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린 보톡스 1위 기업 휴젤, 유통공룡 신세계와 시너지 낼까
휴젤 인수자로 신세계 유력시...조회공시 요구에 "검토 중"
양사 뷰티 사업 글로벌 공략 시너지 예상
국내 보톡스 1위 기업 휴젤의 새 주인으로 유통 공룡 신세계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양사가 향후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한국거래소는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 관련 조회공시를 양사에 요구했다.
이에 휴젤은 이날 "당사의 최대주주에게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는 당사 지분 매각에 대해 검토 중이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또 "이와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거나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신세계는 "휴젤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시했다.
전날 한 언론매체는 신세계백화점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과 휴젤 경영권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신세계백화점을 비롯, 국내 대기업 2곳과 미국과 중국 바이오 기업 등과 코스닥 상장사 휴젤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현재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인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 갑자기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2017년 당시 휴젤의 최대주주였던 동양에이치씨는 휴젤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44.4%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당시 동양에이치씨가 베인캐피털과 9275억원 규모의 포괄적 경영권 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했다.
최대주주가 된 베인이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절차에 착수하면서 휴젤 인수자 찾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베인이 휴젤 지분 44.4%를 최대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처음 인수했을 당시보다 몸값은 두 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휴젤의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약 211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 역시 약 781억원을 달성하며 오름세를 보였고, 당기순이익은 약 453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CAGR) 매출액은 44%, 영업이익률은 39%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인수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휴젤 인수 검토가 신세계의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자 글로벌 뷰티 시장 진출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잘 나가는 화장품에 보톨리눔 톡신, 필러까지 더해 사업 외연이 화장품에서 미용성형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다.
휴젤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 ‘보툴렉스’와 HA필러 브랜드 ‘더채움’ 2품목 모두 수년간 국내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외에도 '웰라쥬'라는 브랜드로 고기능 맞춤 케어 화장품 사업도 펼치고 있다. 웰라쥬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과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어 신세계 유통망을 활용하면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세계도 휴젤이 웰라쥬 개발 및 생산 노하우를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등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는 그동안 정 사장을 주축으로 뷰티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2012년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론칭,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인수 등에 나섰다.
색조 브랜드 ‘비디비치’는 중국 시장에서 ‘쁘띠 샤넬’이라 평가받고 있다. 2012년 19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20년 3292억원까지 성장했다. 비디비치는 중국에서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폼이 연간 6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가능성을 입증받고 있다.
이렇듯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요 공략시장인 중국에서 휴젤이 올해부터 대표 제품인 보톡스 ‘레티보’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레티보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 측은 연내 3000개의 병·의원 출시를 목표로 4월 말 기준 900여 개의 영업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출 목표는 연간 250억원으로 1분기에 약 80억원을 달성했다.
또 신세계의 뽀아레는 유럽 화장품 인증(CPNP) 절차를 모두 완료했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하고 있다. 휴젤도 올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유럽·미국 시장 품목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유럽과 북미 역시 동반 진출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휴젤은 중국과 유럽에 이어 내년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 진출을 마무리 짓고 향후 3년 이내 보툴리눔톡신 진출국을 28개국에서 59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들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 이마트가 단일 후보로 남아 인수가격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4조원대의 통 큰 베팅으로 국내 이커머스 장악에 나선 가운데,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산업 진입을 위해 휴젤 인수 카드까지 꺼냈다.
이 때문에 휴젤 인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베인의 휴젤 희망 매각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미 4조원대 거금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조 단위 매물을 또 사들이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952억원에 불과하다. 2조 원에 달하는 휴젤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부담을 덜 것으로 예측한다.
한편 휴젤 M&A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뤄진 가장 큰 M&A는 2018년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로 1조3100억원 규모였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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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거래소는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 관련 조회공시를 양사에 요구했다.
이에 휴젤은 이날 "당사의 최대주주에게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는 당사 지분 매각에 대해 검토 중이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또 "이와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거나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신세계는 "휴젤 인수와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시했다.
전날 한 언론매체는 신세계백화점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과 휴젤 경영권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신세계백화점을 비롯, 국내 대기업 2곳과 미국과 중국 바이오 기업 등과 코스닥 상장사 휴젤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현재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인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 갑자기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2017년 당시 휴젤의 최대주주였던 동양에이치씨는 휴젤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44.4%를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당시 동양에이치씨가 베인캐피털과 9275억원 규모의 포괄적 경영권 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했다.
최대주주가 된 베인이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절차에 착수하면서 휴젤 인수자 찾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베인이 휴젤 지분 44.4%를 최대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처음 인수했을 당시보다 몸값은 두 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휴젤의 매출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약 211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 역시 약 781억원을 달성하며 오름세를 보였고, 당기순이익은 약 453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CAGR) 매출액은 44%, 영업이익률은 39%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인수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휴젤 인수 검토가 신세계의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자 글로벌 뷰티 시장 진출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잘 나가는 화장품에 보톨리눔 톡신, 필러까지 더해 사업 외연이 화장품에서 미용성형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다.
휴젤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제품 ‘보툴렉스’와 HA필러 브랜드 ‘더채움’ 2품목 모두 수년간 국내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외에도 '웰라쥬'라는 브랜드로 고기능 맞춤 케어 화장품 사업도 펼치고 있다. 웰라쥬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과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어 신세계 유통망을 활용하면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세계도 휴젤이 웰라쥬 개발 및 생산 노하우를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 등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세계는 그동안 정 사장을 주축으로 뷰티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2012년 색조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론칭,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인수 등에 나섰다.
2조원대 휴젤 인수 무리라는 지적도 나와
이렇듯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요 공략시장인 중국에서 휴젤이 올해부터 대표 제품인 보톡스 ‘레티보’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레티보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 측은 연내 3000개의 병·의원 출시를 목표로 4월 말 기준 900여 개의 영업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출 목표는 연간 250억원으로 1분기에 약 80억원을 달성했다.
또 신세계의 뽀아레는 유럽 화장품 인증(CPNP) 절차를 모두 완료했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 매장을 열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하고 있다. 휴젤도 올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유럽·미국 시장 품목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유럽과 북미 역시 동반 진출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휴젤은 중국과 유럽에 이어 내년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 진출을 마무리 짓고 향후 3년 이내 보툴리눔톡신 진출국을 28개국에서 59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들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 이마트가 단일 후보로 남아 인수가격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4조원대의 통 큰 베팅으로 국내 이커머스 장악에 나선 가운데,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산업 진입을 위해 휴젤 인수 카드까지 꺼냈다.
이 때문에 휴젤 인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베인의 휴젤 희망 매각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미 4조원대 거금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조 단위 매물을 또 사들이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952억원에 불과하다. 2조 원에 달하는 휴젤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부담을 덜 것으로 예측한다.
한편 휴젤 M&A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에서 이뤄진 가장 큰 M&A는 2018년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로 1조3100억원 규모였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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