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한 물 간줄 알았는데"...반도체 대란에 귀해진 8인치를 잡아라
- SK하이닉스, 8인치 파운드리 생산 능력 2배 확대한다
8인치 웨이퍼용 장비 가격, 6개월 간 급증

8인치 웨이퍼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는 없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을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 기반 칩이다.
SK 하이닉스, 8인치 파운드리 생산 능력 2배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3일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 생산 확대를 발표했다는 데 주목했다.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12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가 아니라, 2000년대 초~2010년까지 유행했던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의 주력 품목에 해당되는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전력관리용 칩, 마이크로 전자 기계 시스템(MEMS) 등이 거의 대부분 8인치 이하 웨이퍼에서 생산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결되려면 누가 주도하든 8인치 웨이퍼 공정용 생산라인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는 12인치 웨이퍼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8인치 및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생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으로도 수급은 빡빡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8인치용 중고 장비, 없어서 못판다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 원료인 얇은 원판이다. 이 원판의 직경에 따라 8인치, 12인치(300mm) 등 제품이 나뉜다. 파운드리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 TSMC 등 대부분 업체의 주력 제품은 12인치 웨이퍼다.
1990년대 처음 등장한 8인치 웨이퍼는 2010년까지 주력 제품이었지만 2007년 12인치 웨이퍼 등장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생산성이 낮고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인 초미세공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직경이 크면 1장의 웨이퍼에 더 많은 집적회로 칩을 생산할 수 있지만 8인치는 원판이 작아 선폭을 미세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원판 크기가 클수록 생산성도 증가한다. 12인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칩수 생산량은 8인치 대비 225% 증가한다. 결국 2008년부터 기업들은 8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역시 8인치용 장비 생산을 중단하고 12인치 장비 생산에 집중했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어가던 8인치 웨이퍼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고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의 중심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 웨이퍼 기반 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 기업들은 각기 다른 용량과 각기 다른 속도로 반도체 공급을 원한다”며 “12인치용 장비를 30개 돌리는 것보다 8인치용 생산 장비를 30대 돌리는 게 수요처의 니즈에 더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주 규모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8인치 웨이퍼 기반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DB하이텍은 1분기 수주 잔고가 웨이퍼 기준 10만153장으로 전년 동기 7만6306장보다 31.3%(2만3847장) 증가했다.
장비 시장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웨이퍼 크기에 따라 장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8인치 파운드리 기업들이 생산 장비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8인치 웨이퍼용 기기가 부가가치가 떨어져 대부분 생산을 중단한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생산라인에는 중고 장비가 대거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8인치 장비를 싹쓸이 수준으로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글로벌 반도체 중고 장비 1위 기업인 서플러스글로벌 김정웅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8인치 중고 장비 수요가 급증해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장비 업체들이 신규 공장 투자가 적은 8인치 장비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에 장비 역시 품귀 현상이 발생해 최근 6개월간 8인치용 장비 가격이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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