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닌 90%를 위한 교육시스템 만들어야 할 때”
[인터뷰] 양대웅 한국폴리텍대학 운영이사
매년 졸업생 1만8000여명 배출…취업률 80% 웃돌아
맞춤형 취업 과정에 특화된 교육시스템이 장점
‘[코딩 앙초보] 나만의 웹 애플리케이션 제작 입문’
한 이러닝 서비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코딩 교육 커리큘럼 제목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코딩 교육은 흔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남지현 강사 프로필이다. 분당·판교 지역 젊은 창업가 네트워크, 소셜살롱 오거나이저, 여행 스타트업 언캐니 창업가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영학부를 졸업한, 흔히 말하는 문과생이다.
문과 출신 개발자이자 창업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데는 10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한국폴리텍대학 분당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를 이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매일 코딩을 했고, 33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과제를 해결했던 경험 덕분이다.
남지현 대표가 새로운 인생을 열어나간 데는 한국폴리텍대학의 특화된 교육이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2006년 3월 국립중앙직업훈련원과 기능대학을 합쳐 설립한, 산업 현장 중심의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공공 직업교육 훈련기관이다. 권역별로 8개 대학과 36개의 캠퍼스가 있는 규모로 발전했다. 2년제 학위 과정을 포함해 전문기술과정, 중장년 재취업 과정, 여성 재취업 과정 및 4차 산업혁명 대비 신산업 훈련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하이테크과정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다.
한해 1만8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매년 8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입학생 중에 40% 이상이 직장을 다니다 이곳에 입학한다. 특히 분당융합기술교육원 졸업생은 판교의 IT 기업들이 믿고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입학 경쟁률이 9:1까지 치솟은 이유다. 쉽게 말해 한국폴리텍대학은 취업을 위한 과정에 특화된 교육 기관인 셈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학이라는 점에서도 그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6월 30일 3년 임기를 마치는 양대웅 한국폴리텍대학 운영이사를 만난 것은 한국폴리텍대학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듣기 위해서다.
3년 현장경험 통해 대학 개혁 필요성 느껴
한국폴리텍대학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과정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맞다. 과거에는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인력을 배출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다. AI나 바이오, IoT 등 요즘 시대에 맞는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계속 만들고 있다. 다만 한국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뿌리 산업부터 AI까지 한국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는 게 한국폴리텍대학의 역할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게 목표이다. 취업률이 매해 80% 이상을 기록하는 이유다.
어떤 이들이 이곳을 택하고 있나.
매년 입학생 중 45% 이상이 직장을 다니다가 이곳에 와서 교육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 위주로 교육을 하니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 개교한 경북 영천의 로봇캠퍼스는 특히 대구경북지역 산업계와 연계가 강하고, 안성에 있는 반도체캠퍼스와 청주·아산캠퍼스는 반도체 산업과 연관된 과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의 흐름과 지역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항상 변화하고 있다.
분당융합기술교육원의 인기가 높다고 하던데.
데이터융합SW과, 생명의료시스템과, 임베디드시스템과가 마련되어 있다. 10개월 동안 첨단 테크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과정으로 강사진도 판교 IT 기업 출신이 많다. IT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이 이뤄진다. 융기원 출신이라면 믿고 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취업률도 좋다. 인기가 높아서 입학 경쟁률이 9:1이 될 때도 있었다. 융기원 학생 중에는 명문대 출신이거나 석사 이상 출신도 많다.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어떻게 이곳에 합류하게 됐나?
캠퍼스를 방문하고 관련 기업과 연계된 일을 하다보니 이곳이 굉장히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산업 현장에서 소외되거나 때로는 배제된 분들을 재교육 시키고 기술역량을 쌓아서 산업 현장으로 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변화하고 지역 기업과 연계해서 필요한 인력을 배출하고 있더라.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헸다. 한국폴리텍대학 이사회에 당연직 이사로 산자부, 교육부, 노동부, 기재부가 포함되어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처럼 폴리텍대학을 이제 대학교육의 주류로 이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3년 동안 운영이사로 일하면서 지원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2019년 정보통신분야에서 국무총리 포상을 받고, 노후화된 기숙사나 건물을 개선하는 데 200억원 예산지원을 이끌어내고, 국회를 찾아다니며 폴리텍 대학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려고 애쓴 것에 대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계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10%가 아닌 90%를 위한 교육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이 90%를 위한 교육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보는 것인가.
정치할 때 다양한 교육 개혁 이론을 개발했다. 이곳에서 3년 동안 활동하다 보니 그동안 교육 개혁을 관념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대학이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 빠르게 변하는 기술변화와 혁신에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입시중심의 소수 10%만을 위한 교육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학 교육 역시 산업경쟁력과 혁신에 방점을 맞추기 보다는 대학서열 위주의10~20%만을 위한 대학성장 정책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사회의 원동력이기도 했던대학 교육이 기회의 사다리 역할도 못하고 있다. 대학들의 역량이 떨어지다보니 기업과 시장에서 요구하는 ‘공급의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서울 중심의 대학서열은 더 강화되고 10~20%의 소수 인원에게만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감히 말씀드리면 ’교육의 실패, 정책의 실패, 시장의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경쟁력 있는 대학은 연구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나머지 80~90%의 학생도 함께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을 대폭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한국폴리텍대학 등이 하면 된다. 한국폴리텍대학을 산업과 지역의 거점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
임금격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개인적으로 ’교육판 경사노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개혁은 사회개혁과 같이 가야만 한다. 고용은 이제 겹눈(곤충 등에서 낱눈이 모여 생긴 눈)이 필요하다. 산업계, 지자체, 정부, 교육계, 대학 등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기업과 대학, 정부, 지자체가 함께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AI 개발인력이 부족하다면 대학에서 정원을 늘리거나 학과를 개설해야 하는데, 우리는 정원총량제나 대학 관계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과 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 정부가 조정의 역할을 하고 기업과 산업계가 경쟁력을 높여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부터 겹눈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은 필요하면 인재를 쓰게 된다. 임금격차 문제는 교육개혁, 대학개혁과 맞물려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가기 위해서 지금 교육시스템으로 가능한가? 미래사회의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대학이나 직업학교에 집중투자 해야 한다. 북유럽은 직업교육이 국가발전의 성공적인 열쇠였다. 임금격차도 이러한 틀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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