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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이 남양했다”…‘트러블메이커’ 홍원식의 시나리오는

“3주 만에 팔더니 결국”…매각 대금 변심에 무게
새 매수자·계약파기 가능성…계약조항 관전포인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중앙포토]
 
남양유업의 매각 시계가 멈춰섰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매각 작업을 돌연 연기하면서다. 현재로선 단정하기 이르지만 남양유업과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한앤컴퍼니와의 매각 클로징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기류 포착된 ‘주총’…남양 앞날은

‘새 주인’ 맞이에 나서던 양측에 이상기류가 포착된 건 지난 7월 30일,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다. 이날은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의안과 감사 선임 의안, 정관 일부 변경 의안 등이 심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주주인 홍 전 회장이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돌연 의안 심의를 9월14일로 연기하는 의제가 제안됐고 결의됐다.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사유다.
 
업계에선 홍 전 회장의 ‘노쇼’(예약 미이행)를 두고 ‘변심’에 무게를 실었다. 해당 사유가 일반적인 연기 이유가 아닌데다 한앤컴퍼니 측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 통보로 이뤄진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한앤컴퍼니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성급하게 매각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가리스 사태’ 이슈를 수습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57년간 일궈온 남양유업을 너무 빠르게, 그리고 싸게 한앤컴퍼니 쪽에 넘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홍 회장이 불가리스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 남양유업을 매각하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3주. 매각 금액은 3107억원이다. 당시 기준 남양유업 시가총액 4183억원보다 싸다. 여기에 부동산 등 유형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홍 회장 입장에선 매각 금액이 더욱 아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불가리스 논란' 남양유업 주가가 오너 지분 매각소식에 상한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홍 회장이 평생 일군 회사를 너무 긴박하게 넘겨서 일각에선 추후에 오너 일가가 지분을 되찾을 수 있는 ‘파킹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면서 “그만큼 남양유업 일가가 그동안 시장에 보여준 행태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매각으로 새 주인을 맞으면서 일단락 될 것 같았던 남양사태는 마지막까지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라며 “시장에선 ‘역시 남양이 끝까지 남양한다’, ‘또 한 번의 오너리스크’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홍 전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 측에 거래 재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매각은 무산된 것일까. 향후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경우의 수① 제 3자 매각?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경우의 수는 제3자 매각이다. 한앤컴퍼니의 인수가격(3107억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원매자가 나타났을 가능성이다. 이는 남양유업 매각 직후 일각에서 거론된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이 깊다.  
 
업계에서도 홍 전 회장 주변에서 헐값 매각에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 매각 직후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한 점 ▲남양유업이 그동안 갑질 등 각종 논란에도 1조원의 안팎의 연매출을 꾸준히 냈다는 점 ▲부동산 등 유형 자산 가치가 3600억원을 넘는 기업이라는 점 등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시각도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와 홍 전 회장 측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매도자가 제3자에게 경영권을 매각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소식이 알려진 후 주가가 높게 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앤컴퍼니 측에서 단순 변심에 따른 파기가 어렵도록 조항을 붙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부정적 이슈가 컸기 때문에 헐값에 성급하게 팔아버린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 “추후 법적인 문제까지 다 떠앉겠다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제3의 매수자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경우의 수② 위약금 주고 ‘계약파기’?  

홍 전 회장 측에서 위약금을 주고 매각 자체를 파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당사자의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매매대금의 5~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불하는 규정을 두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양유업 매각대금의 10%는 310억원 수준이다.  
 
IB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 측이 이번 거래를 파기할 수 있는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약금을 배액 배상하는 형태로 거래 취소가 가능하다는 의견과 단순 변심으로 인한 계약해제권 행사 자체가 어려워 파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모 로펌 변호사는 “M&A 계약법상 홍 전 회장 측은 계약의무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경우 거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기 어렵다”면서 “계약의무를 불이행한 당사자에게는 해제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홍 전 회장 측의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한앤컴퍼니가 수백억 수준에 불과한 위약금을 받고 남양유업 인수를 순순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장기간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경우의 수③ 매각 재협상, 새 국면?  

홍 전 회장측이 한앤컴퍼니와 매각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법리다툼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한앤컴퍼니는 가장 유력한 ‘계약이행 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계약서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물질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홍 전 회장 측이 반기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임시주총을 연기하면서 시간을 번 남양유업 측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계약서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한 뒤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 대응에 나선다면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뉴스]
 
이들의 주식매매 종결일은 오는 8월31일. 이 시한을 넘기면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특별 규정을 뒀을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이럴 경우 계약이 자동 파기되지만 M&A 거래상 이러한 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계약과 관련된 어떠한 말도 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거래 종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주주와 한앤컴퍼니 간의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다”면서 “임시주총은 공시한 내용대로 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기됐다. 향후 상황은 종결일까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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