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인상…‘총대 맨’ 오뚜기에 다시 끓는 ‘라면 가격’
오뚜기, 13년 만에 라면 가격 평균 11.9% 인상
‘담합‧불매운동’ 타깃 될라…농심‧삼양도 저울질
국내 라면 업계 2위 오뚜기가 다음 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2008년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오뚜기는 그동안 10년 이상 라면 가격을 동결해 오면서 주요 제품 가격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갈수록 원가 압박이 커지자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뚜기는 지난 2월에도 라면 가격을 9.5% 올리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가까스로 상반기를 보냈지만, 이익이 더 줄어들면서 라면 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을 올렸다고 분석한다.
소맥‧팜유 가격 ‘껑충’…커지는 압박
가격 인상 배경은 원가 상승이다. 라면의 핵심 재료는 소맥과 팜유. 소맥은 면을 만들 때 쓰는 밀가루, 팜유는 면을 튀기는 기름을 말한다. 소맥은 통상 미국산, 팜유는 대부분 말레이시아산을 쓴다.
핵심 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뛰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t당 소맥 선물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가량 올랐고,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 기준 팜유 값은 같은 기간 t당 2배로 뛰었다. 최근에는 팜유 가격이 90% 가까이 급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라면 원가에서 소맥분과 팜유가 차지하는 비용이 50% 이상”이라며 “1분기보다 2분기 상황은 더 안 좋아졌는데 여기에 늘어난 인건비 물류비용도 상승하면서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3번 인상…‘서민 음식’ 주홍글씨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간편식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식사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라면업체들은 원재료 값과 물류·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가격 인상을 줄곧 검토해왔지만,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자칫하면 라면업체의 담합 프레임이 쓰이거나 소비자들 불매운동 등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업계 1위 농심은 2016년 이후 5년째 ‘신라면’ 가격을 올리지 못했고, 3위 삼양식품도 2017년 이후 4년째 ‘삼양라면’ 가격을 동결 중이다.
지난 20년간 주요 라면업체들의 가격 인상 추이를 보면 농심이 8번에 걸쳐 평균 가격 7.08%를 올렸고 삼양식품은 5번 동안 평균 8.3%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오뚜기는 3번 인상으로 가장 횟수가 적었지만, 평균 인상률은 11.67%로 가장 높았다.
2001년 라면업체들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진라면, 삼양라면 개당 가격은 모두 같은 480원. 현재는 신라면 830원, 진라면 770원, 삼양라면 810원으로 올랐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20년 동안 라면 가격이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원재료 가격은 최근 1년 사이만 해도 30%~50% 이상 폭등하면서 부담을 주고 있다”며 “하반기엔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라면 봉지당 얼마? 가격 민감도는 떨어져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이 오른다고 하면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라면 가격 자체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는 떨어진다”며 “라면의 경우 묶음 할인 판매로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실제 라면 한 봉지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소비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할인율에 따라 더 저렴하고 비싸게 구매가 가능하지만, 업체 임장에선 10% 인상으로도 원가 부담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면서 “100원, 200원 인상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절한 가격을 내고 기존의 맛과 양을 유지하는 쪽이 소비자 후생에 더 도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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