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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배팡”… ‘쿠팡이츠’ 따라쟁이 된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 ‘운영구조‧프로모션‧라이더 앱’까지 판박이
쿠팡이츠 성장에 견제구… 플랫폼 수수료 전환 분석도

서울의 한 거리에서 배달 중인 라이더들. [사진 연합뉴스]
 
‘배달 공룡’ 배달의민족(배민)에 때 아닌 ‘베끼기 꼬리표’가 붙었다. 배민이 최근 내놓은 ‘배민1’ 서비스가 주인공. 경쟁업체인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치타 배달) 서비스와 운영방식을 똑같이 표절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완벽한 배팡’ ‘쿠팡 따라쟁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나고 있다.  
 

후발주자 따라가는 ‘배달 앱’ 선두주자

 
지난 8일 출시된 배민1은 배달 기사가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배민과 계약한 전업 라이더 혹은 배민커넥트(일반인 아르바이트 기사)가 배달 주문 한 건을 고객에게 곧바로 배달한다. 배민1 서비스는 이날 송파지역 첫 도입을 시작으로 서울,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문제는 해당 서비스가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주 사업모델을 베꼈다는 지적이다. 단건 배달은 쿠팡이츠가 지난 2019년 서비스 출범 초기부터 고집스럽게 고수해 온 모델이다.  
 
8일부터 추가되는 배민1 서비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은 그동안 라이더가 2~5건의 주문을 배차받아 동선에 따라 묶음 배달하는 ‘배민 라이더스’를 운영해왔다.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음식이 식어서 오거나 다른 집 음식과 바뀌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다.  
 
배민 라이더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쌓여가는 사이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로 신뢰를 쌓아가며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사용자 수가 10배 이상 뛰었다. 최근에는 송파‧강남권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자, 업계 선두주자인 배민이 동일한 서비스를 내놓고 오히려 쿠팡 운영 방식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송파‧강남권에서는 이미 쿠팡이츠가 배민 점유율을 따라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시장을 장악해 온 배민 입장에서는 베끼기를 해서라도 정면 대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음 베끼기는 ‘실시간 배달원 위치 파악’?

 
 
업계에선 배민1과 쿠팡이츠의 운영구조가 중개이용료(배민 12%, 쿠팡이츠 15%)를 제외하곤 모두 동일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문 건 당 카드수수료와 결제망 이용료(3%), 주문 건 당 배달비는 물론 프로모션 기간 도입한 중개이용료 1000원과 배달요금 5000원까지 모두 똑같다.  
 
이뿐 아니다. 배민 측이 배민1 출시를 앞두고 적용한 배민 커넥트 앱 역시 쿠팡이츠의 배달파트너 서비스를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은 ‘지역별 배달현황 및 배달료 알림 기능’ 서비스를 지난 4월 15일 커넥트 앱에 도입했다. 그동안은 그날그날 시세표를 앱 공지를 통해 알리는 방식이었다.  
 
(왼쪽) 쿠팡이츠 vs (오른쪽) 배민1.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의 지역별 배달현황과 배달료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도입한 배민 커넥트 앱. [사진 앱 화면 캡처]
 
새롭게 추가된 기능은 라이더들이 앱 지도 화면에서 현재 어느 지역의 배차확률이 높은지, 현재 시간대에 배달이 많이 발생하는 주문 밀집 지역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다. 지역별로 받을 수 있는 예상 배달료도 최소~최대치로 표시해준다.  
 
이는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 앱에서 초기부터 제공하고 있는 단독 기능으로 라이더들 사이에서 효율성을 높이 평가받던 서비스다. 배민 커넥트 외 대표적인 배달 대행 앱에서도 이 같은 기능을 개발해 도입한 곳은 없었다.  
 
배민 커넥트는 쿠팡이츠의 주요 기능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지도상에 지역별 주문현황을 보여주며 ‘많음’ ‘보통’으로 주문 상태를 표시해주거나, 지도상 배달이 몰리는 지역을 빨간색~붉은색으로 표기해주는 세부적인 기능까지 모두 똑같이 적용했다.
 
(왼쪽) 쿠팡이츠 vs (오른쪽) 배민1.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의 배달이 몰리는 곳을 색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도입한 배민 커넥트 앱. [사진 앱 화면 캡처]
 
라이더들 사이에선 배민의 추후 업데이트 기능이 무엇인지 유추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쿠팡엔 있지만 배민엔 없는 기능 위주로 따져보면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배민 주문 앱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서울 전역에 맞춤 배달 예상시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역시 쿠팡이츠에 적용되던 기능. 쿠팡이츠는 모든 주문에 대해 배달 예상시간과 배달 중인 배달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일부 소비자들과 라이더들은 배민 주문앱의 다음 업데이트엔 고객이 라이더 위치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라이더는 “쿠팡이츠에서 추가 업데이트한 서비스를 일주일 뒤, 혹은 한 달 뒤 배민 측에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며 “출혈경쟁이 심해질수록 개발자 영역인 앱 베끼기도 대범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생 외치더니”… 배달 비용 수수료 높여  

 
배민의 단건 배달 서비스 도입을 두고 일각에선 약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배민은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콘셉트로 성장하면서 수수료 정책에 특히 민감한 기업이다. 지난해 깃발꽂기가 문제 되면서 주문 건 당 수수료 5.8%를 부과하는 ‘오픈 서비스’를 계획했지만 점주들 반발에 밀려 정책을 전면 백지화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여러 배달앱. [사진 연합뉴스]
 
배민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광고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배민은 한 달 고정지출비를 내는 울트라콜이나 비공개 입찰로 진행되는 슈퍼리스트, 여기에 외부 결제 수수료 정도를 챙긴다. 배민1 도입은 쿠팡이츠에 대한 견제와 동시에 약한 수익구조를 플랫폼 수수료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수수료를 가장 크게 지적하던 배민이 결국 동일한 서비스와 수수료 정책을 편 것은 그동안의 수익에 대한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라며 “프로모션 이벤트를 크게 하고 있지만 이후엔 제대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전략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물론 배달앱이란 게 서로 모방하며 새로운 것을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운영방식과 수수료율, 개발자들이 개발한 앱 기능까지 똑같은 데다, 배민이 갖는 상징성(혁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흐름을 바꾼 쿠팡이, 배달 시장에서도 단건 배달로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며 “배민은 ‘번쩍 배달’이라는 어설픈 단건 배달이 실패하자 뒤늦게 배민1을 대응책으로 내놨는데,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타이틀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민 측은 ‘단건 배달’이라는 트렌드에 편승한 것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구조만 놓고 보면 (쿠팡이츠의 베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업에 대한 경험과 경쟁력이 많기 때문에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배민1은 중개 배달과 자체배달을 하는 2가지 모델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이라며 “단건 배달은 배달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장점이 있고 이 비용이 부담된다면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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