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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脫석유화학 선언…ESG 중심 사업으로 대전환

친환경 소재‧전지 등에 2025년까지 10조원 투입
“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등 자금 여력 충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14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전지 소재 중심의 e-모빌리티, 글로벌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이 탈(脫)석유화학을 선언하고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新)성장 동력에 10조원을 투입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을 전통적 화학기업이 아닌 ‘준비된 과학기업’이라고 정의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인수합병, 조인트벤처, 전략적 투자 등이 3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e-모빌리티 분야에만 6조원 투자…ESG 사업 확 키운다

 
신학철 부회장은 14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전지 소재 중심의 e-모빌리티, 글로벌 혁신 신약 등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이들 사업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e-모빌리티 6조원,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3조원, 혁신 신약 1조원 등이다. 전체 투자 중 국내 투자 비율은 60%, 해외 투자는 40%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큰 e-모빌리티 사업 계획은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 전지 소재 관련 제품을 폭넓게 육성해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양‧음극재, 분리막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포함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모듈 연결 소재인 방열 접착제 등 전지 소재와 연관된 제품군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올해 12월 연산 6만 톤 규모의 구미 양극재 공장을 착공해 생산 능력을 올해 연산 4만 톤에서 2026년 26만 톤으로 6배 이상 늘린다. 또한 양극재 재료인 메탈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국내외 광산업체와 조인트벤처 설립도 준비 중이다. 신 부회장은 “글로벌 고객에 대한 공급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 현지화 전략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리막 사업은 기술력과 보유 고객 등 시장성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검토해 빠르게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글로벌 생산 거점도 조기 구축한다. 지난 2015년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았던 분리막 사업에 또 다시 뛰어든다는 것이다.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집중 투자한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2021년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전지 소재 시장에서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소재 혁신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CNT 생산 규모도 올해 연산 1700톤에서 2025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한다. LG화학은 지난 4월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 도전재 시장 공략을 위해 1200톤 규모의 CNT 2공장의 증설을 완료했으며, 연내 3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CNT는 전기‧열 전도율이 구리‧다이아몬드와 동일하면서도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신소재이며, 도전재는 전기‧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로 리튬이온 배터리 전반의 첨가제로 사용된다.  
 
3조원이 투입되는 친환경 소재 사업은 바이오 소재, 플라스틱 재활용, 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친환경 국제 인증인 ‘지속가능성·탄소 인증’(ISCC 플러스)을 획득한 바이오-밸런스드(Bio-balanced) SAP(자기 무게의 약 200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하는 고흡수성 폴리머) 제품을 이달부터 생산해 미국‧유럽 등의 고객사에 공급한다. SAP는 주로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된다.  
 
생분해성 고분자 PBAT(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코 테레프탈레이트) 시장 진입과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 올해 목표는 생산 설비 착공이다. PBAT는 자연에서 산소, 열, 빛 등과의 효소 반응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제품으로 농업용·일회용 필름 등에 쓰인다. LG화학 측은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2020년 12조원에서 2025년 31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PLA(폴리 락틱 애시드) 등의 친환경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원료업체와 조인트벤처 설립도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용 포장재에 주로 사용되는 PLA는 옥수수 등 식물성 원료로 생산돼 자연 분해된다.  
 
이 외에도 LG화학은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올해 하반기부터 화장품 용기의 플라스틱 자원을 100% 선순환시키는 에코 플랫폼을 구축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도 추진 중이다. 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시장에서의 신규 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한다. 미국, 중국 등에서 이미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년에 2조원 투자 큰 문제없어”

 
LG화학의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30년까지 혁신 신약 2개 이상을 보유한 글로벌 신약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신약 사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강점을 갖고 있는 당뇨, 대사, 항암, 면역 등 4개 전략 질환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올해 11개에서 2025년 17개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과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적극 검토한다.  
 
신 부회장은 10조원의 투자 자금 조달 계획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이 많은 투자 자금이 필요한데, 기업공개(IPO)의 가장 큰 이점은 이런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LG화학의 영업이익 상당 부분을 전지에 투자했다”며 “분사 후 상장이 이뤄지면 LG화학의 투자 여력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에 2조원 정도의 투자액은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 부회장은 빠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상장 등으로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서는 “상장을 진행해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70~80% 이상을 보유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기업공개(IPO) 진행 시 시장가치 재평가로 지분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자신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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