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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제조(韓)와 혁신(美) 보완해 양국 경제 ‘윈윈’

한국 기업들 미국에 44조원 투자하는 선물보따리 풀어
반도체·전기차·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협력 모색
미국 기업들 한국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투자 증대 약속

한국 기업들은 바이오·반도체·배터리·전기차·정보통신 등 미국의 첨단 산업에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미국 기업들도 중소벤처기업·반도체소재·소재·부품·장비 등 한국의 기술 개발 분야에 투자하기로 화답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기업들이 지금까지 서로 협력해온 사업들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의지를 다졌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1일(미국 현지시간) 함께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미 주요 기업인들은 다양한 협력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회담에서 주요 경제 협력자로서 첨단 산업의 경쟁력 제고, 혁신 기술의 연구개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우수 인재 양성과 교류 등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단독회담 하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이 트위터에 회담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한국 “철강 수출 규제하는 무역확장법 재검토해달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가진 개별 면담에서 미국의 혁신 역량과 한국의 제조 역량으로 한·미 상호 보완관계를 강화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 문 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북미에서 투자를 전개해나가는데 있어 필요한 세제 완화, 기반시설 확충 등을 미국 정부가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의 위기가 발생하면 수입 제한 조치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규로 미국 의회가 1962년 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때 동원했던 근거다. 당시 한국은 관세 부과 대신 철강 수출물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합의했다. 이 규제는 바이든이 취임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한국 대기업들은 미국의 갈증을 풀어주는 394억 달러(약 44조원)어치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한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 기업들과 손잡고 시장을 넓히고 신기술 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170억 달러를 들여 미국에 새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74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시설 확충, 수소·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기후 변화에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미국 실리콘벨리에 인공지능(AI)·낸드솔루션 등 혁신 기술을 연구할 대규모 연구개발 시설을 세우겠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미국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총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하고,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140억 달러(약 15조원)의 합작 투자도 추진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가 배터리 분야와 핵심원료소자 분야에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연구개발 시설을 세워,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한국 대표 기업인은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어언스 사장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한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등 한국 경제사절단이 미국 기업인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기업 “우리도 적극 투자. 부응하겠다”  

 
이에 미국 기업들도 화답했다.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시설을 한국에 설립해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와 손잡고 최신 배터리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GM 인터내셔널은 “한·미 합작을 통해 혁신적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통신장비기업인 퀄컴은 한국의 정보통신산업 개발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이력을 소개하며 “진행 중인 한국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노바백스는 "기술 이전과 생산 협정을 통해 한국과 안전한 백신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 원부자재 등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데 한국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엔 스티브 몰렌코프(Steve Mollenkopf) 퀄컴 최고경영자(CEO), 스탠리 어크(Stanley Charles Erck) 노바백스 CEO, 르네 제임스(Renee James) 암페어컴퓨팅 CEO가 자리했다. 스티브 키퍼(Steve Kiefer) GM 인터내셔널 대표와 에드워드 브린(Edward Breen) 듀폰 CEO는 화상 통화로 참여했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 장관은 문 장관과 한국 기업인들에게 "한국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잘 알고 있다. 인센티브·용수·원자재 등 기반 시스템을 공급하는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대답을 전했다. 또한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원) 지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기대에 부응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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