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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오프 한 사내벤처, 10배 값에 사들인 일동제약

일반적 스핀오프는 모회사가 지분 보유… 일동제약 “최대주주 등 先투자 없어”
독특한 방식 통해 단숨에 시리즈B 규모 투자유치, 창업자 지분 확보에도 용이

일동제약 중앙연구소 [사진 일동제약]
일동제약이 지분이 없는 사내벤처를 스핀오프(분사 창업) 시킨 뒤, 액면가의 10배로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사내벤처가 스핀오프한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은 스핀오프한 사내벤처의 지분을 어느 정도 보유한다. 일동제약은 이와 다른 투자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14일 일동제약 사내벤처에서 스핀오프 한 아이리드비엠에스(iLeadBMS)에 130억원을 투자해 지분 40%를 인수,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스핀오프 한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주당 액면가(500원)의 10배인 5000원에 448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일동제약은 이 유증에 참여해 260만주의 주식을 취득할 계획이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사내 벤처팀으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독립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디스커버리 전문 바이오테크다. 다수의 신규 후보물질을 도출해내며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일동제약 측은 “아이리드비엠에스가 고도의 신약 관련 플랫폼 기술과 프로세스를 보유한 점을 높이 평가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일동제약 외에도 복수의 외부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스핀오프 과정이다. 대개 사내벤처가 스핀오프 하는 과정에서 모회사는 스핀오프 회사의 지분을 액면가로 보유하게 된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반적인 스핀오프 방식과 달리 일동제약이나 그룹사가 초기 지분을 일체 갖지 않은 채 설립됐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이윤석 현 대표이사 등 일동제약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멤버로 참여해 자본금 6억원(주당 5000원, 12만주 발행)으로 설립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기업 사내벤처 관련 업무 담당자 A씨는 “특별한 요건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개 스핀오프 시 창업자와 모회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출자한다”며 “모회사의 지분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스핀오프라기보단 담당자의 ‘퇴사 후 창업’ 개념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리드비엠에스를 단순한 퇴사 후 창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동일 연구 분야에서 팀의 이름을 사명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 연구소 조직개편을 통해 저분자화학물 중심의 신약 연구를 하는 아이리드(iLead)라는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이 팀의 구성원 일부가 설립한 회사다.
 
스핀오프 당시 아이리드비엠에스 지분을 하나도 갖지 않았던 일동제약은 8개월이 지난 뒤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올해 1월 말 한 차례 증자(8만2000주)를 해 자본금을 10억1000만원으로 늘렸다. 지난 11일에는 10대 1 액면분할을 실시해 발행주식 수를 202만주로 늘리고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췄다. 일동제약은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액면분할 직후 액면가 10배로의 투자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이 회사가 설립된 지 8개월 만에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10배로 평가한 셈이다. 130억원은 그간 일동제약의 유례가 없는 대규모 투자이기도 하다.
 
만약 이번 유증 이전에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이 회사의 지분을 가졌다면 사익편취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유증 이전에 아이리드비엠에스에 대한 일동제약그룹 최대주주 일가나,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 투자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리드비엠에스의 독특한 스핀오프 방식은 창업자의 지분을 보장하고 빠르게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유증을 통해 아이리드비엠에스가 조달하는 자금은 224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라면 시리즈B 규모다. 설립 8개월 만에 이 정도의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건 일동제약이 함께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씨는 “일동제약의 투자 방식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유리할 수 있다”며 “스톡옵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창업자들의 지분율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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