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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LCC, 주가 하락해도…“일단 ‘상폐’ 막자” 몸부림

제주항공 무상감자 뒤 9월 유상증자 추진
주주 지분율 하락해도 “자본 늘려 상폐 막자”
연말까지 적자 예상…주가 추가 하락 우려

 
 
제주항공이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낮추는 무상감자 뒤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어부산도 오는 10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일찍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사진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자본 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무상감자 뒤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영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이 납입자본금을 줄이는 한편 유상증자도 추진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실시한다고 평했다.
 

국내 LCC, 유상증자 릴레이…올해 3사 증자 규모만 5300억원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9월 1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제주항공은 앞서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를 1000원으로 줄이는 5대1 무상감자를 추진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제주항공은 무상감자로 납입자본금을 1924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줄이고 주식을 더 발행해 자본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함께 추진하는 배경은 자본 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국내 LCC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자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는 국내 LCC 상장사 4곳 가운데 티웨이항공을 제외한 진에어와 에어부산, 제주항공 3곳이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섰다.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28.7%다.
 
다른 LC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진에어의 자본잠식률은 42.4%에 달한다. 에어부산은 34.4%로 진에어의 뒤를 이었다. 에어부산은 제주항공보다 서둘러 ‘자본 규모 늘리기’에 나섰다.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에어부산은 항공사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오는 10월 15일 보통주 1억1185만주를 신규 발행한다.
 
에어부산은 6월 상장 폐지 기로에 놓였던 만큼 ‘빚 줄이기’에 열성이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주식 8207만주를 136.3%나 초과한다. 에어부산은 앞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구속기소 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았다. 증권시장에서도 에어부산 주식 거래가 5월 27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중단됐다.
 
티웨이항공은 유일하게 자본 잠식 상태를 피했다. 지난 4월 더블유밸류업유한회사를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티웨이항공은 이번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을 410%로 줄였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886%이었다. 제3자 배정 방식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가 선정한 제3자에게 새롭게 발행할 주식을 주는 것이다.  
 

‘자본 늘리기’ 총력…주가 떨어져도 ‘상폐’는 막자

항공업계는 국내 LCC가 자본을 늘려 상장 폐지를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증권시장에 상장한 LCC 가운데 진에어를 제외한 3곳 모두 올해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잠식률이 50%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상장 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항공사가 연내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LCC의 유상증자 추진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충당할 새로운 자금이 필요하다. 통상 유상증자를 진행해 외부 자금을 확보한다. 
 
LCC 기업은 현금을 비롯한 자본 늘리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감염병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어서다. 상장 LCC 주가도 코로나19 확산세를 따라 요동쳤다. 백신 접종률이 늘기 시작한 2월과 5월 주가는 올랐고,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오른 20일 현재 내렸다.
 
특히 강원도 강릉시 등 수도권 외 지역이 감염병 대응 단계를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제주항공이 자본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자 주가도 흔들렸다. 수도권 외 지역의 거리두기 상향조정 발표일(18일) 전 마지막 거래일인 16일에 비해 제주항공 주가는 20일 5.15% 하락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 티웨이항공도 마찬가지다. 에어부산 주가는 같은 기간 8.28%, 티웨이항공은 3.68%, 진에어는 3% 밀렸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돼 항공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인 2월 대비해선 하락 폭이 크다. 에어부산은 2월 마지막 거래일 종가 대비 20일 12.38% 하락한 3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각각 9.77%, 1.5% 주가가 내렸다. 그러나 티웨이항공은 같은 기간 주가가 28.91% 늘어 3235원을 가리켰다. 일찍이 4월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을 크게 줄인 덕이다.  
 
액면가를 조정하는 무상감자 방식도 유상증자를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제주항공은 삼성중공업이 5월 진행한 방식으로 무상감자를 추진한다. 무상감자는 보통 기존 주식을 여럿 합쳐서 발행하는 실제 주식의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액면가 5000원을 5분의 1 수준인 1000원으로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자본금은 줄어들지만 주식 수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9월 추진할 유상증자를 위해 신주발행가액을 산정할 때 주가가 현재 액면가인 5000원 아래로 떨어져도 문제가 없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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