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식 탕평 인사, 전략통은 '신한' 재무통은 '오렌지'
신한라이프 초대 임원 내정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 전략그룹장 선임
오렌지 출신 박경원 CFO, 구도현 CIO 자금줄 쥔다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의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임원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성대규 사장의 '탕평 인사'가 화제다. 양사의 임원이 각각 12명씩, 똑같은 비율로 내정되며 총 24명의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것.
업계에서는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는 형태인 만큼 주요 요직에 '신한 출신' 인사가 주를 이루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어느쪽 인사가 유리했다고 쉽게 단정짓기 어려운 '탕평 인사'가 실시됐다. 출범 초기 내부 잡음을 최대한 줄이려 한 성 사장의 의지가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2:12 '황금비율 탕평 인사', 어땠나
지난 3일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부사장 3명·전무 3명·상무 18명)를 단행했다. 총 24명의 내정자 중 신한생명 출신 12명, 오렌지라이프 출신 12명이 배정됐다. 정확히 반반씩 임원을 배정하며 성 사장이 강조해온 '탕평 인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영종 오렌지라이프생명 대표이사는 신한라이프 전략기획그룹 부사장으로 내정됐고 곽희필 오렌지라이프 FC사업그룹장과 오동현 신한생명 FC사업그룹장은 각각 신한라이프의 FC1사업그룹 부사장, FC2사업그룹 부사장에 선임돼 영업채널을 총괄한다.
이영종 대표는 오렌지라이프 출신 인사지만 신한은행 미래전략부장,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 등을 역임한 신한금융 내 '전략통'이다. 성 사장은 전략부서가 회사의 핵심인 만큼 신한금융 때부터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는 이 대표에게 전략총괄을 맡겼다.
회사 자금줄은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쥔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렌지라이프 출신인 박경원 전무가 내정됐고 자산운용그룹장(CIO)은 신한생명 구도현 상무가 맡는다. 구 상무는 올 초 신한생명 자산운용그룹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오렌지라이프에서 근무한 '오렌지 출신' 인사다.
박 전무는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와 알리안츠생명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오렌지라이프 출신의 '재무통'이다.
성 사장은 오랜기간 재무 관련 업무를 맡아온 이들에게 회사의 핵심 요직인 CFO, CIO를 맡겼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건전성 확충에 혈안이 된 보험사 입장에서 CFO와 CIO는 가장 중요한 핵심 부서다.
특히 총 자산이 약 71조원 수준(생보업계 4위)으로 확대되는 신한라이프 입장에서는 재무 관련 경험이 많은 임원을 선임하는 것이 출범 초기 조직 안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총 자산은 각각 36조7500억원, 34조7500억원이다. 양사 통합 시 총 자산 규모만 약 71조원이다. 성 사장이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을 이 자리에 믿고 선임한 것은 그만큼 능력 위주의 인사를 실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 사장은 부사장 3인 중 신한 출신을 2인, 전무 3인 모두를 오렌지라이프 출신으로 배분하면서 사실상 직위 균형도 맞췄다.
나머지 전무 2인에는 이성태 오렌지라이프 인사팀 전무(신한라이프 홍보·브랜드팀), 오민 오렌지라이프 소비자보호팀 전무(신한라이프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가 내정됐다.
5무(출신·성별·학벌·지역·나이 무관) 원칙
이번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초대 대표로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내정된 점, 오렌지라이프가 피인수법인이라는 점에서 신한생명 위주의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신한라이프 출범 후 재무적인 부분이나 회사의 중장기적인 전략을 맡는 헤드부서는 신한 L타워에, 영업지원과 고객지원 등의 부서가 오렌지타워에 배치된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게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성 사장은 올 초부터 여러 인터뷰를 통해 '탕평 인사' 원칙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단순 탕평 인사 차원을 넘어 역량과 능력 중심의 5무(출신·성별·학벌·지역·나이 무관) 2중(역량·성과 중시) 인사원칙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양사의 화학적, 물리적 결합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특정 회사에 쏠린 인사는 신한라이프 출범 전, 내부 동요만 일으킬 것"이라며 "성 사장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이번 인사를 해석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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