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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만7000여 기업이 사용하는 협업툴 '스윗'…구글·MS와 경쟁 중

[인터뷰] 이주환 스윗테크놀로지스 CEO
실리콘밸리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스윗테크놀로지
창업 후 14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현재 시리즈A 투자 유치 중

 
 
 
이주환 대표가 창업한 스윗테크놀로지스는 기존 시장에 있던 협업툴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현동 기자]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스윗테크놀로지스는 ‘별천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안에서도 유독 빛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와 견줘 1230%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 노동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면서 이 회사 솔루션의 장점이 발휘됐다. 
 
스윗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스윗(Swit)’은 기업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려 주는 ‘협업툴’이다. 코로나19가 빚은 언택트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비즈니스다. 전 세계 184개국에서 3만7000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 위워크 등의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한항공, 티켓몬스터 등이 스윗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스윗테크놀로지스는 치열하기론 세계 일류라는 ‘스타트업 그라인드 글로벌 콘퍼런스 2020’에서 행사 최고상인 ‘올해의 스타트업’을 수상했다. CEO가 실리콘밸리 IT 전문지 ‘CIO 리뷰’의 표지를 장식했다. 벌써 이 회사를 ‘예비 유니콘’으로 점찍고 투자하겠단 기업이 적지 않다.  
 
스윗테크놀로지스의 특별한 이력은 또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인 데도 이 기업의 성장기를 주시하는 시선이 한국에 꽤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자와 직원 상당수가 한국인이고, 한국에 사무실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주요 투자사로 이름을 올린 이유다. 창업 후 지금까지 1250만 달러(약 14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가 실리콘밸리의 신성 스윗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이주환 대표를 한국 오피스에서 만났다.  
 
바빠 보인다. 미디어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데.
참 감사한 기회다. B2B 기업이라 우리의 강점을 어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창업자 입장에선 흐뭇할 때도 있다. 요새 한창 구인 중인데, 기사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이해한 면접자가 있더라. 임직원의 자긍심도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인이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스토리는 매력적으로 들린다.  
막연한 동경으로 간 게 아니었다. 두 가지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꽤 단순했다.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학습하고 싶어서였다. 시장에 나온 협업툴을 보완·개선하는 수준의 솔루션으론 카피캣 얘기나 들을 게 뻔했다. 우린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원했다.
 
그게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다. 동시에 기업 대부분이 실패의 쓴맛을 보는 혹독한 정글이기도 하다. 제각각인 이들 기업문화의 일면을 통찰력 있게 조명하고 싶었다. 기업의 협업툴 수요를 파악하기도 수월할 거라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론 들어맞았다. 양질의 데이터를 얻었으니 말이다.
 

팬데믹 계기로 기술 우수성 인정받은 스윗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재능을 갖춘 세계 각국의 인재를 뽑고 싶었다. 우리가 한국 기업일 때보다, 미국 기업일 때에 더 매력적인 보상을 줄 수 있었다. 특히 회사에 꼭 필요한 회계·법무 쪽의 인재는 높은 연봉만으론 끌어들일 수 없더라. 우린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있는데, 미국 기업의 주식이면 더 눈여겨볼 것 같았다.
 
인재 채용은 실제 의도대로 됐나.  
한국 사무소엔 70여 명, 샌프란시스코엔 30여 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모두가 출중한 인재다. 2년 전 시드 투자를 받았고, 그다음 라운드를 통과 중인 신생 스타트업치곤 상당한 규모다. 보상과 복지 체계도 잘 갖췄다고 자신한다.
 
굴곡 없이 성장만 한 것 같다.  
2018년 7월, 스윗의 테스트 버전을 처음 시장에 내놨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우리 솔루션 써보라”고 했고, 다들 반응이 좋았다. “이런 솔루션을 왜 이제야 내놓았느냐”는 핀잔 섞인 호평도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공식 출시와 동시에 스윗을 유료화로 전환했다. 이때 유료로 전환한 고객사가 몇이나 됐을 것 같나.
 
