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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도 못하는데…” 위기의 완성차업계, 파업 불안 덮쳤다

현대차·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임단협 난항
산업 전환에 노조 불안 가중 정년 연장 요구

현대차 노조는 6월 30일 울산공장에서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노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13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이날 사측이 제시안 교섭안이 조합원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 현대자동차]
완성차업계가 잔인한 7월 목전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가 계속되는 속에서 ‘하투(夏鬪·여름철 노동계 연대 투쟁)’ 먹구름이 드리웠다. 실적이 좋았던 현대자동차는 물론 기아와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업계 전체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에서 타결점을 차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 합의 없이 하투가 본격화할 경우 내수뿐만 아니라 모처럼 되살아난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 “미래협약 체결 요구

1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당장 현대차 노조가 3년 만의 파업을 시사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임단협 16차 교섭에서 사측이 낸 기본급 5만9000원 인상, 성과금 125%+35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200만원, 주식 5주(무상주) 등 제시안을 거부했다. 기존 제시안보다 기본급 9000원이 올랐고 주식 5주가 추가됐지만,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인 103조9976억원을 기록한 만큼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현대차는 지난해와 같은 ‘무분규 타결’을 기대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에 공감하고, 임금을 동결하되 일자리를 사수하겠다는 실리적인 접근을 취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사측은 지난 4월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출고 지연을 겪으면서 실적 전망치가 하향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5만 해도 사상 최대 사전계약에도 첫 달 114대밖에 출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분위기는 정반대다. 한·일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등으로 2년 연속 파업 없는 임단협 타결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사측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가 세타2 엔진 등에 대한 품질 비용으로 반영한 충당금을 빼면 영업이익은 2019년 수준을 웃돌고, 매출액은 103조997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조는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내 74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산업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만 64세 정년연장을 요구가 대표적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공감해 임금을 동결했고 회사는 큰 영업이익을 거뒀다”며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건 턱없이 적은 상황이라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집중교섭 기간인 20일까지 결론나지 않을 경우 파업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와 한국GM 등 완성차 3사 노조가 지난 3월 국회에서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한국GM 노조 “미래발전 계획 달라”

기아 노조도 파업을 만지작하고 있다. 기아 노사는 주요 안건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정 회장이 언급한 공정한 성과 분배’를 내걸고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최대 만 65세까지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및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과한 요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측은 “성과급을 고민하고 있다”라면서도 “회사의 지급능력을 고려하면 과한 요구”라고 전했다.
 
현대차·기아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와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노조 측은 “현대차 노조의 압도적인 파업 결의를 지지하고 함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정의선 회장은 현장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으로 신규 투자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분위기에 따라 기아 노조 집행부는 신규인원 충원과 전기차 핵심 부품의 국내 공장 유치를 강조하며 지난 5일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한국GM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수급난으로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에 대한 감산을 실시하고 있다. 주력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만드는 부평1공장은 6월 들어서야 정상 가동됐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GM 위기가 커질수록 노조의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본사인 미국 GM이 수익성 악화를 무기로 잇따른 구조조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2018년 돌연 군산공장이 폐쇄하기도 했다.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소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도 확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9일 한국GM 노사의 임금협상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일단은 추가 교섭을 해보고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폐쇄 거친 르노삼성 교섭 재개

한편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5월 사측이 2년치 기본급 동결을 요구하자 총파업에 들어갔고, 이에 사측이 직장폐쇄로 대응하며 대립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측이 직장폐쇄를 풀고 노조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느라 파업을 중단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부산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우선 오는 21일부터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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