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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시험까지 바꿀 수 있을까? 에듀테크 업계의 ‘야심’ 커져

29일부터 국내 최대 교육 인공지능 포럼 열려
암기력 체크하는 객관식 시험, 앞으론 의미 없어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AI 학습장치를 활용해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국내 AI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Riiid)’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유치한 날. 국내 최대 대입 교육기업 관계자 A에게 ‘뤼이드처럼 AI를 도입할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다. A는 반문했다.
 
“처음 들었다. 뤼이드가 뭐 하는 곳이냐?”
 
뤼이드는 AI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체다. 영어 능력시험인 토익(TOEIC)을 겨냥한 모바일 앱 ‘산타’로 유명하다. 산타가 인기를 끌면서 교원·웅진씽크빅 등 초·중등 대상 교육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교육 인공지능(AIEd)’ 관련 특허·논문을 발표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국내 교육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입 교육업계는 사실상 ‘AI 무풍지대’였던 셈이다. 이 업계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도 ‘사교육 1번지’ 서울 대치동에 오프라인 학원을 늘리는가 하면, 스타 강사 영입 경쟁을 벌이다 수백억원대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 이런 다툼은 해프닝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AI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들이 세계 각지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뤼이드의 산타를 예로 들면, ▶AI가 토익 고득점자의 공부 과정을 학습하고 ▶다른 학습자가 특정 유형에서 오답을 반복할 때 즉시 피드백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교사의 도움 없이도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대학에서도 이런 AI 모델을 도입해 효과를 봤다. 2016년 AI 튜터 ‘알렉스’를 도입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 ‘대학수학’ 과목을 통과하는 학생 비율은 2016년 67%였는데, 2년 만에 79%로 늘었다.  
 
지난 29일부터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교육 인공지능 포럼 ‘HTHT 2021’에선 이런 성과와 함께 AI를 바탕으로 한 교육의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오갔다. 포럼에는 고든 브라운 UN 교육특사(전 영국 총리),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역량위원회 위원장 등 국내외 교육 및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포럼은 오는 7월 2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결국 하이테크 기업들이 교육 변화 만든다”

뤼이드 로고. [사진 뤼이드]
 
뤼이드가 맡은 둘째 날(30일) 포럼은 교육 인공지능 기술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특히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세션 ‘AIEd의 혁신, AI가 시험을 바꾼다’는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간 AI 기술의 초점은 시험 점수를 더 높이는 것이었지, 시험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었다. 제목 자체의 뉘앙스로만 보자면 ‘한국 대표시험’ 수능의 종말로 읽힐 법하다.
 
패널 면면도 가볍지 않았다. 앞서 안드레아스 위원장을 비롯해 글로벌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의 평가 부문 최고 책임자(알리나 폰 다비에르), 미국 시험출제기관협회(ATP) 최고경영책임자(월리엄 지 해리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등이 배석했다. 사회는 마틴 루다뤼이드 교육 평가 부문 최고 책임자가 맡았다.  
 
이 세션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이혜정 소장의 말에서 나왔다. 이 소장은 현재 서울대에서 주관하고 있는 국내 대입·내신의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요지는 객관식 시험의 역할을 재정립 하는 것. 지금껏 객관식 시험 점수는 최종 평가에 반영됐지만, 이제 학습 진도만 파악하는 용도로 쓰게 된다. 기존 우수 학생 데이터에 비춰 진도를 못 따라올 경우 AI가 즉각 피드백에 나선다.
 
이렇게 AI 도움으로 학생이 필요 지식을 갖췄을 때, 교수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을 키우는 교수법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중간·기말고사도 단순 암기 정도를 체크하는 객관식 문형으로 낼 이유가 없다. 이 소장은 “교육에서 효과와 효율은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AI로 수동적 학습의 효율을 끌어올리면, 교수는 교육의 전체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쉽게 오진 않을 전망이다. 패널이었던 윌리엄 해리스 ATP 최고경영책임자는 “교육은 다른 산업보다 보수적”이라며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표준화 시험 출제기관은 현 교육 문제를 해결할 만한 추진력과 실행력이 없다”며 “결국 하이테크 기업들이 교육의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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