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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확대 무용론?…4대 금융지주 주가 정상화 ‘첩첩산중’

역대급 실적에도 4대 금융지주 주가 흐름 지지부진
6000억 원 대 배당금 절반 이상은 외국인 주머니로

 
 
4대 시중은행 로고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배당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상반기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은 탓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대립각까지 세웠던 고육책이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저평가 국면 지속...배당 확대로 돌파구 찾기

국내 5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9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거둔 성과인 만큼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 행렬이 이어졌다. 
 
국내 리딩 금융그룹을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전년 대비 각각 44.6%, 35.4% 증가한 순이익을 올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인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의 순이익 합계만 8조원을 넘어서며 지난 한 해 수익의 70%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역대급 평가를 받는 실적과 달리 주가 흐름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7월 말 실적 발표 직후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주가도 이내 상승분을 되돌리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21일 첫 번째로 실적 발표에 나선 우리금융은 다음날 3%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이내 상승분을 반납했다. 오히려 이달 3일 종가 기준으로는 실적 발표 직전보다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뒤이어 실적 발표에 나선 나머지 금융지주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KB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실적 발표 당일보다 하락한 수준에 거래되고 있으며, 가장 늦게 실적 발표에 나선 신한지주 역시 상승분을 대거 반납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의식한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발표와 동시에 일제히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약발이 듣지 않는 모습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각각 주당 750원, 150원의 중간배당 계획을 밝힌 가운데, 하나금융도 전년 대비 200원 올린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이에 더해 신한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분기배당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40%에 육박하는 배당성향을 보이는 글로벌은행과 달리 국내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60%대 외국인 지분율…그들만의 잔치?

이처럼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배당 확대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은행주의 저평가 국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 부진의 여러 요인 가운데 당장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서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더욱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치지 못해 죄송하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로 인해 원래 중간배당을 하려던 것보다 줄어든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18년 주가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대표 금융주인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경우 당시 주가의 1.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주가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다.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PER(주가수익비율)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호실적이 우리 경제의 잠재 불안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이로 인한 이자이익 확대에 기인했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리 상승기에 자칫 ‘자산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상장을 코앞에 둔 카카오뱅크와 정식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 등 빅테크·핀테크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 역시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기존 금융그룹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갖춘 가치주에 안정적 배당수익을 더한 배당주로 ‘국민주’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배당 확대가 주주 달래기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자산건전성 훼손과 함께 ‘그들만의 잔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이 중간배당으로 책정한 배당금은 총 6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이들 전체 배당금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우리금융을 제외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60%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사주를 매입해온 각 금융그룹의 경영진들 역시 중간 배당에 따른 적잖은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가장 큰 규모인 6만5668주(28억3000만원)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었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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