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내렸는데… 시들해진 보험계약대출 인기, 왜?
2019년 말, 약관대출 잔액 65조원 돌파 이후 하락세
코로나19에 급전 고객들 저금리 은행으로 쏠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대출잔액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잔액 50조원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오던 보험사 약관대출은 지난해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약관대출 잔액, 1년간 약 1조원↓
금융감독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생보사 47조2347억원, 손보사 16조1397억원으로 총 63조37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64조9862억원)에 비해 약 1조6000억원 하락한 수치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일정 범위(50~95%) 내에서 보험가입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신용이 낮아도 대출심사 절차 없이 돈을 빌릴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보험가입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대출 잔액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다.
보험약관 전체 대출 잔액은 지난 2015년 52조원대에서 2017년 58조원대, 2019년 65조원대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지난해 보험사들의 대출금리 인하에도 잔액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권고로 약관대출 잔액 비중이 손보사 대비 높은 생보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생보사 약관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가 더해져 결정된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보사 금리확정형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해 6월 1.99%에서 12월 1.91%, 올 3월 1.84%, 올 6월 1.82%로 1년간 0.1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평균 기준금리도 4.65%에서 4.55%로 0.10%p 줄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많아질 것을 감안해 보험사들에게 가산금리를 2% 이하로 내릴 것을 권고했다. 이에 지난해 6월 기준, 가산금리가 2%를 넘었던 한화생명(2.45%-〉1.98%), 교보생명(2.58-〉1.99%%), 동양생명(2.48-〉1.95%) 등이 올 6월, 모두 2% 아래로 가산금리가 인하됐다.
급전고객, 은행 '저금리 대출'로 빠졌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자 풍선효과로 인해 보험사 약관대출이 반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은행권 코로나19 지원 대출 등이 이어지며 금리인하에도 보험사 약관대출을 찾는 보험가입자가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은행들은 초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급전 고객들을 대거 유치한 바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금액이 높은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을 찾는 고객은 늘었다. 올 1분기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4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6000억원 늘었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약관대출은 쉬운 대출문턱 대신 금리가 4~9%로 은행권(2~3%) 대비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는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으로 몰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정부의 금융지원이 계속되며 약관대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얘기다.
약관대출 감소에 빅3(삼성, 한화, 교보) 생보사 대출채권 이자 수익도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대출채권 이자수익은 지난해 1분기 5025억원에서 올 1분기 4927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2740억원에서 2377억원으로, 교보생명은 2395억원에서 2314억원으로 감소했다. 빅3 생보사는 생보사 약관대출 잔액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약관대출은 적정 이윤이 확보되기 때문에 자산운용측면에서 육성해야 하는 부문"이라며 "또 약관대출은 고객 보험료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대출리스크도 적다. 2023년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자본부담도 줄일 수 있어 향후 꾸준히 대출 확장을 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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