않았다.
 
대신 롯데지주가 더 많은 연봉을 지급했고, 이전에 연봉을 지급하지 않았던 롯데물산과 롯데렌탈이 각 10억원씩 연봉을 지급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물산과 롯데렌탈에 미등기 임원을 맡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는 회사에서 받는 급여는 전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은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그룹 지주사인 CJ주식회사에서 67억1700만원을 비롯해 CJENM(28억6200만원), CJ제일제당(28억원) 등에서 123억79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세 번째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 지주사에서 80억800만원을 수령했다.
 
동일인과 배우자, 2촌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GS그룹도 총수일가가 받는 급여가 많다. 동일인인 허창수 명예회장을 비롯해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과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이 지난해 GS그룹사로부터 받은 연봉은 총 151억11700만원에 달한다.
 
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이 142억3600만원을 수령한 신세계그룹 등도 총수일가에 많은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집단 동일인만 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4명의 총수가 지난해 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체 수령 연봉(63억원) 중 30억원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인상된 연봉은 ‘승진’과 관련이 있다는 게 각 그룹의 설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존 수석부회장 직급에서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에 따라 약 2개월치 급여가 더 붙었다. 2019년 4월 승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연간 회장 재임 개월이 8개월여에서 12개월로 길어짐에 따라 기본급이 소폭 상승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연봉이 63.7%나 올랐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2019년 4월 회장으로 승진한 조 회장은 승진 후 1년간 기존 사장 직급의 연봉을 받다가 지난해 4월부터 회장 직급의 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연봉은 선친인 조양호 회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설명이 연봉지급 기준을 명확히 설명해주진 않는다. 공시상의 설명에 뭉뚱그리는 ‘보수지급기준’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총수 일가는 같은 직급이더라도 전문경영인보다 높은 연봉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올해부터 연봉 공개 대상이 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같은 사장 직급에 공동대표이사를 맡는 한화솔루션의 김희철 사장보다 급여가 높게 책정돼있다. 한화솔루션 측은 이에 대해 “직무, 직급,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원 보수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수들과 일반 직원의 퇴직금 격차는 연봉의 격차보다 더 크다.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수령한 퇴직금은 527억원(47년 근속)에 달한다. 허창수 GS 명예회장도 GS에서 97억원(15.8년 근속)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임원 퇴임의 경우 별도로 정해진 적립 배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반 직원의 경우 대부분 월 급여에 근속년수를 곱해 퇴직금이 책정된다. 40년 근속, 퇴사 직전 연봉 1억2000만원(월 급여 1000만원)인 직원이 퇴직하면 4억원 가량의 퇴직금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임원은 회사가 정한 적립배율이 곱해져 산정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퇴직금에는 400%, 허창수 명예회장은 각각 500%에 가까운 배율이 적용됐다.
 
퇴직금 산정에 적용된 배율은 명확히 공시되지 않는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의 제개정은 주주총회의 승인사항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규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승인 받아 이사회에서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며 “임원이 누릴 수 있는 보수를 포함한 혜택들은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퇴직해도 연봉 받는 총수들

 
총수 일가가 퇴직금을 받고 회사의 경영에서 물러났음에도 ‘명예회장’이라는 직함으로 연봉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지난 3월 GS 회장 직에서 물러났지만 퇴임 이후에도 GS로부터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허 회장이 지난해 12개월간 나눠 받은 기본급은 총 14억8000만원으로, 2019년 수령한 기본급 14억5500만원보다 많다.
 
GS그룹 관계자는 “허 명예회장은 회장 퇴임 후 고문으로 위촉돼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며 “지난해 수령한 급여는 3개월의 회장 재임 기간이 포함된 것으로 고문직에 지급하는 급여는 이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에선 정용진 부회장의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신세계에서 12억6100만원, 이마트에서 26억93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동일한 급여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보다 급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아니더라도 고위 임원을 지낸 인물을 상근 혹은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하고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사례가 많으며, 그들의 인사이트가 기업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명예회장이나 고문 등 ‘명예직’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치 않음에도 대표이사보다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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