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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기 무섭다” 맥도날드‧마녀김밥 사태…‘푸드 포비아’ 확산

재사용 햄버거 빵‧살모넬라균 김밥 ‘식품파동’
먹거리 총체적 불신…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

 
 
4년 전 '햄버거병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맥도날드가 이번에는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중앙포토]
 
폐기 빵 재사용에 살모넬라균 김밥까지. 외식업계의 식자재 위생 문제가 잇달아 도마에 오르면서 대한민국에 ‘먹거리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외식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먹거리 관련 사건사고가 잊을만 하면 터진다는 것. 근본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연예인 맛집의 배신  

8일 업계에 따르면 먹거리 포비아가 맥도날드의 빵 재사용 논란, 분당 깁밥집 집단 식중독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해당 김밥집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김밥 프랜차이즈 ‘청담동 마녀김밥’. 개그맨 김원효와 심진화 부부가 일부 매장을 운영 중이고, 방송에서 소개될 정도로 연예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평소에도 일부 매장은 줄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분당 내 2개 지점이다. 현재까지 270명이 넘는 고객들이 복통과 고열 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판매된 김밥이 약 4200여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입원 환자 5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살모넬라균이 검출되거나 감염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살모넬라균은 위생상태가 나쁠수록 자주 발견되는 식중독균이다. 
 
이번 마녀김밥 사태는 오염된 식재료를 완전히 가열하지 않았거나 오염된 식재료를 취급한 뒤 세정제로 손을 씻지 않고 다른 식재료나 조리도구 등을 만져서 생기는 교차오염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김밥집 '마녀김밥'에서 김밥을 먹은 20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마녀김밥 홈페이지 캡처]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에서도 불량 위생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한 공익신고자는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이 지난 1월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폐기해야 할 햄버거 빵 등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해왔다고 고발했다.  
 
맥도날드는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을 즉각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해당 매장은 유효기간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새로 뽑아 덧붙이는 일명 ‘스티커 갈이’ 방식으로 식자재를 재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맥도날드의 위생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맥도날드는 5년 전인 2016년에도 덜 익은 고기 패티를 사용해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후 맥도날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주방 공개 행사’까지 진행하며 위생과 안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의당·아르바이트노조 등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유한회사 앞에서 '맥도날드는 알바를 범죄자로 만들지 마라'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먹거리 위생 문제는 그만큼 민감해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외식업 특성상 한 업체에서 위생 이슈가 발생하면 그 공포로 인해 햄버거나 김밥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된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외식 주의보’에 외식업계 시름 깊어져  

실제 잇단 위생 논란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외식 주의보’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부는 “더운 여름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배달음식을 자주 주문했는데 이제 불안해서 못 시켜먹겠다”며 “유명한 매장, 대형 매장도 그럴진데 다른 소형매장, 배달 전문점 등은 어떻게 식자재 관리를 하고 있을지 불신이 쌓인다”고 말했다.  
 
임산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당분간 김밥은 멀리해야겠다. 그나저나 계란이 이리 무서운 음식이었을 줄 몰랐다”면서 “더운 여름이라 체력도 떨어지는데 식품 위생 관련 뉴스까지 겹치지 더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외식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외식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외부음식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지속될 염려가 커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먹거리 관련 업계에서 위생 이슈는 유사 업종까지 피해를 줄 정도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아무리 경쟁사라고 해도 위생 이슈는 터지지 않도록 공을 들이는 부분”이라면서 “코로나19 장기화, 수도권 4단계 연장 등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위생 이슈까지 터지니 숨 쉴 구멍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교수(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는 “최근 먹거리 논란에서 주목할 점은 모두 프랜차이즈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만큼 본사가 먹거리 안전에 무신경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여름철에는 식품변질이 잘 되기 때문에 본사 자체에서 ‘여름철 특별 식중독 예방 지침’이나 ‘식품 안전을 위한 세부지침 매뉴얼’을 마련해야한다”면서 “실효성 있는 위생 및 식품안전조사 방식으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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