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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앞둔 당근마켓, 중고나라와 달랐던 건

최근 시리즈D 라운드에서 1800억원 유치
지역 커뮤니티 바탕으로 비즈니스 창출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 당근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인정받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시리즈D 라운드에서 18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당근마켓 측도 “1800억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사실상 입금만 남은 셈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당근마켓은 국내 16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오른다.
 
유니콘 등극을 앞둔 당근마켓을 보며 심사가 복잡할 만한 업체가 있다. 2003년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중고마켓을 열었던 ‘중고나라’다. 이 업체도 지난 3월 한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팔리면서 기업가치가 드러났다. 컨소시엄이 이 업체 지분 95%를 1150억원에 샀으니, 총액은 1210억원 남짓이다.  
 
여전히 거래액 규모는 중고나라 쪽이 훨씬 크다. 이 업체는 지난해 거래액 규모가 역대 최대인 5조원이라고 밝혔다. 2019년보다 43% 늘었으니 증가율도 가파르다. 당근마켓 거래액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업계에선 1조원 수준일 것으로 본다. 이렇게 전자상거래업체의 주요 지표인 거래액에서 앞서는 데도 기업가치에선 추월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투자자들이 당근마켓으로 몰리는 덴 이유가 없지 않다. 이번 라운드에서 이 업체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지금까지 해온 전자상거래에 집중한다면,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한단 점에서 다르다고 봤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급하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할 때 당근마켓의 동네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찾을 수 있단 것이다.  
 
이렇게 동네 주민 연결이 가능한 게 당근마켓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 업체는 2015년 중고거래 서비스를 선보일 때부터 GPS 인증을 통해 거주지 반경 6㎞ 이내로 거래를 제한했다. 그래서 이름도 ‘당신 근처의 마켓’이란 뜻에서 당근마켓으로 지었다. 지금도 이 업체 앱에서 하단의 ‘동네생활’ 탭을 누르면 동네 주민들이 올리는 질문이나 소식들을 볼 수 있다.
 

“기존 중개 사업자와 마찰 불가피할 것”

이 업체 김용현 공동대표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중고거래를 넘어 무너진 지역 커뮤니티를 인공지능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재건하는 게 당근마켓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재건’은 도덕적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 비즈니스에서도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업체 분석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지역광고’ 클릭률은 5%대로, 일반 배너광고 클릭률(0.03%)보다 크게 높다. 그만큼 사용자가 느끼는 거부감이 적단 이야기다. 이 업체 관계자는 “동네 매장 광고다 보니 사용자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느끼는 ‘친근함’은 중고거래 비용도 낮춘다. 당근마켓은 현재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반면 중고나라는 ‘안전거래’ 선택 시 수수료로 판매대금의 1.65%(계좌이체 기준)를 받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거래를 관리하는 업체가 끼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당근마켓 앞에 놓인 숙제도 적잖다. 가사도우미, 과외선생님 중개 등으로 영역을 넓히다 보면 기존 사업자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앞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마찰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 따라 당근마켓의 진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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