날고 기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호평한 솔루션이었다. 계속 쓰지 않았겠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지갑을 연 고객은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금세 우리 처지를 깨달았다. ‘아, 이제 메시지나 콘셉트가 좋다고 환호하는 시대는 지났구나.’
 
10% 전환은 확실히 좌절할 만한 수치다.  
공식 출시의 쓴맛을 본 이후 1년간, 150여 차례의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서비스를 개선한 셈이다. 아예 갈아엎진 않았다. 테스트 때 “왜 이제야 나왔나”란 호평까지 입에 발린 말은 아니었다. 우리의 콘셉트는 유지하되, 그 속에 온갖 피드백을 녹여냈다.
 
그땐 팬데믹도 아니었다. 왜 협업툴 개발에 집착했나.  
스마트폰이 과거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해주니 신통하긴 한데, 번거로울 때도 있다. 가령 대화를 나눌 땐 메신저 앱을 켜야 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할 땐 협업툴 앱을 띄어야 한다. 미팅을 잡을 땐 달력 앱을 실행한다. 이렇게 켜둬야 할 앱이 수백 개가 된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인간다움이 조각났다’는 감상이 들었다. 이를 다시 한데 모으는 게 우리의 과업이다.  
 

론칭 초반 흥행 실패, 재빠른 업데이트로 맞대응

철학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쉽게 설명할 순 없나.
쉽게 설명하면, 사람들이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과반을 일하는 데 쓰고 있다. 그런데도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를 너무 뒷전에 두고 있다. 이건 글로벌 사회가 다 공통으로 겪는 사회 문제다.  
이주환 대표는 “스윗이 기업과 구성원의 행복을 끌어올릴 혁신 도구로 자리 잡길 원한다”고 강조했다.[김현동 기자]
대기업이 만든 협업툴을 써봤다. 그렇다고 행복해지진 않았다. 스윗엔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나.
직장인 업무의 큰 틀은 세 가지다. ‘프로젝트 관리’와 ‘대화’, 그리고 ‘일정 관리’. 우리 말고도 많은 협업툴 솔루션이 이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처음부터 하나의 운영체제처럼 융합한 건 우리가 처음이다. 사실 스윗의 특별함은 써봐야 안다. 숫자로 증명하지 않았나. 무료 협업툴이 숱한 세상에서 184개국, 3만7000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은 마케팅도 없었다. 순전히 입소문 덕분이다.
 
경쟁사가 쟁쟁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유니콘 기업 슬랙도 있다.  
스윗만의 차별점은 또 있다. 경쟁사의 협업툴은 대부분 작은 조직과 팀 단위에 타깃을 맞춰 놨다. 스윗은 기업 스케일에 따라 ‘스탠다드 플랜’과 ‘어드밴스드 플랜’을 나눠놨는데, 어드밴스드 플랜은 대기업도 전사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 C레벨을 만났다. 스윗 솔루션 도입 방법을 묻는 미팅이었다.
 
스윗테크놀로지스의 향후 비전과 실행 플랜이 궁금하다.  
내년쯤 스윗에 새 기능을 더할 생각이다. 일반 유저도 툴을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또 그렇게 개선한 툴을 우리 플랫폼에 올려 공유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개방형 OS의 앱 마켓을 연상하면 되겠다. 수많은 혁신가의 아이디어로 지금보다 더 개인화한 스윗이 나오면 그땐 ‘쓰는 사람만 쓰는’ 도구에 그치지 않을 거다. 스윗은 이 시대의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때쯤이면 스윗테크놀로지스가 유니콘에 등극해있겠다.  
유니콘을 뛰어넘는 유니콘이 되길 기대한다.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훌쩍 넘고 싶다.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다. 옵션을 받은 우리 스윗테크놀로지스의 직원들이 모두 부자가 돼서 행복했으면 한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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