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시승기] 왜건 지옥에서 살아남은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세단 승차감 오프로더 주행성능 결합
동급 SUV보다 전고 낮은데 지상고 비슷
판매가 6900만~7920만원

V90 크로스컨트리. [사진 볼보자동차]
한국은 ‘왜건 지옥’으로 불린다. 왜건은 앞에서 보면 세단이지만, 뒤로 붙은 화물칸 탓에 ‘짐차’라는 오명을 쓰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세단에 짐칸을 더한 구조라 가격도 비쌌다. 1990년대 후반 유럽 완성차 업체가 국내로의 ‘왜건 붐’ 시도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올로드콰트로(아우디), 올터레인(메르세데스-벤츠), 올트랙(폭스바겐)이 주인공이다. 비슷한 시기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마저 나오면서 왜건이 가진 승차감 강점도 힘을 잃었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내놓은 아반떼투어링, 기아차(현 기아) 파크타운도 없어졌다.
 
그러나 왜건 지옥 한국에서 살아남은 곳이 있다. 볼보다. 2000년대 여느 유럽 완성차 업체와 동일하게 국내 시장에 왜건(XC70)을 내놨다가 실패한 볼보는 절치부심, 왜건에 SUV를 더해버렸다. 세단의 안정적인 승차감에 오프로더의 주행성능을 결합한 이른바 ‘크로스오버’다. 2017년 국내에 들어온 ‘변종 왜건’ V90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볼보의 1만대 판매 기록에 일조했다. 560ℓ에 달하는 트렁크 용량에 낮은 차고가 주는 주행성능이 외부활동 증가 트렌드에 편승했다. 볼보는 여기에 V90 크로스컨트리 심장을 하이브리드로 전환, 친환경까지 얹었다.
 

위로는 낮고, 아래는 높은 세단이자 SUV

변종 왜건에 친환경까지 더한 ‘V90 크로스컨트리 B6 Pro’ 모델을 타고 서울시내와 시외 약 200㎞를 달려봤다.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심심해 보이는 왜건보다 다부졌고, 투실투실한 도심형 SUV보다 날렵했다. 트렁크가 뒤로 뻗어 짐차 성격이 강한 왜건이 SUV의 특징을 흡수해 전고는 낮고 차체는 높아 땅에서 솟은 동시에 앞뒤로 뻗은 외형이 되면서다. V90 크로스컨트리의 제원상 전고는 1510㎜로 볼보의 동급 대형 SUV XC90 전고 1765㎜보다 250㎜ 이상 낮았다. 대신 땅에서 차량까지 거리(최저지상고)는 238㎜로 XC90의 240㎜과 거의 같았다.
 
V90 크로스컨트리. [사진 볼보자동차]
차량 위는 낮고 아래는 높은 변종 왜건 V90 크로스컨트리의 정체성은 운전석에 앉자 명확해졌다. 시트가 몸에 딱 달라붙었고, 시트 포지션은 땅으로 내려앉았다. 전고가 높은 만큼 확 트인 전방 시야는 SUV와 비슷했지만, 주행 상황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은 세단에 가까웠다. 땅에서 차체까지의 높이가 높더라도, 전고가 낮아 무게 중심이 SUV보다 아래에 있는 덕이었다. 세단이면서 SUV, SUV이면서 세단인 V90은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승차감이 부드러웠다. 노면 요철을 SUV처럼 넘다가도 코너 구간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시에는 세단이 됐다.
 
특히 볼보가 친환경에 발맞춰 새로 얹은 파워트레인 ‘B6’는 V90 크로스컨트리 주행성능 핵심이 됐다. B6는 볼보가 이른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이라는 이름으로 낸 신형 파워트레인으로 배터리 기반 컨버터가 엔진 출력을 보조해 응답성과 연비가 개선됐다. 또 B6는 볼보가 앞서 출시한 MHEV 엔진 B5(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35.7㎏·m)보다 힘(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m)이 크게 개선됐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B6는 전기식 슈퍼차저와 터보 기술의 조합으로 가속 시 빠른 응답성과 가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B6는 가솔린 엔진에 48V 추가 배터리와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BSG), 컨버터가 통합된 형태로 차량의 주행 응답성을 높였다. 덕분에 가속페달을 밟은 순간 곧바로 모터에 엔진까지 회전수를 높이며 치고 나갔다. 8단 자동변속기는 가속 시 알맞게 맞물렸고, 차체는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의 움직임과 페달을 밟은 발의 강도에 정확히 반응했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도 조합됐다. 다만 차량 하부에서 다소 소음이 올라왔다. 이중접합 차창으로 스탑 앤 고 시스템의 재시동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으나, 접지력 높은 타이어의 소리는 컸다.
 
V90 크로스컨트리. [사진 볼보자동차]
적재공간 장점에 2종 저공해차 할인까지
V90 크로스컨트리는 주행 편의 장치도 두루 갖췄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파일럿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파일럿 어시스트를 켜고 차량 속도를 설정하면 스티어링 휠을 손에서 놓아도 차량은 실시간으로 차선을 감지해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린다. 좌우로 계속 갈팡질팡하지 않고 V90 크로스컨트리는 진로가 많이 틀어졌을 때도 두 번 안에 차로 중앙에 되돌려 놓았다. 후측방 경보 및 후방 추돌 경보, 긴급제동 지원도 장착됐다. 운전자 대신 경고하고 멈춰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후진 중 이따금씩 긴급제동이 작동해 놀라야 했다.
 
적재공간이 넉넉한 것은 V90 CC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본 용량은 560ℓ이며,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526ℓ까지 늘어난다. ‘2040년 기후 중립 달성’을 향한 글로벌 파워트레인 전략에 따라 나온 MHEV는 2종 저공해 자동차로 분류돼 공영 주차장, 공항 주차장 할인, 남산 1, 3호 터널 등 혼잡통행료 면제(지자체별 상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10.2㎞/ℓ(도심 8.9㎞/ℓ, 고속 12.4㎞/ℓ)다. 200㎞ 주행 후 연비도 이와 유사했다. 국내 판매가는 6900만원(B5 AWD), 7520만원(B5 AWD Pro), 7920만원(B6 AWD Pro)으로 책정됐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2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3“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4‘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5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6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7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8포항 한우,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우뚝 서다

9獨 브로제 코리아,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 틀다.

실시간 뉴스

1“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2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3“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4‘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5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