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 코인도란] 계속되는 암호화폐 규제…그래도 '호재'로 버틴다
은성수, '거래소 책임은 은행' 다시 한번 강조
국내 평가사 쟁글, '신용도 문제'…고민에 빠진 은행
각국, 암호화폐 규제 분위기, 글로벌 큰손들의 '비트코인 투자' 호재 이어져
“비트코인의 최대 위험은 비트코인의 성공 그 자체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이 지난 5월 비트코인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면서 밝힌 리스크 요인이다. 2분기가 딱 그랬다. 41% 폭락했다. 4월 14일 6만5000달러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중국발 규제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6월 22일에는 2만8000달러선까지 밀렸다. 3분기는 어떨까. 증시 격언 중 ‘쉬는 것도 투자’라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은성수 “거래소 1차 책임은 은행”
실명계좌를 내줄지 말지는 은행의 판단에 따른 것이란다. 금융당국은 빠졌다. 앞서 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 기준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당국에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 결국, 은행연합회가 4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은행에 돌렸다. 이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은행들의 거래소 실사 작업이 한창이다. 은행연합회는 가이드라인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알음알음 흘러나온 가이드라인의 뼈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상장 코인에 대한 신용도 평가다. 은행이 코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코인에 대해 잘 아는, 기업으로 치자면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코인 신용평가를 하는 곳은 사실상 쟁글이 유일하다.
쟁글이 최근 거래소 상장 지원을 명목으로 프로젝트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아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쟁글 측은 “상장 브로커 역할이 아닌 단순한 상장 컨설팅 서비스”라며 “상장 성공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용도 평가기업이 상장 관련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해상충’이 우려된다. 은행들은 쟁글의 신용평가를 계속 활용할지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쟁글 이외 뚜렷한 대안이 없다.
이 와중에 ‘4대 거래소(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가 트래블룰 대응을 위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했다. 규제당국도 4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업계 얘기를 듣는다. 기타 거래소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 끼질 못한다. 9월 24일 이후 살아남을 거래소가 한 손으로 꼽고도 남을 듯한 분위기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바이낸스가 리스크?
바이낸스는 앞서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에서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가 최근 코인 선물거래소 바이비트에 대한 제제 움직임을 보이자 먼저 발을 뺐다. 일본 규제당국도 최근 바이낸스가 일본 내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전세계 규제당국이 바이낸스를 주시하는 느낌이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캐나다인 창펑자오가 2017년 설립했다.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본사의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본사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본사가 없다는 건 규제사각 지대에 있다는 의미다. 바이낸스의 5월 거래대금은 1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 덩치가 워낙 커서 규제기관들이 글로벌 공조를 통해 바이낸스를 문제삼을 경우 자칫 시장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 당장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은 필요할 경우 싱가포르 내 바이낸스 자회사에 후속 조사를 벌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암호화폐 규제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도 가상자산을 투기라고 비판하며 규제책이 도입되면 시장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코인 시장을 밀어올렸던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JP모건에 따르면, 본격 조정장이 시작된 5월 이전부터 기관들의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장이 버티는 건 호재도 있어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상품(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신탁, GBTC)을 보유하고 있다. ‘돈나무 언니(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말 SEC에 비트코인 ETF 상장을 신청했다. 멕시코 3대 부호 리카르도 살리나스 플리에고는 “자산의 10%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1일 독일에서는 기관 투자 펀드인 스페셜펀드의 매니저가 운용자산의 20%를 암호화폐에 할당할 수 있는 법이 발효됐다. 최대 4150억 달러가 코인 시장이 유입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라틴아메리카펀드는 브라질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가 중남미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한 것 중 최대 규모다.
위클리 코인=USDC, 디지털 달러의 대체재?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코인이다. 테더(USDT)가 대표적인데, 1USDT는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 문제는 1달러가 입금되면 1USDT만 발행해야 하는데, 테더사가 그간 보유금을 초과하는 USDT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테더의 불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USDC다. 암호화폐 기술 기업인 서클 등이 발행한다. 현재 이더리움 등 4개의 체인에서 발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아발란체ㆍ셀로ㆍ트론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코인베이스가 USDC에 연 4% 이자를 주는 코인 저축계좌를 출시했다.
USDC의 공세에 철옹성 같았던 USDT 점유율 50%가 무너졌다. 1년 전보다 30%포인트 줄었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은 골드만삭스가 투자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주요 주주다. 연준이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한다면 USDC 쪽이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그레이스케일 매도세 주목
GBTC에 대한 보호예수가 7월부터 본격적으로 풀린다. 투자자들이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에 돈을 맡기면 그레이스케일은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산 뒤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을 샀다는 일종의 증서(GBTC)를 준다. GBTC는 바로 팔 수 없다. 최소 6개월이 지나야 매도 가능하다. 그레이스케일에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된 게 지난해 말과 올 초다. 보호예수가 풀린 GBTC를 투자자들이 시장에 던진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GBTC 수급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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