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는 왜 공매도 타깃이 됐나
삼성카드, 공매도 재개후 일주일간 공매도 물량 50% 넘어
카드업황 '난항'… 1분기 호실적에도 '연체 폭탄' 우려
대주주 문제에 '발목 잡힌' 마이데이터…MSCI 편출 가능성도
삼성카드가 1년 2개월 만에 재개된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됐다. 공매도 재개 후 삼성카드의 공매도 물량이 전체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 업계에서는 삼성카드의 향후 실적과 신사업 진출 여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편입 여부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삼성카드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물량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4영업일간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공매도 물량인 셈이다. 특히 7일은 공매도 물량비중이 60%를 넘었다. 10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35%로 줄었지만, 코스피 전체 종목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먼저 비싸게 팔고 나중에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 가격이 하락할수록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익을 얻는다. 삼성카드의 공매도 비중이 높은 것은 삼성카드 주식이 기업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의 주가는 공매도가 재개된 첫날부터 이틀 동안 6% 넘게 떨어지며 가격 조정을 받았다.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할 때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려고 주식을 매수하는 숏커버링(환매수)을 실시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0일 삼성카드의 주가는 3만46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공매도 이전 최고가(3만5850원·4월30일)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1분기 호실적에도 '연체 폭탄' 우려
삼성카드 공매도 물량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의외의 결과'와 '그럴 수 있다'는 두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 업황 전망과 함께 삼성카드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리스크 고려 등을 감안하면 삼성카드에 대한 공매도 전략이 아예 납득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3.4% 증가한 1384억원으로 수치로만 보면 호실적이다. 증권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세로 소비가 늘며 카드 사용량 확대가 기대되면서 삼성카드의 목표주가를 3만6000원(BNK투자증권)에서 5만원(DB금융투자)까지 상향했다.
삼성카드의 호실적은 연체율 하락으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어서란 분석이 나온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돈을 빌려준 후 받을 돈의 일부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회수 불가능한 채권 금액을 미리 추정, 수익 일부로 충당한 자금을 말한다. 삼성카드의 이번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4.4% 줄은 92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연체율은 전년보다 0.4% 하락한 1.0%였다.
그러나 이런 연체율 감소는 ‘착시 효과’란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 원가와 이자납입을 기존 6개월에서 추가로 6개월 더 연장해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었단 해석이다. 이에 9월30일이 지나면 연체 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의 대출 상환 유예 때문에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감소했지만 실제로 연체금액은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발목 잡히나… MSCI 편출 가능성도 '주목'
신사업 추진 전망이 어두운 점도 삼성카드가 공매도 타깃이 된 요인이 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카드사 중 삼성카드만 대주주 문제로 사업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삼성생명에 대해 암 입원비 지금 거절과 계열사 부당 지원을 이유로 ‘기관 경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수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되면 삼성카드는 향후 1년간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다. 삼성카드는 하반기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중징계 확정시 신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위 금융 인허가 심사시 신청사의 고발이나 소송 등이 진행 중이면 사실상 자동적으로 심사를 중단하는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면서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심사도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카드가 12일 변경될 MSCI지수에서 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MSCI에 편출입되는 종목들은 4월 말 10거래일 중 무작위로 선택한 하루의 시가총액과 유통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선정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4조원에 달하는 삼성카드의 시가총액은 MSCI 하위 종목에 해당돼 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카드 MSCI EM 지수 내 비중이 0.01%에 그치며, 거래대금 대비 자금 유출 규모 비율은 1454.71%에 달했다.
이와 관련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MSCI 편출 가능성은 오뚜기, 한국가스 공사, 롯데지주보다는 낮지만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정기 변경 발표일 이후 편출 종목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에 공매도 투자자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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