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퀵커머스③] 밑빠진 독에 물붓기? 초고속 삶의 ‘덫’
‘속도 경쟁’ 차별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
출혈경쟁 부작용 속출…지속성도 물음표
100원에서 10원. 당일배송에서 15분 배송. 그동안 가격 중심이었던 유통업계 경쟁이 이제는 배송으로 옮겨가면서 업체들의 속도전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채널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모든 유통업체들이 배송 경쟁에 발을 들이면서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빨리빨리’가 만들어 낸 15분 배송
쇼핑몰 한 관계자는 “상품의 질과 서비스는 대부분 높은 수준에 다 도달해 있어 그 이상의 효과를 준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더 이상 2~3일 이상씩 걸리는 쇼핑몰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만큼 빠른 배송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로 유명한 국내에서 속도전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속도 경쟁 사회] 저자 황경석 전 LG전자 상무는 “고객에게 품질을 강조하다 보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든다”면서 “반면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고객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품질 수준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속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빨리빨리’ 문화가 빚어낸 출혈경쟁으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과열된 속도경쟁으로 인한 배송기사의 안전과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기업의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감소 등 구조적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퀵커머스 시대의 지속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물류업체, 유통업체, 테크기업 등이 혼용돼 정체성이 무너지면서 모두가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7시간 배송이 단숨에 15분 배송까지 오게됐다”면서 “전 세계에서 이런 서비스는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교수는 “퀵커머스 이면엔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소비자들은 저가격에 지나친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해지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된다”면서 “안정화 되지 않은 이커머스 시장 구조가 만든 부작용 현상으로 퀵커머스 시대의 지속가능 여부엔 많은 문제점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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