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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의 서소문 오락실] ‘복붙’ 게임 넘치는 게임시장…이유는?

‘리니지M’ 대성공 이후 비즈니스 모델 따라한 게임 ‘우후죽순’
새로운 장르 도전보다는 매출 높은 MMORPG 장르 개발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자료 구글]
“게임 개발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신대륙을 발견하듯, 성공하면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지만 실패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최근 국내 게임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넥슨이 쏘아 올린 연봉 인상 물결이 IT업계 전반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크런치모드’라는 단어가 게임산업의 열악한 상황을 대변했죠. 어느새 ‘개발 언어 배우기’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전체 게임산업 규모는 커지고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는 게임사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왜 게임은 하나같이 비슷할까요?
 
최근 출시되는 모바일게임 대다수는 MMORPG 장르입니다.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MMORPG 장르가 인기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유저 대부분이 MMORPG 장르를 좋아해서? 그건 아닐 겁니다. 여전히 캐주얼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도 많거든요. 
 
MMORPG 장르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이른바 ‘복붙’ 게임이 넘쳐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복붙 게임이란, 복사 붙여넣기 하듯 차별성 없이 다른 게임을 따라 한 게임들을 말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게임시장을 살펴보면, 모방을 통한 창조보다 단순 복붙에 그치는 게임들이 많아 보입니다.
 
복붙 게임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MMORPG 장르가 소위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 매출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를 살펴보죠. 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0위권 게임 가운데 8개 게임이 MMORPG 장르입니다. 특히 1위부터 3위까지 게임 모두 MMORPG 장르입니다.
 
그러면 MMORPG 장르가 왜 돈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MMORPG의 기본은 ‘성장’입니다.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장비를 강화하고 레벨업을 합니다. 이렇게 성장시킨 캐릭터를 활용해 유저들은 더 높은 등급의 던전 등을 공략하고 다른 유저와 PVP를 즐깁니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게임사들은 수많은 비즈니스모델(BM)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매출을 크게 올리고 있는 거죠. 이러한 BM 개발에 있어 독보적인 게임사가 바로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입니다.  
 
2017년 6월 출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은 국내 게임 시장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게임성? 물론 훌륭합니다. 하지만 리니지M 출시가 갖는 더 큰 의미는 리니지M이 모바일 MMORPG BM의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변신 뽑기’, ‘인형(펫) 뽑기’, ‘장비 뽑기’ 등을 고도화시킨 것이 바로 리니지M입니다. 리니지M은 출시 직후부터 4년 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매출 1위를 꾸준히 차지했던 게임은 리니지M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게임사를 이끄는 리더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자? 물론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직원들 월급을 생각하면 보다 안정적인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리니지M 대성공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리니지M과 비슷한 유저 인터페이스(UI), 비슷한 BM을 출시하게 됩니다. 게임에 녹아든 철학이나 캐릭터 외형은 달라도 BM은 리니지M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죠. 
 
유저들은 아무리 게임의 생김새가 달라도 BM에 있어 리니지M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리니지류’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MMORPG라는 장르를 넘어 이제는 리니지 IP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기 어려울까요? 물론 색다른 장르의 게임으로 성공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모바일게임 중에서 대표적으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 고’ 등이 있고, PC 게임 중에는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가 아닌 중소·중견 게임사가 새로운 장르로 모험을 하기에는 현재 게임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조차도 공룡을 앞세운 모바일게임 ‘듀랑고’를 결국 흥행시키지 못했죠. 참고로 듀랑고는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참신함과 게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 게임의 다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정 장르에 치우치면 ‘갈라파고스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MMORPG 장르의 인기는 높지 않습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여전히 퍼즐류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고 가까운 일본에서조차 2차원 게임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복붙 게임이 넘치는 현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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