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상고하저’ 경향 뚜렷…옥석가리기 심화
[2024 IPO 시장 정리] ①
공모규모는 늘었지만 상장 기업 수 감소
하반기 투자 심리 약화와 심사 기준 강화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2024년 IPO 시장은 상반기 강세를 보였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분위기가 급격히 식으며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냈다. 공모규모는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상장 철회와 심사 미승인 사례가 늘고 기관투자자의 단기차익 실현 성향이 강화되는 등 시장 내 변동성이 두드러졌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4년 IPO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77개사로, 2023년(84개사) 대비 약 7% 감소했다.
반면 총 공모규모는 3조9050억원으로 2023년(3조5982억원)에 비해 8.2% 늘었다.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 수는 2023년과 동일한 7개사(리츠포함)였으나, 공모규모 1000억원 이상의 ‘대어’급 IPO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 공모 총액은 2024년 기준 1조5887억원으로, 2023년(1조3329억원)에 비해 약 2500억원 증가했다.
규모가 가장 컸던 IPO딜은 KB증권‧UBS‧JP모건 등이 주관한 HD현대마린솔루션(7422억원)이었다. 그 뒤를 시프트업(4350억원), 산일전기(2660억원), 엠앤씨솔루션(1560억원), 더본코리아(1020억원) 등이 이었다.
2024년 IPO 시장은 전형적인 상저하고 형태를 띠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밴드 상단 이상을 기록한 사례는 84%로, 상장기업 77개사 중 65개사가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투심이 악화되며 공모가 밴드 이하를 기록하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상반기까지 상장한 29개 기업 중 그리드위즈를 제외하면 기관투자자들은 모든 기업에 대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뱅크웨어글로벌을 시작으로 공모가격을 하단 이하로 책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더니, 4분기에는 공모가격을 밴드 하단 미만으로 제시하는 기업이 7곳이나 등장했다.
상장 직후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한 기업도 대부분 상반기 상장 기업들에 몰렸다. 지난해 상장기업 중 시초가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기업은 21개사(27%)였는데, 이 중 16곳(76%)이 상반기 상장사였다. 상승률 순으로는 ‘따따상’을 기록한 우진엔텍(300%)이 가장 높았고, 현대힘스(296%), 이닉스(232%) 등이 뒤를 이었다.
기관경쟁률 및 일반청약 경쟁률은 2023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허수성 청약 방지’ 제도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상장사 기준 기관예측 평균 경쟁률은 2023년 899대 1에서 2024년 597대 1로,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2023년 890대 1에서 2024년 791대 1로 줄어들었다.
이 밖에 기관들의 단기차익실현 경향은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2023년 상장한 84개 기업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약 11.64%에 달했으나, 2024년 77개사 평균 6.58%로 하락했다. 특히 1% 미만 확약 비율을 기록한 기업이 27곳으로, 2023년(10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거래소‧당국의 상장 기준이 강화되며 상장 철회 및 미승인 사례가 늘어난 점은 주목할만하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2023년 상장 철회 및 공모 철회를 진행한 기업은 총 35개사였으나, 2024년에는 47개사로으로 12곳 증가했다. 특히, 2022년에는 단 1건, 2023년에는 없었던 상장예심 미승인 사례가 2024년에는 6건에 달하며, 강화된 심사 기준이 체감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의 투심이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에 대한 당국의 심사가 깐깐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는데, 올해 역시도 상장사들에 대한 검증이 꼼꼼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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