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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5G 위해” 이통3사에 매였던 주파수 시장 개방한다

28㎓ 대역과 함께 4.7㎓ 대역 동시 공급키로…가격도 10분의 1 수준
삼성·네이버·한전 등 20여개 기업 관심…“스마트팜, 의료 등에 활용”

이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오는 11월 5세대(5G) 특화망 활성화를 위해 28㎓(기가헤르츠) 대역과 6㎓ 이하(서브 6) 대역 주파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통신사가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확보해놓고 비용 부담으로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자 일반 사업자에게도 주파수 할당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1996년 2G 주파수 할당 이후 25년 만에 통신사의 주파수 독점 체제가 깨지게 됐다.  
 

‘무늬만 5G’…통신사 약속한 28㎓ 기지국은 1% 미만

정부가 ‘주파수는 통신사에게만 할당한다’는 불문율을 25년 만에 무너뜨린 데는 이대로 가다간 5G 네트워크 구축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초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28㎓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서 2019년 5269국, 2020년 1만4042국, 2021년 2만5904국 등 3년간 총 4만5215국을 구축‧개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말까지 구축 완료한 28㎓ 기지국 수는 단 91개에 불과하다. 통신 3사가 전국에 설치한 기지국은 14만여 개. 대부분 3.5㎓ 기반의 기지국이다.  
 
통신사가 28㎓ 기지국 개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28㎓ 대역의 경우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해 가는 회절성이 약하다. 이 때문에 커버리지(회선 품질과 양호한 통신을 유지할 수 있는 영역)가 3.5㎓ 대역의 10~15% 수준에 불과하다. 3.5㎓보다 촘촘하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통신사 입장에선 투자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반영하듯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이동통신 3사의 28㎓ 5G 기지국 공동구축을 이행사항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공동구축을 허용해 통신사 부담을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동구축 대안을 넘어서 이번엔 아예 주파수 시장에 일반 사업자도 참여시켜 5G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 많은 28㎓ 대역 유치 위해 유인책 ‘4.7㎓’ 포함

정부는 일단 주파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은 28㎓ 대역을 활용해 여러 기업이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거기에 맞는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시도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5G 특화망은 특정 지역 내 특정 서비스(공장·공항 등)를 위해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 네트워크로 통신사들이 구축하는 범용 전국망에 빗대 ‘로컬 5G’로 불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망을 임대해 용도에 따라 쓰는 기업용 5G와도 다르다. 수요 기업이 정부로부터 직접 주파수를 공급받아 기지국을 설치하고 통신망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5G 28㎓ 대역은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르지만, 도달거리는 짧고 장애물에 약해 B2B(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용으로 적합하다. 이 대역폭의 활용도를 높여 다양한 기업이 5G 융합 생태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과기부는 28㎓ 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6㎓ 이하인 4.7㎓ 대역도 동시에 제공키로 했다. 이 대역은 업계의 수요를 고려해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기존 무선국 등과 주파수를 공동 사용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4.7㎓ 대역 100㎒ 폭(4.72∼4.82㎓)을 확보, 10㎒ 폭 10개 블록으로 나눠 수요기업의 신청에 따라 적정 대역폭을 공급할 예정이다.
 
주파수 공급은 ‘할당’과 ‘지정’ 두 가지 방식이 있다. 5G 특화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할당으로, 자신의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가망으로 무선국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지정으로 각각 주파수를 공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4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할당 방식은 주파수에 대한 경쟁적 수요가 제한적이므로 경매가 아닌 정부 산정 대가를 부과하는 대가할당 방식을 적용하며 주파수 이용 기간은 2~5년 사이에서 신청 기업이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통신사처럼 주파수를 단순 보유하기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파수를 할당받은 후 6개월 안에 무선국을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특정 지역에서만 쓰는 특화망 특성상 가격 면에서 기업이 부담 없이 주파수를 할당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8㎓ 대역의 할당대가는 4.7㎓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게 산정했다. 전파사용료도 4.7㎓ 대비 대폭 낮은 수준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스마트팜·로봇 등 특화망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기대”

이창희 과기부 전파정책국장은 28㎓ 대역 유치를 유도하기 위해 4.7㎓ 카드까지 꺼낸 이유에 대해 “B2B 조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많은 기업이 28㎓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국장은 “아직 정식 신청을 받기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업명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협의한 기업은 20개 정도”라며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에 의견수렴을 한 결과 통신기업 외에도 특화망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관심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삼성SDS·한국전력·세종텔레콤 등이 주파수 할당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는 올해 완공 예정인 경기도 성남 판교 신사옥에서 자율주행 로봇 실증을 위한 특화망 운영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통사의 28㎓ 대역 구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여러 사업자가 다양한 사업모델을 선보일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창희 국장은 “스마트팩토리나 스마트팜·스마트의료·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예상되며 특히 고화질 영상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28㎓ 대역을 활용해서 여러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5G 특화망 정책이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속한 주파수를 공급하기 위해 3개월 이상 소요되던 할당심사 기간을 가급적 1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올 9월 말까지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10월부터 한 달간 주파수 할당공고를 거쳐 11월 말경 주파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당장 연말부터 5G 특화망이 서비스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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